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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Forbes Korea FAST-GROWING STARTUPS 2023] 김한주 아임뉴런 대표 

알츠하이머 공략하는 산학융합 모델 

장봄이 기자
국내 최초로 산학융합 모델을 실현한 알츠하이머 신약 벤처기업 아임뉴런이 부상하고 있다. 초선택적(Super-selective) 항체 뇌 전달 플랫폼 ‘트랜스맙’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적으로 성균관대, 유한양행과 CNS 파트너십을 체결해 기초연구부터 신약개발 전 과정에 걸친 원스톱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알츠하이머 신약을 개발하는 아임뉴런은 국내에서 처음 ‘산학융합 모델’을 실현해 주목받았다. 성균관대학교와 유한양행, 아임뉴런이 만나 중추신경계질환(CNS) 파트너십을 체결해 거둔 성과다. 첫 번째 산학융합 모델로 설립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인프라와 역량, 자본을 공유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5월 12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를 찾았다. 성균관대 내 N센터 연구소에는 아임뉴런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60여 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데, 기초연구부터 신약개발 전반에 걸친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사무실에서 만난 김한주 대표는 제일 먼저 아임뉴런의 융합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유한양행에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고, 성균관대는 교육과 기술논문 성과 관점에서 협력하고 있다. 또 우리는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생 구조에서 하나의 틀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학내에 사무실이 있는 만큼 연구실과 인재 교류도 활발하다. 아임뉴런은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리서치 펠로십은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박사과정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신약 개발 연구에 참여하는 경험과 교육과정을 제공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인턴십 기회를 주고 있다. 현재는 대학원생 6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사무실이 있는 N센터 옆에 C센터를 짓고 있다. 2025년 완공 예정이며 글로벌 수준의 뇌과학 인프라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김 대표는 “융복합 산학 연구기관으로 1·2층에는 혁신벤처 뉴로테크놀로지학과, 3·4층에는 아임뉴런 연구소, 5·6층에는 유한양행 연구소가 들어오게 된다”며, 원스톱 CNS 산학융합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아임뉴런의 김 대표가 지난 4년간 공들여 온 가장 큰 성과이기도 하다. “미국, 유럽 등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산학연구소 기업들이 다수 존재했지만 국내에서도 특별하게 산학을 융합했다는 점에서 설립 이후의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다.”

빅파마서 10년 넘게 신약 개발 경험

김 대표는 에자이, 노바티스 등 빅파마(대형 제약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글로벌 바이오 관련 경험을 쌓았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 사업개발팀에 4년 정도 근무했다. 이후 유한양행의 투자를 받아 성대 화학과 김용호 교수,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서민아 교수와 2019년 4월 아임뉴런을 공동 설립했다. 아임뉴런은 설립과 동시에 성균관대와 43억원 규모의 기술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유한양행을 포함한 3자는 산학융합 뇌질환 R&BD 생태계 구축 협력사업 계약을 맺었다. 현재까지 투자 유치 금액은 총 500억원이고, 시리즈A에서 3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를 토대로 개발한 아임뉴런의 핵심기술이 바로 ‘트랜스맙(Transmab)’이다. 트랜스맙은 뇌혈관에 많이 존재하는 트랜스페린 수용체(TfR)에 약하게 결합하는 다수 펩타이트를 치료항체에 결합해 제작한다. 대부분 뇌혈관을 투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뇌혈관 투과가 중요한 이유는 뇌와 혈관 사이에 존재하는 뇌혈관장벽(BBB)이라는 구조 때문이다. 외부 물질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치료제 뇌 투과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BBB를 투과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치료제를 뇌로 전달하는 원천기술 개발과 새로운 접근법(INR301) 개발, 산학연병(産學硏病)으로 넓어진 신개념 바이오 생태계 구축, 글로벌 수준의 뇌과학 인프라 시설 구축 등이 회사의 해결 방향이다.

김 대표는 트랜스맙과 관련해 “뇌혈관에 항체를 투과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며 “스위치 원리로 큰 항체도 뇌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과학적인 기술에 대한 특허를 냈고, 여러 가지 항체도 동시 탑재할 수 있다는 게 이 플랫폼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스맙 기술은 현재 다양한 항체를 적용하는 과정에 있다. 장기적으로 유한양행과도 플랫폼 기술이전을 계획 중이다.

PD-1 타깃 알츠하이머 신약 도전


현재 아임뉴런이 주력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INR301’이다. 면역 항암제의 주요 타깃인 PD-1/PDL1 단백질이 암세포뿐만 아니라 뇌 면역세포에서도 과발현돼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알츠하이머병 등 뇌질환 치료제의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발현된 PD-1/ PD-L1의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것이 신약 원리의 핵심이다. 기존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 단백질 축적 등이 주로 언급됐다.

김 대표는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PD-1/PD-L1이 과발현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중요하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논문에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신약개발 과정에서 굉장히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치료 원리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는 해외 이뮤노브레인체크포인트와 국내 셀레닉스가 있다. 이뮤노브레인체크포인트는 임상시험에 돌입해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상황이다. 다만 타깃 항체의 뇌 속 투과율은 아임뉴런이 월등히 높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아임뉴런의 전체 파이프라인은 INR301, INR302, INR303, INR304 등 총 4가지다. INR301이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를 위한 혁신신약(First-in-class)의 초선택적 BBB를 침투하는 항-PD-L1 항체로 전임상 단계에 있고, INR303 역시 최초의 초선택적 BBB 침투 타우항체다.

아임뉴런의 사업 방향은 현재 두 가지다. 첫째는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해외 제약사들과의 협력이고, 둘째는 파이프라인 자체를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김 대표는 “외국에서 중추신경계에 특화돼 있는 저명한 바이오테크 회사와 비밀준수 계약을 맺고 타우 단백질을 공략하는 알츠하이머 항체 신약 후보물질에 트랜스맙을 적용한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트랜스맙에 2개 항체를 적용해서 플랫폼을 만드는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어 “트랜스맙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딜을 해나가면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파이프라인 등을 임상시험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알츠하이머 시장의 문제는 상용화된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알츠하이머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신약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많은 자금을 투입하며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안전성 문제 등으로 상용화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65세 이상 치매·알츠하이머 환자는 1억3500만 명에 달한다. 2050년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6명 중 1명으로, 약 302만 명으로 추정된다. 국내 치매관리비용도 100조원 이상이다. 전 세계 치매관리비용은 1416조원으로 집계됐다. 김 대표는 사회적 비용 관점에서도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비용차원, 신약 상용화 시급

그는 “치료제가 개발되면 질병 확산 속도를 늦추고 사회적 생산성에도 기여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많은 다국적 제약사가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항체가 뇌 안으로 전달되지 않아서 더 좋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용량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트랜스맙과 같은 플랫폼이라는 것. 김 대표는 “개발한 항체를 플랫폼에 탑재해 더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부작용이 감소하고 비용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표준 기술화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2가지다. 다국적 제약사인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이 2021년에 승인받았고 올해 ‘레켐비(레카네맙)’가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도나네맙’이 순조롭게 허가 과정을 밟고 있다.

김 대표는 치료제 상용화에서 핵심은 ‘안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허가된 알츠하이머 신약은 모두 뇌 속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제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아밀로이드베타가 질병의 원인이라는 학설에 대해서는 최근 상반된 논문들이 나오면서 연구 가설 자체에 논란이 생긴 상태다. 특히 신약의 염증 반응에 문제가 있다는 건데, 환자 사망 케이스까지 나오면서 사실상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많은 신약 개발사가 문제가 되는 염증반응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기전을 사용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치료제 허가에도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상용화에 성공하고 세 번째 신약 허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한주 대표는··· 펜실베이니아의대 임상통계 졸업 엘리간, 노바티스, 에자이 등 바이오통계 부문 총괄 유한양행 연구개발(R&D)전략 팀장 아임뉴런 설립

- 장봄이 기자 jang.bomyi@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306호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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