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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35) | 박현호 크몽 대표 

프리랜서 전문가 시대의 개막 

노유선 기자
국내 1위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인 크몽은 프리랜서 시장의 대중화에 기여해왔다. 최근에는 전문가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일자리에서 일거리로, 일의 개념이 변할 것”이라고 말하는 박현호 대표가 클라우드 서비스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현호 크몽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의 꾸준한 개선’을 크몽만의 강점으로 꼽았다.
박현호 대표가 이끄는 크몽은 국내 프리랜서 마켓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디자인, IT 개발, 마케팅, 영상·콘텐트 제작 등 프리랜서 전문가와 이들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모델로 해당 시장에서 국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500여 개에 달하는 카테고리에 25만 명 넘는 전문가가 크몽 안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지난 2012년 창업 이래 크몽의 누적 회원수는 200만 명, 누적 거래 건수는 280만 건에 달한다.

최근 크몽은 개인 고객 중심의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기업 고객의 비즈니스 의뢰에 전문가를 매칭해주는 ‘크몽 엔터프라이즈’와 크몽에서 검증한 상위 2% 전문가들만 매칭해주는 ‘크몽 프라임’이다. ‘크몽 전자책·VOD’와 단기 아르바이트 매칭 플랫폼인 ‘쑨’도 순항 중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전문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포부다.

박 대표는 “앞으로 일자리의 개념이 직업, 즉 ‘잡(job)’에서 일거리 자체를 뜻하는 ‘워크(work)’로 진화할 것”이라 말했다. 이런 트렌드를 바탕으로 크몽 역시 유연한 고용 환경에서 개개인의 전문성을 클라우드에서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경쟁사 줄도산…홀로 살아남은 크몽


▎지난 6월 10일 서울 서초구 크몽 사무실에서 박현호 대표(아래)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크몽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프리랜서 마켓이다. 디자인, IT 개발, 마케팅, 영상·콘텐트 제작 같은 분야에서 전문가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매칭해주는 프리랜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총 500개 카테고리 중 특히 디자인, IT 개발, 마케팅 등이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책 카테고리를 추가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등록된 전자책 사업자는 5000여 곳인데, 일반적인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전자책과는 다르다. 전문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노하우나 팁 등을 PDF 형태로 만든 전자책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종이책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크몽을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학교 수업이 재미없어서 혼자 뭐라도 해볼까 하다가 쇼핑몰을 만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창업의 재미를 느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도전과 실패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별 부담 없이 습작처럼 만들어 본 프로젝트가 크몽이었고, 의외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5000원에 뭔가를 해준다고? 이거 재밌네!” 같은 반응들이 쏟아지더라. 2012년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섰지만, 이후로도 크몽이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여전했다. 그러던 중 2014년 무렵부터 크몽을 벤치마킹한 경쟁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를 보면서 제대로 회사를 키워봐야겠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경쟁사들과의 경쟁은 어떻게 됐나.

프리랜서 마켓에서 비슷한 모델로 운영하던 업체 중 살아남은 곳은 사실상 크몽이 유일하다. 우후죽순 생겨난 경쟁업체만 60 곳이 넘었는데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 물론 크몽과는 조금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움직이는 프리랜서 플랫폼 업체도 있다. 다만 우리는 소상공인이나 직접 고용이 어려운 중소기업 등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이 크고, 다른 업체들은 개인 간 퍼스널 서비스에 포커싱돼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크몽은 꾸준히 성장했다. 비결이 뭔가.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나간 것이 주효했다. 크몽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무형의 서비스를 상품화해서 이커머스 모델로 판매하는 것이다. 다만 다른 업체들이 마케팅에만 주력했다면 우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는 데 더 집중했다. 이 점이 차별화이자 크몽만의 강점이다.

별 탈 없이 잘나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개선하는 일은 분명 따분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들보다 뛰어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해도 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퇴보하게 마련이다. 지속적인 개선이 중요한 이유다.

플랫폼 기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초창기 크몽은 어떻게 사람들을 모았나.

처음에는 단가 5000원 정액제로 운영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하는 형태도 상업적 전문가 매칭이라기보다 소소한 재능 기부에 가까웠다. 전문성 있는 분들이 사실상 부족했다. 프로페셔널한 프리랜서 마켓으로 가기도 어려웠다. 첫 이미지 자체가 아마추어들이 거래하는 마켓으로 각인되다 보니 진짜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프리랜서 마켓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거래실적이 쌓이고 서비스 이용 후 만족한다는 리뷰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단가 5000원 제한도 과감하게 풀었다. 실력 있는 전문가를 모시고자 함이었다. 이후 크몽이라는 플랫폼에 이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면서 시장도 점점 커졌다.

프리랜서가 주축이다 보니, 이들의 실력을 검증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서비스 등록 과정부터 철저하게 검증한다. 먼저 처음 등록 때부터 이용자가 실제 받을 서비스를 매우 구체적으로 세분화했다. 예를 들어 로고 디자인을 의뢰하면 수정은 몇 회까지 가능한지, 시안은 몇 개를 주는지, 결과물을 상업적으로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이다. 또 원본 파일은 주는지, 1회 수정에 얼마의 비용이 추가되는지 등을 자세하게 고지한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선 세세한 등록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전문성이 어떻게 상품화되는지 알 수 있고, 이를 이용자가 받아들였을 때만 거래가 일어나는 시스템이다. 물론 서비스 이용 후 구매자가 기록하는 리뷰와 평점 같은 데이터도 이후 거래에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한다.

아르바이트 매칭 플랫폼 서비스도 순항 중이다.

2018년 선보인 단기 알바 매칭 플랫폼 ‘쑨’이 잘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소 현장에서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고자 할 때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아르바이트생의 생각을 서비스에 반영했다. 알바 시장 역시 유연한 실시간 매칭이 성공의 관건이다.

유연한 고용 환경에 적합한 서비스 제공

크몽 창업 후 시장에 안착하는 발판이 된 건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트렌드 변화가 있었는데, 이것이 크몽의 성장세에 도움을 줬다. 먼저 IT 인력을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의 프리랜서도 크게 늘었다. 수익의 원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인식이 많이 바뀐 것도 한몫했다. 월급에 국한하지 않고 수익원 자체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이다.(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받았나?) 팬데믹이 시작된 뒤 신규 프리랜서 등록자가 두 배로 늘었다. 특히 IT 개발 분야에서 증가세가 확연하다.

팬데믹 이후 이뤄진 새로운 사업적 시도는 없나.

올해 작은 스타트업 두 곳을 인수했다. 한 곳은 마케팅 에이전시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에게 중개해주는 ‘마담’이란 플랫폼 업체다. 또 다른 곳은 젊은 개발자가 많은 ‘똑똑한 개발자’라는 스타트업이다. 크몽도 여전히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기업 규모가 제법 커지다 보니 재빠른 실행력이 아쉬웠다. 이 두 곳을 통해 젊은 개발자들을 확보하고, 더욱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시도해보고자 인수를 결정했다.

얼마 전 창립 10주년을 맞아 ‘크몽 프리랜서데이’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요즘은 어디서나 하이브리드가 대세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예전에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려면 퇴사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직장인 중 80%가 이미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프리랜서의 대중화가 이뤄진 셈이다. 크몽은 매년 6월 1일을 프리랜서데이로 정했다. 이를 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리랜서들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우리도 다양한 프로모션과 캠페인을 진행해 이들의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돕고자 한다.

크몽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우리는 프리랜서 시장을 개척했다. 그동안 미미했던 시장을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이제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할 차례다. 지금껏 채용 시장에서 정규직이 주류였다면, 앞으로는 이 시장에서 많은 부분이 유연한 형태로 바뀔 것이다. 크몽은 이를 ‘휴먼 클라우드’라고 정의한다. 바로 크몽이 추구하는 가치다.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적재적소에 필요한 역량을 제공하는 형태로 바꿔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개인이 한 기업에 종속된 채로 일을 했다면 앞으로는 여러 클라이언트와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전문성을 클라우드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한 회사에 고용된 형태가 아니라 훨씬 자유롭고 유연하게 일하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크몽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워크 해피(Work Happy)’다. 우리는 일하는 동기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는 회사다. 내가 창업에 나선 것도 그것 자체로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에 더 매진할 수 있었다. 크몽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핵심 가치는 일할 때 얻는 즐거움과 성장이다. 이 같은 동기로 일을 하면 훨씬 더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다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톱다운은 철저하게 지양한다. 팀원 개개인이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실천하는 프로세스를 선호한다. 크몽의 문화를 널리 전파해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프리랜서들도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정리=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207호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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