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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8) 김준영·윤일환 베이글코드 공동대표 

미래 경쟁력 좌우할 힘은 '데이터’ 

신윤애 기자
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의 8번째 주인공은 김준영·윤일환 베이글코드 공동대표다. 베이글코드는 한국에서 시작한 토종 기업이지만 글로벌시장에서 더 큰 주목을 받는다. 게임 개발사로 시작해 데이터-드리븐 모바일 퍼블리셔를 향해가는 이들의 여정에는 남다른 전략과 도전이 가득하다.

▎베이글코드 김준영(오른쪽)·윤일환 공동 대표.
“미국, 이스라엘, 영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핵심 인력으로 꼽히던 사람들이 입사하는 회사예요. 분명히 한국의 작은 게임회사인데 말이죠. 임직원 구성도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임직원 200여 명이 한국을 비롯해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등에서 근무하고 있죠. 기획은 미국에서 마케팅은 이스라엘에서 개발은 한국에서 진행되는 식이에요. 이 시대의 진정한 글로벌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는 베이글코드를 이렇게 소개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베이글코드 사무실에 들어서자 해외 지사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의 이름과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는 벽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보시다시피 전 세계에 직원이 있어요. 우크라이나에도 지사가 있어 전쟁으로 마음을 많이 졸이고 있네요. 전쟁 직전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했는데 고민하는 사이 전쟁이 발발해버렸죠. 이제는 총동원령이 떨어져서 오지 못해요. 격전지에 사는 직원들은 안전한 외곽지역으로 대피시켰습니다.”

윤일환 베이글코드 공동대표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임직원의 안위가 걱정된다는 이 회사는 박 대표의 말대로 글로벌기업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뿌리만큼은 한국에 두고 있다. 올해로 설립 10년 차를 맞은 베이글코드는 2012년 12월 카이스트, 포항공대, 서울대 출신의 한국인 개발자 5명이 모여 만든 모바일게임 회사다. 성수동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모여 웹툰, 패션 블로그, 콘텐트 추천 앱, 소셜다이닝 앱 등 다양한 실험작을 쏟아낸 후에야 모바일게임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까진 한국의 여느 스타트업의 시작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베이글코드의 꿈은 미국에 있었다. 한국 게임사들이 유독 빛을 보지 못했던 미국과 유럽권에서 성공하겠다는 목표로 곧바로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주력 게임도 미국의 대표적인 게임 장르인 ‘소셜 카지노’로 정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클럽 베가스와 에픽다이아몬드 슬롯, 잭팟조이 슬롯, 스타스핀 슬롯, 빙고레인 등을 서비스하는데, 대표작인 클럽 베가스와 잭팟조이는 최근 누적 다운로드수 5000만 회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게임의 인기 덕분에 회사의 성장세도 매우 가파르다. 2017년 13억원이었던 매출이 2018년 100억원, 2019년 361억원, 2021년 매출액이 81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년간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465.3%에 이른다. 성장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했고, 2023년을 목표로 IPO 준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화려한 성과와 글로벌 인력 구성 등에 이목이 쏠리지만, 사실 베이글코드의 저력을 알기 위해선 성장전략에 주목해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해외 게임사, 퍼블리셔와 제휴를 맺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글로벌 역량을 키운 똑똑한 전략가이기 때문이다. 김준영 대표는 “제휴나 인수를 통해 글로벌기업들이 가진 포트폴리오, 인력, 데이터가 모두 베이글코드와 공유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 후 베이글코드의 ‘글로벌 딜’을 목격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772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해외에 아무런 연고가 없던 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서구권에서 성공한 글로벌 게임사가 될 수 있었을까. 10년의 성장 스토리를 박진호 대표가 들었다.


▎해외 지사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의 사진이 걸린 벽 앞에서.
파트너사였던 미국의 빅피쉬게임즈에서 총괄이사로 있던 인력을 베이글코드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외에도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등지에서 잘나가던 인력을 채용한 케이스가 많은 걸로 안다. 해외에서 인재들이 몰려드는 ‘매력’이 뭔가.

김준영(이하 김): 당연히 이분들이 먼저 문을 두드린 건 아니다. 인재가 또 다른 인재를 데리고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인재 영입에 늘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다. 원하는 인재가 있으면 몇 년이 걸려도 끈질기게 노크한다. 함께 일하던 분도 있고 대학 후배도 있다. 실제로 뛰어난 리더를 영입했더니 그를 따르던 훌륭한 인재들이 따라 들어왔다. 그렇게 꾸린 팀이 많다.

윤일환(이하 윤): 말씀처럼 사업개발 부사장을 맡고 있는 제프리 립택(Jeffry Liptak)은 빅피쉬게임즈의 개발사 협력 총괄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우리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알게 됐고, 실무를 함께하며 서로의 능력을 높이 샀다. 3년 정도 설득한 끝에 우리 회사로 모셨다. 데이터 엔지니어링 분야를 고도화하려고 했을 때도 좋은 리더가 필요했다. 대학 후배 중에 미국에서 머신러닝, AI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대기업에서 데이터사이언스 팀을 이끄는 인재가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헬스케어 앱이었는데 유저만 2억 명이 넘었다. 2년 동안 이분을 설득했다. 자랑을 보태자면, 팀장급 외에도 우리 개발자들은 워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등 전설적인 게임을 만들었거나 미국 IGT, 호주 아리스토크랫이나 슈퍼셀, SG 등 메이저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김: 몇 년간 설득했다고 해서 매일 괴롭히는 건 아니다.(웃음) 우리는 우리 회사의 전망을 높이 평가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타이밍을 잘 살핀다.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를 떠나려고 하거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때가 바로 설득하기 좋은 적기다. 성장가능성 등 주로 비전에 초점을 맞춰 설득한다.

창업 초기로 돌아가서, 왜 소셜 카지노라는 장르를 선택했는지 묻고 싶다. 아무리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

김: 해외 진출에서 현지화가 중요한 요소이듯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무조건 현지에서 인기 있는 장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시장을 알기 위해 북미권 앱스토어의 톱 차트를 뽑아봤더니 매출 상위 100위권 중 25%가 소셜 카지노 게임이었다. 한국에선 할 수 없는 장르지만 미국에서는 가능성이 보이는 시장이어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윤: 소셜 카지노는 고포류(고스톱, 포커류)와 비슷한데 이런 종류의 게임은 플레이어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한 사람이 30년씩 플레이하기도 한다. 이 게임으로 꾸준하게 캐시플로를 만들어 그 경험과 자본으로 다른 시도를 해보자는 게 처음 계획이었다.

100개 중 25개가 소셜 카지노 게임이라면 이미 포화 시장이라는 이야기도 되지 않나.

윤: 창업 초기에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갔는데 휘황찬란하더라. 시청각적으로 큰 자극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소셜 카지노 앱을 켜보면 화려한 자극들이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에서의 느낌을 모바일에서 제대로 구현한다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초창기부터 글로벌 딜을 했다. 업력이 오래되거나 ‘대박’ 난 게임이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딜들을 성사시켰나.

윤: 맨땅에 헤딩을 했다. 막상 소셜 카지노 게임을 기획하려고 보니 한국인인 우리의 인사이트로는 부족했다. 이 시장을 잘 아는 해외 인력, 즉 새로운 동료가 필요했다. 그런데 아는 인력이 없지 않나. ‘구글링’으로 글로벌 카지노 회사 30여 곳의 리스트를 뽑아 일일이 전화를 돌려 협업 의사를 물었다. “한국의 게임 스타트업이다. 카카오게임을 출시한 경험도 있다. 혹시 결정권자와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내용이었다. 대부분 고객센터로 넘겨버렸고 두어 군데에서 거절 의사 메일을 받은 게 전부였다. 그러던 차에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경유를 위해 영국 런던히드로공항에 6~7시간 머물 계획이었는데, 이 시간을 활용하고 싶었다. 여러 영국 회사에 메일을 보냈고 ‘허니문’이라는 스토리 때문인지 만나주겠다는 회사가 있었다. 챙겨 간 정장을 입고 공항과 가까운 호텔에서 미팅을 진행했다. 이야기가 잘 진행됐고, 한 달 후 김 대표와 다시 영국을 방문해 계약을 했다.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게 해주면, 우리가 개발한 내용 중 리얼 카지노에 활용할 수 있는 부문의 소유권을 주겠다고 했다.

계약 후 업계에서 입지가 달라졌겠다.

김: 포트폴리오가 업그레이드되니까 국내의 대형 게임 퍼블리싱사끼리 비딩이 붙었다. 당시 모바일게임의 계약금이 1억~3억원이었는데 우리는 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는 펀드를 받아 준비했다. 하지만 한국 회사들은 소셜 카지노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출시 직전까지 걱정이 많았다.

출시한 게임의 성과는 어땠나.

윤: 안타깝게도 잘되지 않았다. 퍼블리싱사에 계약 해지 요청을 했고, 새로운 퍼블리셔를 찾아 나섰다. 해당 장르에서 미국의 톱티어로 불리는 게임 퍼블리셔 10군데에 콜드콜을 했다. 링크드인 같은 SNS도 활용해 임원들이 참여하는 콘퍼런스 등을 찾아다니며 우연히 만나려는 노력도 했다. 처음에 받은 투자금 10억원 중 1억원을 출장비로 빼놓고 출장을 열심히 다녔다.

김: 3개월 만에 1위 기업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2위 업체에서도 연락이 왔다. 이곳에선 더 적극적으로 일을 진행하려는 게 느껴졌다. 파운더가 직접 연락해 우리 회사를 매각하라고 하더라. “지금 팔면 너무 싸게 팔릴 거라서 팔지 않겠다. 다만 우리를 키우고 가르쳐줘라. 회사가 크면 그때 비싸게 팔겠다”고 말했다. 그 회사가 바로 제프리 부사장과의 인연이 시작된 빅피쉬게임즈다. 당시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회사 중 가장 비싼 계약금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800만 달러가 입금된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빅피쉬게임즈가 베이글코드에 관심을 보인 까닭은 뭔가.

윤: 우리의 탄탄한 개발 실력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당시에 빅피쉬에는 소셜 카지노 게임 회사와 계약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내부 정책이 있었다고 한다. 개발사 협력 총괄이사로 재직 중인 제프리가 괜찮은 소셜 카지노 회사를 추천해도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고. 그러다 1~2년 후 갑자기 CEO가 베이글코드와 계약을 할 것이고, 실무를 담당하라는 오더를 내렸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회사인지 알아보기 위해 제프리가 직접 우리 회사로 찾아왔다. 매일 밤을 지새며 개발 중인 때였는데, 제프리에게 작품들을 소개하는 등 밤새 이야기하며 어울렸다. 그때부터 제프리는 우리의 빅팬이자 최고의 파트너가 됐다.

2018년에는 영국 온라인게임 회사 ‘제이피제이 그룹(이하 JPJ 그룹)’의 소셜 카지노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당시 베이글코드보다 10배 넘게 매출을 올리는 회사였다. 인수 배경이 궁금하다.

윤: 퍼블리싱을 해보려고 2017년 직접 게임을 출시했는데, 매출이 잘 안 나왔다. 마케팅 비용을 20억원대까지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돈을 쓸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경쟁사들을 보면서 해답을 찾았다. 이들은 첫 번째 프로덕트의 성장 속도에 비해 두 번째, 세 번째 프로덕트의 성장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특징이 있었다. 비결은 거듭된 프로덕트 출시로 쌓은 유저 데이터베이스에 있었다. 유저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알게 되니 마케팅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JPJ그룹은 온라인 빙고 사이트인 ‘잭팟조이’와 ‘스타 스핀스’ 등을 운영하는 영국의 대표 온라인게임사로, 않은 시장 초창기부터 진입했던 회사여서 유저 데이터베이스가 상당히 많았다. 인수를 통해 JPJ그룹의 포트폴리오, 데이터베이스를 갖기 위한 전략이었다.

김: 인수 과정이 진행된 9개월 동안 우리도 매출이 10배 가까이 뛰어서 인수가 마무리될 때는 매출 차이가 크지 않았다. 물론 자금은 부족했기에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금 380억원을 받아 인수를 진행했다. 인수 후 베이글코드는 자체 개발한 ‘클럽 베가스’, ‘에픽다이아몬드 슬롯’ 게임을 포함해 ‘잭팟조이 슬롯’, ‘빙고 레인’ 게임 등을 자사의 소셜 카지노 게임 라인업에 추가해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로 거듭나게 됐다.

회사를 인수한 이후 영국 지사와 이스라엘 지사를 설립했다. 해당 국가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었나.

김: 그런 건 아니다. 영국 지사를 설립한 건 PMI(Post-Merger Integration, 인수합병 후 통합)를 위해서였고 이스라엘은 글로벌 소셜 카지노의 우수한 전문가가 많다는 점에서 선택하게 됐다. 텔아비브에 지사를 설립하는 동시에 플레이티카(세계 소셜 카지노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출신의 게임총괄, 데이터분석, 마케팅 담당 등 핵심 인력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외국인 인력은 어떤 부분에 특화돼 있나.

김: 처음 영국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할 때 실리콘밸리의 업무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데이터분석 분야가 매우 발달돼 있었서 그 방식을 많이 도입할 수 있었다. 데이터분석법은 사진을 찍거나 자료를 주는 등의 공유는 금지돼 있어 퇴근 후 호텔에 가자마자 곧바로 똑같이 그려서 기록해뒀던 기억이 있다.

시장 규모가 워낙 크니까 일찌감치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은 게 아닐까.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은 도입이 늦었던 거고.

윤: 맞는 말씀이다. 한국의 게임 시장은 작고 밀집돼 있다. 강남역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역 몇 군데에 광고를 진행하면 유저의 절반 이상에게 닿았다고 여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엔 그런 스폿이 없을뿐더러 범위도 너무 방대하다. 한국 게임사들이 처음 미국에 진출할 때 홍보, 마케팅 부문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처럼 마케팅 비용으로 500억원 정도를 들였는데 효과가 너무 미비했던 것이다. 미국에서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5000억원, 1조원은 써야 한다. 이마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재적소에 광고함으로써 비용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게임 개발사에서 시작해 데이터 엔지니어링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 같다.

윤: 처음 계획처럼 소셜 카지노는 미국 시장에서 톱티어에 오르기 위해 선택한 장르였다. 우리 회사의 성장 방향 세 가지를 알려드리겠다. 첫 번째는 소셜 카지노에 계속 투자함으로써 안정적인 캐시플로를 창출하는 것, 두 번째는 다른 장르의 신작을 출시하는 것인데, 현재 캐주얼과 전략 두 가지 분야에서 신작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은 데이터 엔지니어링 부서 강화다.

김: 데이터 엔지니어링 부문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데이터의 중요도를 깨달았고 기획, 개발, 마케팅 등 활용 분야도 무한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오피스, 영국과 이스라엘에도 담당 직원 30명 정도를 따로 두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는 2000억 개 이상이고 하루에 1억 건 넘는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이를 퍼포먼스 마케팅에 활용하면, 게임을 함께 시작한 5명이 한 달 후에는 모두 다른 화면을 보며 게임을 하는 결과가 나온다.

베이글코드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윤: 데이터-드리븐 모바일 퍼블리셔. 풀어서 말하면 데이터 관련 역량을 활용해 다른 회사의 성장을 돕는 역할이다. 개발부터 시작해 맨땅에 헤딩하며 배웠던 우리의 경험과 인재 영입으로 얻은 고급 기술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Good to Great’, 즉 좋은 회사를 발굴해 위대한 회사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김: 게임은 예술분야와 과학분야가 융합돼 있다. 시각적인 효과 등 예술성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이를 반복하는 게 어렵더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니까. 반면 과학의 영역은 반복할 수 있다. 과학이란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쌓아 올리는 것인데, 이런 회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0에서 1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0에서 1을 만드는 그 시기에 우리가 뛰어드는 거다.

게임업계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홍보 마케팅이지 않나. 듣기로는 지금까지 마케팅 비용으로 1000억원대를 썼다던데.

김: 지금 돌아보면 우스운 소리지만 100억원을 썼을 시절, 윤 대표에게 ‘이제 마케팅을 좀 알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1000억원대를 쓴 지금은 또 다르다.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마케팅은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직접 실험을 해봐야 비로소 깨닫는 영역이 있다. 이를테면 세상에는 이미 매체가 굉장히 많은데도 새로운 것이 계속 출시된다. 한국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다고 하는 규모가 5억~6억원인데 테스트를 통해 의미 있는 지표를 받아보려면 적어도 1억~2억원은 써봐야 한다. 계속 새로운 매체를 테스트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1000억원을 쓰면서 새로운 매체가 나올 때마다 테스트해봤고 그 과정에서 배운 부분이 많다.

윤: 퍼포먼스 마케팅 부문의 글로벌 인재도 영입했다. 에드테크가 발달한 이스라엘의 플레이티카에서 한 달에 3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쓰는 퍼포먼스 마케팅팀의 담당자를 영입했다. 그는 수천억원, 수조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면서 배운 노하우를 갖고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베이글코드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하나.

윤: 우선 양을 늘리려고 한다. 현재는 한 달에 광고 영상을 70개 정도 만드는데, 직원을 10배 늘려서 결과물도 10배 늘리려고 한다. 또 해외 인력을 십분 활용한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모델을 기용해 촬영하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스튜디오를 쓰기도 한다. 또 크리에이브팀은 7 대 3 법칙으로 전략을 짠다. 70%는 기존에 잘됐던 방식을 고수하고, 나머지 30%는 무조건 새로운 아이디어로 채우는 방식이다.

인력들이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어려운 점

김: 처음엔 언어와 시차가 가장 큰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화에서 비롯된 일하는 방식에서 생기는 차이가 갈등을 빚었다.

윤: 예를 들어 이스라엘 사람들은 당일 입사한 인턴 직원이라도 CEO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반론을 하며 토론을 펼친다. 그야말로 난상토론이다. 이스라엘 직원들이 항상 이기는 것 같다.(웃음) 그렇다고 그 의견이 항상 맞는 건 아니라서 난감할 때도 있다. 반대로, 한국인과 영국인은 다소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이어도 상급자가 한 말에는 우선 ‘네’라고 하고 그다음에 일 처리를 안 할 때가 있다. 이스라엘인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도 수긍한 것과, 수긍한 다음 일 처리를 하지 않는 것에 어리둥절해한다. 모두 제각각이지만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특징이고, 또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배워가며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상태다. 물론 코로나로 좀 더뎌지긴 했지만.

윤: 코로나가 도움이 된 부분도 있다. 서울사무소, 영국 지사, 이스라엘 지사 등 나라별로는 정보 공유가 잘되지만 국가를 넘어서는 원활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터지며 재택근무로 전환해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슬랙에서 진행했더니 하나부터 열까지 과정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보 공유가 활발해졌고, 국가 간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해졌다.

김: 인사가 만사고 만사가 인사다.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 ‘인재’라는 걸 잘 안다. 우리 회사의 구성원은 언어, 문화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킹덤(왕국)’보다는 ‘엠파이어(제국)’ 모델을 지향한다. 문화를 하나로 통합해 왕국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문화를 합쳐 하나의 제국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회사의 모습이다.

※ 박진호는…뷰티전문마케팅회사 뷰스컴퍼니를 2014년에 창업해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1500건이 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수집해 효과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K뷰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정리=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2208호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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