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분노의 정치, 그 속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단순한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갈등 속에 상호 대립하는 양당 정치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이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수의 기업가가 깨닫고 속속 자신의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니코틴 사업을 시작한 터커 칼슨이 대표적 예다.

▎ 사진:PHOTOGRAPHS BY JAMEL TOPPIN FOR FORBES
에너지가 넘치는 터커 칼슨이 브라이언트 폰드에 있는 자신의 헛간 건물로 들어섰다. 브라이언트 폰드는 송어낚시로 유명한 메인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폭스뉴스의 전직 간판스타였던 칼슨은 이제 이 헛간을 자신의 본부로 삼고 있다. 그가 미끄러지듯 지나간 벽 위에는 고양잇과 야수의 가죽이 걸려 있었고, 책장에는 마크 테니엔의 『비밀은 없다(No Secret Is Safe)』부터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괴벨스 일기(The Goebbels Diaries)』 까지 도발을 목표로 삼은 듯한 제목의 책들로 가득했다.

누른도요 몇 마리를 사냥하고 돌아온 칼슨은 사냥용 재킷에서 28게이지 산탄총 실탄을 꺼내 치우고 커피콩을 직접 갈기 시작했다. 대선 전날이었다. 부재자 투표로 이미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준 칼슨은 머리를 단장하고 몇 시간 후면 플로리다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마라라고에서 일론 머스크, 마조리 테일러 그린 등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대표적 인물들,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이자 차기 대통령이 될 트럼프와 나란히 앉아 개표방송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공해서 엄청난 돈을 벌면 당연히 좋겠지만, 이건 비즈니스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칼슨이 작은 플라스틱 통에 혀를 살짝 넣어 니코틴 파우치 2개를 꺼냈다. “이건 분노 때문입니다.”

유념해둘 발언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미국에 있는 모두가 정치 이야기로 여념이 없는 날, 칼슨이 선거를 논하지 않고 자신의 입술 사이에 밀어넣은 니코틴 파우치 ‘알프(Alp)’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 전 출시된 알프는 칼슨이 사업 파트너와 50대50으로 지분을 보유한 브랜드다. 둘째, 이미 양극화된 미국에서 당파적 분노는 점점 비즈니스 전략이 되어가고 있지만, 칼슨은 평소답지 않게 그 부분을 축소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분노가 돈이 된다는 건 이미 미디어산업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누구보다 선두에 선 미디어는 칼슨이 몸담았던 폭스뉴스다. 이후 우파에서는 뉴스맥스와 OAN이, 좌파에서는 MSNBC와 영 턱스(Young Turks)가 모방 전략을 채택했다. 2020년 들어서는 SNS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서 각각 트위터와 유튜브를 모방한 우파용 SNS인 트럼프의 트루스소셜(Truth Social)과 럼블(Rumble)이 등장했다(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후 엑스로 새롭게 명명된 트위터도 비슷한 방향으로 넘어갔다). 합해서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에 달하는 이들 채널은 같은 논조의 정보만 전파하며 편향성을 확대하는 에코챔버(echo chamber)의 역할을 했고, 이는 2024년이 역사에 길이 남길 (그리고 시민 역할에 아주 위험한 영향을 줄) 유산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관심은 조금 덜 받았지만, 트럼프 시대가 이끌어낸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도 있다. 이들 기업들은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사업에도 당파에 따른 정치색을 입히고 있다. 이들은 벤앤드제리스(Ben&Jerry’s)나 스바루(Subaru) 같은 전통적 좌파 기업이나 심야 TV 방송에서 트럼프 기념주화를 판매하던 장사꾼들이 보여준 애매하고 흐릿한 연관성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실제 상품과 서비스에 우파 사상을 입혀서 우파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다. 금융을 예로 들어보자.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가 설정한 반진보 성향의 스트라이브 ETF가 투자금을 모집하고, 래리 엘더(Larry Elder)와 벤 카슨(Ben Carson)이 설립한 올드 글로리 뱅크(Old Glory Bank)가 예금을 예치한다. 리테일에서는 “미국의 전통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들이 만든 제품만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퍼블릭 스퀘어(Public Square)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미국의 차세대 번영을 이끄는” 기업들에만 투자하는 1789 캐피털에 합류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터커 칼슨의 채널 터커 칼슨 네트워크(Tucker Carlson Network)도 1789캐피털의 투자를 받는다. 자폭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빠르게 자신의 신뢰도를 망가뜨렸던 루디 줄리아니는 최근 유기농 커피 브랜드를 론칭해 판매하고 있는데, 포장 용기에는 검사 시절의 루디와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80대 루디가 나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루디 커피를 선택한) 당신은 우리의 소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진리와 정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후원하는 거죠.”

마이크 린델의 마이필로(MyPillow)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모두가 필요로 하는 베개를 선택해 매일 밤 잠들기 전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2019년 3억 달러까지 도달했던 매출은 2020년 그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쳤다.


▎메인주로 온 칼슨 / 메인주 브라이언트 폰드에 있는 헛간에서 터커 칼슨을 만났다. 칼슨은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촬영하거나 누른도요를 사냥한다. 그의 새로운 니코틴 파우치 알프 론칭을 기획한 곳도 바로 이 공간이다. “알프는 보수의 철학을 담은 제품이 아닙니다. 그냥 니코틴 파우치일 뿐이에요. 어떤 정치적 색깔도 없습니다.”
요즘은 칼슨 덕에 우리 잇몸까지 정치적 의견이 들어 간 니코틴 베개 위에서 쉴 수 있게 됐다. 칼슨은 유럽 알프스산맥에서 이름을 따온 ‘알프’를 정치적 상품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니코틴 파우치를 “미국의 입술 베개”라 부르면서 알프가 “자유 시민”을 위한 니코틴 제품이라고 홍보한다.

그는 “자유 시민에게는 일종의 홀가분함이 있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사람은 두렵지 않습니다. 언제든 웃을 수 있죠. 저는 지금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두려움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합니다. 두려움에 가득 찬 나라가 되어버렸어요. ‘해고되는 건가? SNS에서 공개 저격을 당하고 욕을 먹는 건가? 틱톡에서 누군가 나를 인종 차별주의자로 규정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의 안개가 온 국가를 짓누르고 있는데, 이제 이 안개가 걷히는 듯합니다.”

55세인 칼슨에게 새로운 사업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결연히 맞서는 것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엿을 날리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 세계 다 그렇습니다. 그/그녀/그들 같은 대명사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기업들의 세계요. 더는 못 들어주겠어요.” 그가 말했다. “진짜 신물이 나요. 저는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재빠른 변신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칼슨은 트럼프의 백악관 귀환만큼 놀라운 컴백을 선보였다. 20개월 전만 하더라도 그는 (음모론과 인종차별적 이데올로기라는 비난마저 받았던) 극단적 견해, 공개적 플랫폼에서 사실을 왜곡하며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폭스뉴스는 개표기 제조사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즈에 합의금 7억8750만 달러 지불), 상사에게 내보인 혐오(한 여성 중역을 여성 성기를 지칭하는 비속어로 부른 문자내용 공개)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며 비난을 받았다. 당시 <터커 칼슨 투나잇> 프로그램이 저녁 8시 시간대를 꽉 잡고 있었지만, 폭스 최고경영진은 결국 별다른 해명 없이 그를 해고해버렸다. (칼슨은 해당 여성 중역에게 썼던 욕설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말을 쓴 것이 성차별적 의도는 아니었고 자신은 “그 사람을 정확히 표현한 단어”를 썼을 뿐이며, 그 말을 썼을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담았다”고 말했다.)

폭스뉴스가 제공해준 이름값 높은 플랫폼과 연봉 15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모두 잃게 된 칼슨은 메인주 숲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칩거하며 귀환을 준비했다. 칼슨에게 변신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시청률 최고의 TV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지만, 시청률 최하였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칼슨은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명망 있는 언론인이었고, 이후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ice of America) 이사를 지냈다가 외교관으로 복무했다. 어머니는 그가 6살 때 아버지를 떠났고, 아버지는 스완슨(Swanson) 냉동식품 제국의 상속녀와 재혼했다. 칼슨은 스위스 기숙학교로 가게 됐고, 그곳에서 담배를 배워 애연가가 됐다.

커리어의 시작은 잡지에 기고하는 작가였다. 처음 큰일을 맡았던 곳은 빌 크리스톨(Bill Kristol)의 보수적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Weekly Standard)였고, 여기에서 그는 날카로우면서 재치 넘치는 특집 기사들을 써냈다. 논쟁 기술이 뛰어나고 관점이 뚜렷했던 그는 2000년 CNN에 합류하며 TV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CNN에서 그는 정치 토론 프로그램 <크로스파이어(Crossfire)> 공동 진행자로 나섰고, 호전적인 보수 정치관과 나비넥타이로 유명해졌다. 그다음에는 그가 극혐하는 것처럼 보이는 PBS와 MSNBC를 거쳤고, 2010년 데일리 콜러(Daily Caller) 웹사이트를 공동으로 창업하며 우파 기업가가 되기 위한 첫 시도를 했다. 2016년에는 폭스뉴스에서 <터커 칼슨 투나잇>을 시작했는데, 이때 마침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다. <터커 칼슨 투나잇>은 케이블 TV 프라임타임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다가 2023년 폭스와 지저분한 작별을 하면서 끝이 났다.

칼슨은 자신을 “나치”라 부르는 사람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다음 행보를 계획할 때 과거의 실수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그는 2023년 12월 자신의 ‘거슬림’을 더욱 강화해서 스트리밍 서비스 터커 칼슨 네트워크(Tucker Carlson Network)를 만들었다. 그는 “억압과 통제의 도구가 되어버린” 미디어 기업의 “뉴스 보도”에 대한 대안이라고 표현했다. 채널에서는 매달 2시간짜리 에피소드 12개가 공개되는데, 로드 블라고예비치 전직 일리노이 주지사, 뉴욕 제츠 쿼터백 아론 로저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등 네이팜 폭탄급 인사들이 출연하고 조회수가 수백만 회에 달한다. 2월 공개된 러시아 편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을 인터뷰했는데, 구소련 선전요원처럼 러시아 지하철을 찬양해서 많은 비난을 들었다.

별일은 아니다. 그의 추종자들은 개의치 않고 콘텐트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광고와 유료 구독자(월 9달러)를 갖춘 채널의 수입을 묻자 그는 언제나처럼 빠르게 “오늘 아침만 해도 제 몸종 한 명을 지팡이로 때리면서 ‘이 정도 부자면 품위나 인간성을 보여줄 아주 기본적인 매너도 지킬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했다”며 과장된 농담을 했다. 라이브 방송도 하는 그의 네트워크 연 수입은 최소 3000만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포브스는 추산한다. 제작 비용이 낮기 때문에 칼슨은 폭스에 있을 때보다 일은 적게 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는 “(TV는) 죽어갑니다. 썩어가 냄새가 나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러나 니코틴을 섭취하기 위해 다른 버릇이 생겼다. 30분마다 입안으로 니코틴 파우치를 밀어넣는 것이다. 니코틴이 있어야 정신이 깨어 있으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테이블 건너편에서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 소리와 불거지는 적개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니코틴을 소비하는 편입니다.” 칼슨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된, 늘어진 머리 아래로 아이 같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중요한 포인트를 건넬 때마다 날카롭게 올라가는 웃음을 터뜨렸다. “저만큼 니코틴을 많이 소비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눈을 뜬 순간부터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니코틴을 달고 사니까요.”

이런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그는 켄터키주 루이스빌에 본사를 둔 터닝 포인트 브랜드(Turning Point Brands)와 손잡고 11월 알프를 론칭했다. 30억 달러 규모의 니코틴 파우치 시장에 발을 내민 것이다. 칼슨이 니코틴 파우치를 애용하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다. 수십 년간 니코틴을 피우고 니코틴 껌을 씹고 사탕을 빨았던 그는 이제 자신을 “니코틴 파우치 소믈리에”라 부른다. 대학 때 룸메이트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닐 파텔(Neil Patel)과 함께 터닝 포인트와 50대50 합작사를 세우기 위해 칼슨은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터닝 포인트는 입술 담배 브랜드 스토커즈(Stoker’s), 지그재그 롤링 페이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니코틴 파우치 프리(Fre) 등을 판매하며 지난해 매출 4억500만 달러를 올린 비교적 소규모인 담배회사다.

칼슨이 사업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분노 때문이다. 알프를 론칭하기 훨씬 전부터 칼슨은 열혈 추종자들을 이끌고 있는 니코틴 파우치 진(Zyn)의 충실한 소비자였다. 척 슈머(Chuck Schumer)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아이들의 중독 위협을 논하면서 니코틴 파우치를 금지하고 미 식품의약국(FDA)과 연방통신위원회가 니코틴 파우치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한 2024년 초반부터 진은 공화당의 주요 논의 주제가 되어왔다. 칼슨은 이렇게 시작된 논쟁에서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진의 부활(Zynsurrection)”이라 명명한 현상을 이끄는 대표적 인물이 됐다.

2002년 술과 약물을 끊은 칼슨은 자신의 니코틴중독을 인정한다. 6개월간 니코틴을 끊은 적도 있다. 그는 “당시 18㎏ 정도 살이 쪘고, 감정적으로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죠.” 그래서인지 수년 전부터 그는 ‘진’터넷(Zynternet)에서 “터커 칼‘진’(Tucker Carlzyn)”으로 알려져 있었다. 인기 팟캐스트에서 진을 “업무 능력 향상제”로 자랑스럽게 홍보했기 때문이다. “일단 (진을) 시작하면, 지금보다 크게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한 칼슨은 “남자한테도 참 좋다”고 덧붙였다.

칼슨과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만나 데일리 콜러를 공동 창업한 파텔은 진의 모기업이자 세계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담배 말보로를 보유한 거대 담배 기업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에 연락을 취해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는 터커 칼슨 네트워크에서 제품을 광고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했다. 그러자 PMI가 “가장 재수 없는 전형적인 기업식 답변을 보냈다”고 파텔은 말한다. 칼슨이 PMI 제품을 표현하는 방식이 회사의 지향점과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PMI가 보낸 이메일을 포브스가 직접 확인해봤다. 어투가 다소 딱딱해 보일 수는 있어도 내용은 정중했다.)

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인 칼슨은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자신의 세계관을 비즈니스에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큰 모욕은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차분하게 말했지만, 이어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하고 고약했으며, 유머도 없었어요. 제가 정말 싫어하는 현대 미국과 기업문화의 모든 모습을 담고 있었죠. 초등 교사가 아이를 나무라는 어투였어요. 그러나 저는 성인입니다. 그런 식의 말투는 참아주지 않을 거라고요. 그래서 대학 룸메이트에게 ‘그들에게 마땅한 벌을 주겠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칼슨은 진에 전쟁을 선포했다. 진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기업, 교조적인 성인군자, PC(politically correct)주의자 모두에게 선포한 전쟁이었다. 누구에게 도발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칼슨은 SNS 셀럽이 된 트랜스젠더 딜런 멀버니(Dylan Mulvaney)가 출연한 버드라이트 2023년 광고에 대해서도 비난을 쏟아냈다. “라이트 비어를 만드는 회사에서 아이들에게 트랜스젠더를 부추기는 광고를 만들다니, 생각 자체가 미친 걸로 보입니다.” 칼슨이 말했다. “그냥 맥주나 팔라고요.”

6학년 때부터 대학 생활이 끝날 때까지 그에 걸맞은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해적판 테이프를 들으며 대마초를 흡연했던 그는 대마초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했다. “저는 대마초를 피우는 건 아주 강하게 반대합니다. 대마초를 피우면 남자 같지 않아져요. 테스토스테론을 낮추고 수동적으로 변합니다.” 대기업의 유연한 도덕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애플의) 팀 쿡에게 무슨 이데올로기라도 있는 줄 아세요? 당연히 없어요. 그는 노동 착취로 아이폰을 만들어도 뭐라고 안 할 사람이 권력을 잡길 바랄 뿐이에요.”

사업전략을 재차 물어보자 그는 팬데믹에 대해 한탄을 늘어놓을 기회로 삼았다. “(알프의) 전략은 사람들의 입속에 들어가는 거예요. 코로나 백신을 맞춘 것처럼 강제로 할 수 있으면 해보려고요”라고 말문을 연 그는 불만을 다 토로한 후 알프에 대해서는 ‘내 프로그램에서 제품을 거론하겠다’며 단순한 전략임을 인정했다. 11월에는 한 에피소드에서 아예 알프 파우치 하나를 입속에 넣으며 진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대선 날 마라라고에서 라이브로 한 방송이었는데, 조회수가 300만 회였다. 중독성이 강한 제품은 가장 팔기 쉬운 법이다.

“어제는 운전 중에 파우치가 얼마 없다는 걸 알았지 뭡니까. 그래서 직원에게 바로 전화해서는 ‘FDA에서 파우치에 중독성이 있다고 했지? 내가 그 산증인이야. 지금 당장 파우치를 구해줘’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담배는 신제품이 나오면 FDA 승인을 받아야만 합법적으로 판매될 수 있다. 승인 과정은 아주 길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장애물로 가득하다. 시장에 이미 출시된 진과 다른 6개 니코틴 파우치는 아직 FDA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현재 불법적으로 판매되는 셈이다. 현재 FDA는 이들 기업이 “시판 전 담배제품 신청”을 내기만 하면 일단 ‘패스’해주고 있다.


▎대통령의 남자 / 지난 10월 말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투어 행사에서 도널드 트펌프와 만난 칼슨. 그는 대선이 치러진 밤에 마라라고로 가서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봤고, 이후에도 내각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내고 있다. / 사진:CHIP SOMODEVILLA/GETTY IMAGES
마운틴 윈터그린, 트로피컬 프루트 등 4가지 맛 알프에 관해 전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정부 기관이 결정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칼슨은 분노한다. 그가 특히 강렬한 증오를 품고 있는 대상은 FDA다. 그는 FDA가 “재수 없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왕재수 얼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표현했다.

니코틴을 섭취하면 테스토스테론이 올라가기 때문에 남성들의 “멋짐이 폭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니코틴 판매와 사용을 통제하고 있다는 농담도 했다. 물론 칼슨은 목적 없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니코틴이 코로나 독감 치료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한 칼슨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에게 알프 샘플을 주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을 때 케네디가 트럼프 말대로 “과감하게 임하여” 과학계가 더 많은 연구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알프는) 정말 좋아요. 여러분에게도 좋습니다. FDA 때문에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요. 적개심의 뿌리가 너무 깊어서 섣불리 건드리고 싶지 않아요.” 칼슨이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심한 말을 안 하려고 참고 있는데요. 소위 ‘안전성과 효과성’을 외치는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저한테 훈계를 늘어놓더라고요. 그냥 꺼지라고 말해줄까 합니다. 그럼 어떨까요?”

니코틴과 테스토스테론에서 연료를 얻는 칼슨의 장광설은 실로 대단한 점을 가지고 있다. 경쟁자들이 자신을 제대로 알리기도 전에 칼슨이 먼저 경쟁자들을 규정해 자신이 만든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각인한다는 점이다. 그는 오픈 시크릿(Open Secrets)을 인용해 진을 소유한 PMI 자회사 스웨디시 매치(Swedish Match) 직원들이 기부한 정치자금 중 과반수가 조 바이든에게 갔고,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한 후에는 카멀라 해리스에게 갔다고 (정확히) 지적한다. (이와 달리 연방선거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스웨디시 매치 직원들이 해리스와 트럼프에 기부한 금액은 동일하다.)

PMI 대변인은 포브스에 “우리는 당파에 얽매이지 않는 초당적(bipartiZYN) 기업이며 미국의 중심지 켄터키주 오웬스보로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알프는 인도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그러나 칼슨은 경쟁자를 공격하면서 알프가 “진짜 남자” 또는 “쿨한 여자”를 위한 대안인 것처럼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누구나 술고래 여자친구를 만난 경험이 있죠. 테일러 스위프트나 딕시 칙스의 콘서트, 드래그퀸의 이야기를 듣는 행사 등에 갔을 때, 그 여자친구가 니코틴 파우치를 원하면 가장 어울리는 브랜드는 아마 진일 것”이라고 칼슨이 의자 깊숙이 기대며 말했다. “(알프는) 맞지 않죠. 알프는 (니코틴 파우치를) 매일 사용하고, 그 점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이들 대부분이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지지하고, 남성이며, 니코틴 파우치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도 니코틴 파우치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칼슨은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는 싫어하고, 민주당도 싫어하죠. 그들은 니코틴 파우치를 몰아낼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합니다.” 제품과 수요자가 만나는 벤다이어그램 교집합에 완벽히 들어간다. 루디 커피가 IPO를 하게 될 일은 없어도 당파성을 띠는 미디어 채널이 계속 살아남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게다가 칼슨의 니코틴 파우치는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본질적 특성, 바로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와 제가 동의하지 않는 지점이 하나 있어요. 저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칼슨이 말했다. “트럼프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트럼프 보드카’를 팔았던 적이 있죠. 자신이 사용하지 않을 제품을 어떻게 팔 수 있죠? 저라면 그렇게는 안 합니다.”

칼슨은 MAGA 시대를 맞아 등장한 다른 우파 브랜드와 알프를 연계하는 걸 원치 않는다. 좌파에서 나오는 달러도 똑같은 달러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빨리 돈 벌고 나가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니코틴 파우치를 팔았다가 이집트 최고급 면 시트를 팔았다가 할 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저는 제가 사용했던 (파우치) 제품에 불만이 심해져서 더 나은 걸 찾았을 뿐입니다. 완전히 진심이었죠. 이 회사가 내일 파산해도 저는 저만을 위한 알프 파우치를 계속 만들 것이고, 다른 사람이 쓰든 안 쓰든 알프를 계속 사용할 겁니다.”

칼슨은 알프를 통해 미국 대기업이 대변하고 그가 혐오하는 모든 것에 대한 반발심을 표출한다. “제가 나고 자란 국가, 미국의 문화는 어디 간 거죠?” 불을 지피기 위한 한탄이 시작됐다. “사소한 결점을 가지고 왜 그렇게 난리를 치며 괴롭히는 걸까요? 그냥 자유롭게 내버려두라고요.”

이렇게 말한 칼슨은 소변을 보러 헛간을 나갔다. 실내에도 화장실이 있었지만, 그는 숲에서 느끼는 자유를 선호했다. “실내에서 소변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한 번도 없어요.”

- Will Yakowicz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502호 (2025.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