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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명상, 제주의 위로 

 

정소나 기자
제주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이면 그림 같은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섬 제주. 특히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며 긴 휴가는 언감생심인 CEO들에게 하루이틀의 여정만으로도 근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주는 매력적인 휴식처다. 치열하게 보낸 한 해의 끝,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온전한 휴식과 충전, 치유와 위로를 경험케 하는 제주 웰니스 여행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제주의 풍경이 전시된 갤러리’에 머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새롭게 리뉴얼된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 / 사진:제주관광공사
웰니스의 섬, 제주의 재발견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명소이다. 최근 익스피디아 그룹 호텔스닷컴이 여행객들의 여행 동기와 목적지를 전망해 펴낸 연례 보고서 ‘언팩 25’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여행 올 때 가장 많이 찾는 지역으로 제주도가 꼽혔다. 또 한 달 살기 플랫폼 리브애니웨어의 2024년 1분기 예약자 기준, 국내에서 장기 여행으로 가장 많이 떠나는 지역 역시 ‘제주도’로 확인되었다. 이렇듯 제주만큼이나 웰니스(Wellness: 인간의 삶에 중요한 모든 영역이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와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이번 여행은 제주관광공사에서 마련한 ‘2024-2027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투어’의 일환으로, 제주에서 제대로 쉬는 경험을 제안하고, 컨디션을 회복해 힘차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드넓은 목장에서 즐기는 천연 염색


▎방품림으로 심은 300년 넘은 토종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에 자리한 제주 동백마을.
여행의 시작은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 자리한 성이시돌목장이었다. 1954년 선교를 위해 제주도에 건너온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가 자립이 필요한 제주도민을 위해 만든 목장이다. 한때 100만 마리에 가까웠던 면양과 동양 최대의 돼지목장, 치즈·우유 공장, 수천 마리의 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젖소, 한우, 경주마를 사육하는 곳이다. 이곳을 방문한 목적은 제주의 풍경을 염색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하며 만나기 위함이었다. 2024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웰니스 커뮤니티’에 선정된 씬오브제주(Scene of Jeju)에서 스튜디오가 아닌 목장에서의 천연 염색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계절에 어울리는 제주의 나뭇잎들로 오가닉 에코백 위에 직접 디자인한 후 염색물을 찌는 동안 손종률 목장장님의 안내로 이시돌목장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물을 펼쳐보는 시간, 꽃잎과 달리 염색 시 나뭇잎의 형태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동일한 에코백임에도 각기 다른 디자인의 염색 결과물이 완성됐다. 염색을 체험하는 동안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대로 당장의 걱정이나 조바심을 내려놓고 즐겁게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행지에서의 체험을 통해서도 웰니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주의 맛과 멋을 음미하는 티타임


▎제주의 물과 바람이 키우고 제주 농부가 정성으로 거둔 잎차와 꽃차를 맛보며 고요한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제주 로컬 티 하우스 회수다옥.
목장 초원 위에서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염색 체험을 한 터라 한기가 느껴졌다. 이제 따스한 티로 몸과 마음에 온기를 더할 차례. 예로부터 물 맑기로 이름난 회수동에 자리 잡은 제주 로컬 티 하우스로 향했다. 회수다옥(回水茶屋)은 한자 이름처럼 물이 돌아 흐르는 샘이라는 뜻으로, 옛 지명 도래물로 불릴 만큼 좋은 물로 끓이고 제주의 제철 재료로 우려낸 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회수다옥도 2024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웰니스 커뮤니티’에 선정되었는데, 차와 함께하며 고요한 명상을 즐기거나 여럿이 함께 차를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이날 경험한 제주 프리미엄 티 맡김차림은 회수다옥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일명 ‘티마카세’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의 물과 바람이 키우고 제주 농부가 정성으로 거둔 잎차와 꽃차를 팽주가 계절에 맞게 내어주며, 각 차의 특징이나 맛, 음용법까지 세심하게 안내해주었다. 무화과잎차와 제주푸른콩두유, 현미들깨가래떡을 시작으로 하늘눈물, 진피홍차, 제주덖음차, 목련꽃차와 각각 어울리는 제주당근란, 제주녹두란, 제주감귤정과, 무정과, 오메기떡, 제주용과를 마시고 맛보며 한 시간 남짓 차의 매력에 흠뻑 취했다. 계절이나 시기에 딱 맞도록 구성된 다양한 차를 경험하며 오롯이 차에 집중하는 다도 시간을 통해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을 쪼개 ‘차 명상’을 즐기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선셋 요가부터 선라이즈 러닝까지, 자연이 선사하는 휴식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누리기 위한 숙박시설은 여행의 질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이번 제주여행은 새롭게 리뉴얼된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의 리조트동 숙박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성산일출봉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향해 있는 표선에 자리한 해비치 호텔&리조트는 개장 2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전면 리뉴얼해 프리미엄 리조트로 완벽히 거듭났다. 전 객실 모두 거실과 침실 공간이 분리된 특급 호텔 스위트급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표선 바다의 풍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가 딸려 있어 일출 풍경이 기대되는 공간이었다.

2024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힐링·명상’ 분야에 선정된 만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의 웰니스 프로그램은 이미 투숙객들 사이에서 인기다. 그중에서도 너른 잔디 위에서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을 바라보며 바닷가의 정취를 만끽하고 요가와 명상을 경험할 수 있는 선셋 요가는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야외에서 운영되는 정규 프로그램은 4월부터 10월까지만 진행되는데,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요가 수업이 마련되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요가를 하며 몸을 움직이고, 자연과 함께하는 명상과 위로의 시간을 만끽했다. 요가를 마친 후 리조트동 VIP 공간인 ‘모루 라운지’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따뜻한 티타임을 가졌는데, 숨겨진 별실에는 최우람 작가의 키네틱아트 작품 ‘우나 루미노 캘리더스 스피리투스(Una Lumino Callidus Spititus)’가 전시되어 있었다. 모든 조명을 끄고 작품의 움직임을 감상하니 어수선한 마음이 차분히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또 성인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리조트 야외 수영장은 밤 10시까지 운영되는데, 사계절 온수풀로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자쿠지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진정한 휴식과 숙면을 통해 완벽한 충전을 마친 다음 날 아침,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미리 신청해둔 웰니스 프로그램에 나섰다. 상쾌한 아침을 여는 ‘선라이즈 런’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바이크라이딩’을 선택할 수 있는데 바닷길을 따라 나 있는 제주 올레길 4코스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상쾌한 아침 운동 후에는 야외 정원과 바다 전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레스토랑 ‘이디’에서 퀴노아와 아보카도 등 슈퍼푸드로 구성된 ‘헬시 브렉퍼스트’를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의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은 해당 혜택이 포함된 패키지 예약 시에 사전 신청 후 이용할 수 있다.

300년 넘은 동백나무가 숨 쉬는 숲

제주 웰니스 여행의 마지막 여정으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에 자리한 제주동백마을로 향했다. 300년 전 이 마을에 처음 정착한 이가 방품림으로 삼나무 대신 심은 토종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마을로, 2024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웰니스 커뮤니티’ 부문에 선정되었다. 제주에서 많이 보이는 화려하게 피어나는 동백은 대부분 관상용으로 개량된 애기동백인데, 이 마을에서는 약용 효과가 있는 토종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차나무과의 약용식물인 동백나무(제주어로 동박낭)는 거친 제주의 바람을 막아줬을 뿐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은 그 열매로 기름을 짜서 잔치 음식을 위한 귀한 식재료로, 상비약처럼 기침에 쓰이는 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2007년, 마을 설립 300년을 맞아 <동백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한 동백마을보전연구회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이 채취한 동백 씨앗을 수매하고, 마을 내 동백방앗간을 운영한다. 또 동백 열매에서 추출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마을의 자원적 가치를 높이고 후손에게 아름다운 숲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주워 모은 동백 씨앗들은 마을 내 동백방앗간에서 착유하는데, 수매한 씨앗을 일일이 손으로 고른 후 용도에 맞게 볶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방앗간에서 갓 짜 내린 고소한 동백기름을 맛보고, 따뜻한 동백기름을 듬뿍 넣은 동백비빔밥 한상차림으로 호사를 누렸다. 이 밖에도 동백기름으로 만드는 고사리파스타 쿠킹클래스, 동백오일을 활용한 비누·화장품을 만드는 체험도 인기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 제주 토종 동백을 만나고, 제주 차와 미식에 눈뜨고 제주 색과 멋에 빠져든 1박 2일은 온전한 충전과 치유, 휴식의 시간이었다. ‘<숨>쉬러가는 제주, 웰니스 아일랜드’라는 제주 웰니스 캠페인처럼 휴식과 충전이 필요한 날, 주저 없이 제주로 ‘숨’ 쉬러 떠날 생각이다. 그때는 또 다른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를 체험한 후 동백나무 숲에서 고요한 명상을 하고, 제주 곳곳을 여행하며 제주가 주는 영감과 위로를 흠뻑 받고 돌아오려 한다.

- 제주=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202412호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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