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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Forbes Korea FAST-GROWING STARTUPS 2023] 이도경 마크비전 대표 

창작자와 혁신가의 수호자 

장봄이 기자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위조상품 판매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 온라인 위조상품 시장 규모는 2000조원에 달한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위조상품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크비전은 글로벌 명품 IP 침해 문제에 AI를 적용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큰 시장의 문제를 공략해야 큰 회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도경 마크비전 공동창업자 겸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출발점이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 아마존에서 위조상품, 이른바 ‘짝퉁’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판매자에게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글로벌 브랜드들은 지식재산(IP)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고민하며 자료를 찾다 보니 전 세계 위조상품 시장의 규모가 수천조원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서 출발한 벤처기업이 인공지능(AI) 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마크비전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IP 침해 문제에 AI를 적용한 마크비전은 온라인상에서 위조상품을 찾아 신고하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서비스를 글로벌 브랜드사에 제공한다.

지난 5월 8일 서울 강남 마크비전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나 지난 3년간 거둔 성과와 사업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마크비전은 2019년 이인섭 대표와 이 대표가 미국 하버드 로스쿨과 MIT에서 공동 설립했다. 아시아 태평양 거점으로 한국 지사도 운영하고 있다. 마크비전의 미션은 ‘디지털 세상에서 수많은 창작자와 혁신가의 창의성을 보호하자 (We protect human creative and enovation digital world)’이다.

이 대표는 마크비전이 하는 일이 사회에 주는 영향에 대해 강조했다. “해외에서 마크제이콥스나 톰브라운 등 브랜드 디자이너가 몇 년간 노력해서 만든 상품이 권리를 침해 당하는 것이 바로 위조상품 침해 문제다. 우리는 창작자들이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판매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대응을 자동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세상의 혁신과 창작물 생산에 일조하고 있다.”

마크비전의 위조상품 AI 플랫폼은 감지, 보고, 적용, 분석 순으로 진행된다. 먼저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몰에서 수백만 개에 이르는 목록을 스캔하고 시각적으로 유사한 제품을 식별한다. 가격, 제품 설명, 리뷰 등 데이터를 분석해 위조품을 구분해낸 후 위조품 침해 사례를 보고하는 식으로 전체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이후 판매자에게 브랜드의 위조자 관련 통지서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보호 결과를 분석해 침해 데이터를 표시, 사내 IP변호사가 침해 목록을 검토해 제거 프로세스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 대표는 “이미지를 분석하는 AI와 텍스트를 분석하는 AI 알고리즘을 운영하면서 위조상품 침해 행위를 모니터링해 특정 패턴을 AI가 훈련해서 자동화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1500여 개에 달하는 이커머스와 SNS상에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AI에 다양한 이미지 데이터 수백만 장을 학습시켜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AI는 전체적인 제품의 모양, 색깔, 패턴 등 다양한 항목을 정품과 얼마나 유사한지 파악한다. ‘유사성’ 판별이 서비스의 가장 큰 관건이다.

“예를 들어 상품 타이틀이 제대로 적혀 있는지, 정품과 사이즈가 동일한지 등 유사성을 먼저 판별하고 텍스트 정보와 함께 위조상품으로 예상되는 목록만 고객사에 전송한다. 고객사는 최종 검토를 거쳐 가품 신고를 신청하게 된다. 전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이커머스나 SNS에 신고를 하고 있다.”

실제로 위조상품은 기업의 IP 침해뿐만 아니라 매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내부에서 하나하나 관리하거나 법무팀 등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마크비전의 AI 플랫폼은 이러한 고객사의 비용을 크게 절감하면서 위조상품으로 새어 나가는 매출을 되찾아줄 수 있다.

마크비전의 AI 플랫폼을 이용하면 위조상품 관리 비용을 최대 30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 이 대표는 “평균적으로 위조상품에 대응하는 비용을 10분의 1에서 30분의 1가량으로 줄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100분의 1까지 비용을 낮춘 기업들도 있다”면서 “고객사마다 다르고 산업 분야마다 다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는 기존의 10~30% 정도로 비용 감축이 가능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에서 위조상품 판매에 대한 경고장을 보내려면 적어도 100만원 안팎의 비용이 필요하다. 경고장 수천 장을 보낸다고 했을 때 기존에는 수억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마크비전의 가장 큰 고객사는 세계 최고 럭셔리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다. 그룹 내 4개 브랜드를 비롯해 젠틀몬스터, 디스이즈네버댓, 마르헨제이, 아크메드라비, 레진코믹스, 네이버웹툰, 포켓몬코리아 등 100여 개 글로벌 브랜드와 콘텐트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배경에는 루이비통코리아 회장과의 인연이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사업 초창기에 한국 루이비통 조현욱 회장을 만나 마크비전의 사업 내용을 설명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사업성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력과 꾸준함을 지켜보고 루이비통 글로벌 그룹과 협업할 수 있도록 연결해줬다. 최근에도 사업 확장과 관련해 조 회장의 지지와 후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LVMH 방한행사서 기술 소개


이 대표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열린 LVMH 총괄회장의 방한 행사에 참석한 것을 올해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서울에서 열린 총괄회장의 방한 행사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지난해 LVMH 이노베이션 어워드에 참석했던 IT 기반 스타트업 중에 데이터&인공지능 부문에서 마크비전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상하면서 IT 기업 중에 유일하게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행사에서 우리 기술을 다시 한번 소개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파리 비바테크 기간 중에 열린 행사에서는 75개국에서 1000여 개 기업이 지원했는데 최종적으로 7개 기업만 선정돼 7가지 카테고리에서 수상했다. “우리는 AI 데이터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올해는 아르노 회장과 일가를 비롯해 그룹 임원 100여 명 정도가 서울을 방문했는데, IT 기업 중에 마크비전을 초대해 전체 경영진 앞에서 발표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마크비전의 독보적인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국내에서 위조상품 자동화 AI 기술을 자체적인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서 운영하는 곳은 마크비전이 유일할 것”이라며 “다른 경쟁사들은 다양한 오픈소스 알고리즘을 가져다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또 대형 포털이나 플랫폼들은 위조상품 필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위조상품 적발업체들도 AI를 접목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20년 이상 회사를 운영한 곳이 많지만 AI 접목한 것은 아니고 대부분 법무팀에서 담당했다. 최근 들어 이들도 자동화된 플랫폼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기술 흐름에 맞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 인정에 대한 근거로 “소프트뱅크벤처나 와이콤비네이터 등 전통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곳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마크비전이 유일하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업계에서 손꼽히는 투자자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기술력과 혁신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2500만 달러(약 320억원)가 넘었다. 기술력 인정에 대한 방증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2019년 이인섭 대표와 위조상품 문제 주목”

이 대표는 대학시절 하버드 로스쿨에 재학중이던 이인섭 공동대표를 만났다. 함께 위조상품 문제를 논의하다가 시장성과 향후 전망을 높게 봤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스케일이 있는 회사로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해 B2B 영역에서 기업을 설립해보자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출발하게 됐다. 현재 직원은 100명이 넘는다.

그는 영업 책임을 주로 맡고 있다. “서비스 개발뿐만 아니라 B2B 마켓에서 글로벌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해외 세일즈 마케팅 담당 인원이 전 직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창업자로서 창업 첫날부터 현재까지 고객 유치를 위해 최전선에서 함께 뛰고 있다. 특히 첫 고객사 10곳은 직접 유치했다.” 이어 “기존 고객 관리 차원에서 고객사 대표들을 주기적으로 만나 마크비전에 대한 피드백이나 고객사가 당면한 새로운 문제, 사업 전개 방향 등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마크비전의 미래 방향이나 지원, 대안책 등도 중요한 업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사업 성과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고객사 한 곳은 중국 바이어와 미팅 중에 바이어가 고객사의 가품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국 플랫폼에서 구매한 의류라고 했는데 가품인 것을 확인하고, 마크비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가품 판매에 대한 인식이 있었으면 마크비전을 도입해 사전에 가품 판매를 막고 상당량의 매출 회복을 이뤘을 텐데 이후에 실질적인 효과와 이익을 얻었다고 평가해준 적이 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이전부터 창업가나 기업가를 꿈꿨다. 그는 “10년 전부터 기업인 자서전이나 경제 관련 책들을 읽으며, 기술산업 안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때부터 창업의 꿈을 키워오며 장사를 하기도 하고 작은 규모로 여러 사업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졸업 이후에는 경영전략 컨설턴트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스타트업 데일리호텔에서 투자 총괄을 맡았다. 그리고 이인섭 대표를 만나 사업 파트너가 되어 함께 출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패션 럭셔리 범주 내에 있는 기업 외에도 콘텐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IP가 사업 핵심 역량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IP 종합관리 솔루션으로 마크비전을 키워나가고 싶다.”

※ 이도경 대표는···코넬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 컨설턴트 데일리호텔 해외투자총괄 마크비전 공동 창업자

- 장봄이 기자 jang.bomyi@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202306호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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