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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렬 해태제과 천안공장장, 이진향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심사관 

식품 안전관리의 강화 ‘스마트 HACCP’ 

김영문 기자
식약처가 더 철저한 식품위생 관리를 위해 스마트 HACCP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 HACCP 선도 사례로 꼽힌 해태제과와 이를 도운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관계자가 식품업체 공정의 ‘진화’를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이 계획한 스마트 HACCP은 식품안전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단계별 중요관리점(CCP) 모니터링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다. 해태제과는 2019년부터 대전공장을 시작으로 청주, 아산, 광주공장까지 확장해 도입하고 있으며 선도 사례로 꼽힌다. 지난 7월 14일 오후 해태제과 최성렬 공장장(왼쪽)이 대전공장 오예스 생산라인에서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 스마트기획팀 이진향 심사관에게 제품을 설명하며 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해태제과는 2019년부터 스마트 HACCP 특화 기초 사업에 참여했고, 2021년까지 고도화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해태제과 대전공장은 식약처와 인증원이 추진하는 이 사업에 발맞춰 식품 전 제조 공정을 디지털화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연동·제어해 스마트 HACCP 선도 사례로 꼽히는 곳이죠.”
-최성렬 해태제과 천안공장장

“스마트 HACCP은 스마트공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첨단 지능형 공장 인프라 위에 원료 입고, 보관, 생산 공정의 위생관리, 위해요소 관리까지 위생안전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시스템인 거죠. 2019년부터 식약처, 인증원이 스마트 HACCP 구축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진향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심사관


두 사람은 지난 7월 14일 해태제과 대전공장 내 오예스 제조 공정(천안공장 소속)을 돌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은 스마트 HACCP 선도 사례로 선정된 해태제과가 공정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돌아본 해태제과 대전공장은 오예스와 오예스 미니를 주로 생산하는 곳으로, 초콜릿 가공품 생산 공정에 스마트 HACCP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이다. 공정 자동화를 완료한 이곳은 위생관리가 반도체 공장보다 훨씬 더 철저하다. 공장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5단계에 걸쳐 손을 소독하고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방진복 두 개를 겹쳐 입고 덧신도 신어야 에어샤워룸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위생 관리 상태가 확인되어야 비로소 공정을 볼 수 있었다.

스마트 HACCP은 사람을 중심으로 했던 HACCP을 자동화한 시스템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로 “HACCP 원칙은 다 동일한데 업체마다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따라 위생 수준에 차이가 생기고, 특정 인증 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제도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이런 문제를 줄이고자 다양한 방안을 고민한 끝에 스마트 HACCP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사실 HACCP 마크는 우리가 식품을 고를 때 흔하게 접하는 표기로 풀어 말하면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이다. 식약처가 1995년 처음 국내에 도입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무적용에 나서면서 알려지게 됐다.

최성렬 해태제과 천안공장 공장장은 “이제 총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식품 제조업체라면 품목과 관계없이 모든 식품에 HACCP을 적용해야 한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 10개 중 9개는 HACCP 제품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해태제과 공장에서도 사람이 하다 보니 사후관리에 한계를 느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식품제조업체가 HACCP 기준에 맞춰 생산관리를 하고 나중에 식약처가 현장 데이터를 점검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식약처는 2019년부터 불시평가 체계로 전환했고, 안전조항을 준수하지 않으면 HACCP 인증을 즉시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도입해 엄격하게 감독하고 있다. 하지만 최 공장장 말대로 나쁜 의도가 없더라도 인간이 생산 전 과정에 개입하다 보니 사소한 과실이나 점검사항을 누락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게 스마트 HACCP이다. 이진향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하 인증원) 심사관은 “공장에서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해 식품안전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단계별 중요관리점(CCP) 모니터링을 자동화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 관리, 분석 등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라며 “인증원은 업종별 특화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에 참여해 식품업체의 스마트공장, 스마트 HACCP 구축을 지원했다. 해태제과는 2019년부터 대전공장을 시작으로 청주공장, 아산공장까지 전사가 나서서 스마트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인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우대 조치’도 생겼다. 식약처는 기존 HACCP 체계에서 매년 1회 불시로 공장 현장을 조사해 확인했지만, 스마트 HACCP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자체 평가로 전환한 것이다. 이 심사관은 “식품 생산공정에서 ‘모든’ 중요관리점에 자동기록관리 시스템을 등록한 업체에 준 혜택”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에 스마트 HACCP을 적용하면 제품 포장지 등에 관련 마크를 쓸 수 있고 인증원 홈페이지에도 등록업체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소비자가 식품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스마트 HACCP을 브랜드 마케팅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품질’은 중요한 요소다. 최 공장장은 스마트 HACCP 도입으로 식품 품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했다. 아울러 그는 “실제 공장에서는 스마트 HACCP 시스템 도입 후 쏟아지는 데이터를 품질의 ‘안정화·고도화’에 활용하려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공장장은 “특히 식품업계의 경우 생산성과 수율은 품질 안정이 이뤄진 후에 고려해야 하는 요소”라며 “품질 부문에서 문제가 생기면 회사 존망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도입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스마트 HACCP에 대한 오해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 심사관은 “스마트 HACCP 시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시범 사업에 참여할 업체를 찾는 중에 ‘식약처나 인증원의 감시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있었다”며 “중소·중견기업 스마트 HACCP 등록 지원 사업을 지원하면서 식품업체의 오해를 풀기 위해 매일 설득하러 다녔다”고 강조했다.

선도 사례가 없는 스마트 HACCP을 최초로 도입하는 공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최 공장장은 “오예스를 만드는 천안공장에서 처음 접목하면서 도입 선례가 없다 보니 식약처와 인증원이 머리를 맞대고 수십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중요관리점의 자동화 공정 방안’을 찾았던 것 같다”며 “사전에 중요관리점을 정하고 제품별·시간대별·계절별 원료와 제품 특성(예를 들어 오예스 빵의 수분, 두께, 중량 등)을 파악하고 공정의 온도·습도, 설비 부하도 등 많은 데이터를 보면서 품질 최적점을 찾아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해태제과 대전공장이 발 빠르게 스마트 HACCP을 도입할 수 있었던 건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일각에서도 신규 시설투자에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란 지적이 있다. 이 심사관은 “생산공정에서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마련된 업체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소규모 HACCP 업체도 자동 기록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프트웨어 이외에 자동화 센서 등을 도입하면 식약처가 소규모 업체에는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했다.

인력 구성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도 업체들이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공장과 HACCP 시스템을 자동화하면 그간 생산해온 식품의 온도나 두께 같은 상태를 점검하는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 업체들은 역할이 바뀐 직원을 재배치하거나 재교육해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해태제과는 어떻게 했을까. 최 공장장은 “장기적으로 AI(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을 통해 작업자의 개입 없이 식품이 원활하게 생산되는 공장이 되어야 한다”며 “그래서 스마트 HACCP 사업을 공정 구간별로 진행할 때마다 기존 투입 인력을 시스템 설치업체에 붙여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능력을 키우고 설치 작업도 같이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직원들이 설비 구조를 파악하고, 개선점까지 건의했다”고 말했다.

인증원 측은 재교육 과정을 만들어 도입 업체에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심사관은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할 때 지원을 받으면 반드시 관련 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식약처와 인증원도 스마트 HACCP 도입 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비대면 교육도 했다. 앞으로 대면·비대면 교육을 정례화해 도입 사업과 맞물려 진행할 계획”이라고 거들었다.

앞으로 식약처와 인증원은 해태제과와 같은 선도 사례를 발굴해 식품업종 중소·중견기업에 스마트 HACCP 등록을 지원할 생각이다. 이 심사관은 “식약처는 스마트 HACCP의 전 자동화를 위해 범용스마트센서 개발에 3년간 30억원, 선도 모델 기업에 1년에 10억원씩 5년간 최대 50억원을 지원하고 표준 모듈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최 공장장도 “해태제과 천안공장뿐만 아니라 청주, 아산, 광주공장 등에도 관련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고, 본사 경영진도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중소 협력사에 아낌없이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 대전=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202208호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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