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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소재로 만든 타이츠 

 

스타킹의 올이 나가는 것은 사소한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때문에 수십억 켤레의 스타킹과 타이츠가 매년 매립지로 향한다. 심각한 낭비인 데다 지구 환경에도 매우 좋지 않다.

▎ 사진:GUERIN BLASK FOR FORBES
2017년, 젊은 캐나다 IT 기업가 캐서린 하머스(34)는 얇으면서도 잘 찢어지거나 올이 나가지 않고 오래가는 타이츠를 위한 소재를 찾고 있었다. 수십 가지 섬유를 주문해서 손가락에 감아 직접 찢어봤고, 그때마다 소재는 번번이 망가졌다. 마침내 하머스는 무슨 짓을 해도 거의 절대 망가지지 않는 소재를 찾아냈다. 바로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이다. 고밀도 구조 때문에 방탄조끼에 사용된다.

하머스는 여러 유통업체에 수십 차례 전화해 그 소재를 보내달라고 간청했다. 하머스는 “마침내 섬유 한 뭉치를 손에 넣었는데 가격이 2000달러였다”며 “중국의 한 공장에 보냈더니 섬유가 걸려서 기계를 망가뜨렸다며 화를 내는 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작은 불길했지만 하머스는 매년 수십억 개가 찢어져 매립지로 직행하는 기존 제품에 비해 10배 이상 오래간다는 타이츠로 거대한 사업을 일궜다. 포브스 30세 미만 30인 출신인 하머스의 브랜드 시어텍스는 2024년 연 매출 30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머스에 따르면 지난해 시어텍스의 클래식 타이츠는 미국에서 달러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 타이츠 제품이다.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소비자 직판에서 H&M, 코스트코, QVC 등 소매업체를 통한 판매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매출은 2023년 4500만 달러에서 조금 줄어들었다. 하머스는 2025년에는 매출이 7000만 달러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어텍스 브랜드를 소유한 회사인 SRTX는 타이츠 이외의 다른 소재도 연구 중이다. 그중 하나가 독성 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을 함유하지 않은 방수 소재다. PFAS는 오랜 기간 우비부터 하이킹용 부츠까지 다방면으로 활용됐다. 하머스는 이 계획을 통해 SRTX가 소비자 제품 사업에서 지속가능한 소재 사업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하머스는 “지속가능 업계의 듀폰이 되고자 한다”며 “지금까지 만들어진 적 없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목표를 위해 회사는 2년 전 투자 라운드에서 3억5000만 달러로 가치를 평가받고 소매업체 H&M, 지속가능성에 주력하는 벤처투자사 아크턴 벤처스, 룰루레몬을 설립한 억만장자 칩 윌슨 등 투자자들로부터 1억43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최근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캐나다 몬트리올에 2만8000㎡ 규모의 공장을 신설했다.

제조는 캐나다에서, 판매는 대부분 미국에서 하는 하머스는 트럼프의 관세 관련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머스는 “분명 우려되는 사안”이라며 현재의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전에 하드웨어 기업가들이 제품을 출시하도록 돕는 회사 샵로켓을 설립하여 매각한 하머스는 7년 전 처음으로 해지지 않는 양말류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머스는 “IT 업계가 약간 지겨워졌고, 너무나 많은 제품이 IT를 위한 IT처럼 보였다”며 “처음 타이츠를 떠올렸을 때는 구글 검색을 좀 해보고 누가 이미 했다는 걸 알아낸 다음 넘어갈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히려 1930년대에 발명된 나일론, 1950년대에 발명된 스판덱스 이후로 새로운 소재가 거의 발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산을 중국 업체에 맡기려다가 제조사의 기계를 망가뜨린 뒤, 하머스는 캐나다 토론토 북부에 작은 연구실을 하나 차리고 바느질 기계 3대를 아주 느리게 작동하며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아냈다. 이 타이츠는 생분해되지 않지만, 이는 보통 나일론과 엘라스테인으로 만드는 일반 타이츠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승부처는 얼마나 오래가느냐였다. 하머스는 “내구성이 중요하다”며 “오래가지 않는다면 절대 지속가능한 제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진:GUERIN BLASK FOR FORBES
2018년 겨울, 하머스는 회사(당시 이름은 시얼리 지니어스)를 Y컴비네이터 액셀러레이터에 등록하고 몬트리올에 직접 공장을 세웠다. 처음에는 타이츠 한 켤레를 생산하는 데 50달러가 들었다. 이 비용으로는 기껏해야 틈새시장만 공략할 수 있었다. 하머스는 시어텍스에서 자체 섬유를 생산하고, 이를 실로 만들어 직접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비용을 낮췄다. 소재를 개발하고 실험하기 위한 자체 실험실도 있었다. 대량생산을 통해 간접비를 낮춰 생산량을 늘렸고, 원자재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했다. “지난해에는 한 켤레당 12달러까지 비용을 낮췄다”며 “2년 내에 비용을 2.5달러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타이츠는 H&M에서 검은색 기본 제품 한 켤레당 19.99달러에 판매되며, 시어텍스에서 직접 구매 가능한 신소재 마이크로 망사 제품은 99달러다.

2020년 처음 SRTX에 투자한 H&M은 시어텍스 타이츠 소량을 2022년부터 자사의 COS 매장에 들여오기 시작했고, 2023년에는 자사의 플래그십 H&M 매장에서도 유통을 시작했다. 이는 소비자 직판에서 소매로 전환하려는 하머스의 계획 중 일부였다. 하머스는 더 큰 성장을 위해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토대라고 생각했다. 대다수의 소비자 직판 브랜드는 결국 성장하려면 소매업체와 연결될 수밖에 없지만, 도매가가 훨씬 저렴하다(보통 소매가의 절반)는 점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즉, 시어텍스의 생산 비용을 줄이고 소매업체가 타이츠를 대량으로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H&M의 투자·신성장·벤처 부문 대표인 피터 에케버그는 이메일에서 “이를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한 첫 번째 시험으로 생각했다”며 “2024년에는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판매도 판매지만, 대규모 생산은 또 다른 문제다. SRTX의 목표는 2027년까지 생산량을 현재의 15배 수준인 3000만 켤레로 늘리는 것이다. SRTX에 투자하고 새 제조 공장을 위한 대출을 제공한 익스포트 디벨롭먼트 캐나다의 총괄 파트너 알렉상드르 오브리는 “제조 규모를 그 정도 수준으로 키우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며 “그렇지만 하머스는 해내겠다는 일념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하머스는 좀 더 복잡한 생산 공정을 필요로 하는 망사 제품을 공개했으며, 작은 점이나 검은색 이음매가 있는 스타일 등 매장에서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소비자 직판 브랜드 시어텍스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또한 개인 라벨 사업도 시작했다. 신발 브랜드 스티브 매든은 올해 자사의 캐나다 매장에서 ‘스티브 매든 × 시어텍스’ 컬래버 검은색 타이츠를 출시했다. 스티브 매든 캐나다의 제니퍼 왈레프스키 사장은 “한 계절 내내 입을 수 있고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특장점”이라며 “매립지의 공간이 얼마나 절약될지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SRTX는 타이츠를 넘어 지속가능한 소재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 첫 목표는 워터텍스로 알려진 무독성 방수 소재다. 수영복부터 만들 계획인데, SRTX 측에 따르면 외부 테스트에서 SRTX 제품이 3개 경쟁사 수영복에 비해 마르는 시간이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개발 중인 기술은 PFAS 코팅을 대체할 수 있는 무독성 방수 막이다.

잠재적으로 아주 큰 시장이다. 특히 유럽이 PFAS 규제에 나서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규제 당국도 더욱 엄격한 입장을 취하는 현시점에는 더욱 그렇다. 그랜드뷰 리서치는 통기성 방수 섬유 시장이 현재 20억 달러 규모이며 연간 5.9% 성장한다고 추산했다. 그 밖에도 SRTX는 재활용이 가능한 엘라스타(Elasta)라는 스판덱스 대체품 등 잠재적 신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 Amy Feld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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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호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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