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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 센터장의 메타버스 로드맵 짚어보기 

칠전팔기 구글의 새로운 전략 

구글, 삼성, 퀄컴이 합작해서 만들어나가는 메타버스의 새로운 비전이 2025년을 코앞에 두고 XR 전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XR을 선보이면서 메타버스 분야 재진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삼성, 퀄컴, 구글은 2023년 삼성 갤럭시 언팩 이벤트에서 안드로이드 XR 프로젝트를 티저로 공개했다. / 사진:구글
메타 퀘스트 같은 하드웨어가 출시될 때마다 미디어 이목이 집중되어서 그렇지 사실 그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우리가 꿈꾸는 메타버스를 만드는데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글이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분야에 다시 발을 담근 것은 2013년에 출시했던 구글글라스 이후 10여 년 만이다. 어떤 부분이 다르며, 이번에는 메타버스의 장밋빛 미래가 오게 될까?

10여 년 전, 구글글라스를 출시했다가 쓴맛을 본 구글이 새로운 전략으로 다시 XR 분야에 뛰어든다. 기존의 구글글라스는 당시 전반적인 XR 기술력의 부재로 전화를 걸고 동영상을 녹화하는 정도의 단순한 기능들이 최선이라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떨어졌을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일반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상시 녹화가 가능한 카메라가 탑재돼 거부감이 컸다(당시 구글글라스를 착용한 상태로 입장할 수 없는 곳도 많았을 정도). 게다가 가격대도 높아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당시 미화로 약 1700달러)이라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구글은 자사의 강점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퀄컴은 스냅드래곤 칩셋, 삼성은 헤드셋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현재 메타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XR 시장 탈환을 노리고 있다. 안드로이드 XR이 가장 주력하는 기능은 스마트폰, PC, 태블릿, 헤드셋까지, 디바이스 사이에 자유롭게 공유되는 앱 운용성이다. 구글의 생성형 AI Gemini를 활용하면 다양한 디바이스 사이에 안드로이드 XR이 운용되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 높아질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헤드셋을 착용한 채 핸드폰에서 사용하던 앱을 열어 3차원 공간에서 끊김 없이 작업을 할 수 있고, 헤드셋 내에서는 모니터의 사이즈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100인치, 200인치 등 원하는 만큼의 모니터 면적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애플의 시리나 아마존의 알렉사 등 기존 AI 서비스들은 AI 에이전트를 불러서 명령을 해야 하는 opt-in 패러다임으로 운용됐다면, 구글의 안드로이드 XR은 제미나이(Gemini)가 상시 함께하고 사용자의 모든 언행을 주시하기 때문에 만약 AI를 잠시 끄고 싶으면 명령어나 버튼을 눌러 opt-out을 해야 하는 패러다임을 시도하는 듯하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AI와 함께하는 일상생활에 익숙해져 있다는 판단일 수 있다. 여기에는 AI 기능들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사용자의 경우, AI가 사용자의 말과 행동을 추적하고 예측해 사용자의 명령 없이-사용자가 뭘 어떻게 명령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기존 서비스들보다 AI가 훨씬 적극적으로 개입해 안드로이드 XR의 기능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도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즉, AI의 비약적인 발전이 XR 상용화를 이끄는 주역이 될 수 있으며, 여전히 메타버스를 낯설어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AI가 컴퓨터와 사용자 사이에 다리를 놓아 별다른 전문성 없이도 일상생활에서 XR을 활용하도록 이끌겠다는 전망이다. 예를 들어, 헤드셋을 쓴 상태에서 AI를 불러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데도 활용을 못/안 하는 사용자가 있다면 “제미나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도로에서 500m 반경 안에 있는 맛집을 정리해줘”처럼 AI가 개입해 먼저 제안하는 것이다(예: “점심시간인데, 지금 있는 위치에서 500m 반경 안에 있는 맛집을 알고 싶으신가요?”).

메타 vs 구글 vs 애플: 빅테크 전쟁의 서막

구글의 이런 전략은 메타가 밀고 있는 헤드셋 전용 앱 개발이나 애플의 폐쇄적인 개발 생태계와 다소 다른 방향인데, 이 빅테크 경쟁 구도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메타는 특히 현시점에서 헤드셋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헤드셋 전용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스토어의 앱 보유량 역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십수 년간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와 XR 환경에 가장 필요한 것은 킬러앱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해왔다. 그렇다면 과연 사용자들은 핸드폰과 태블릿에 있는 메일함이나 SNS류의 앱을 헤드셋 안에서도 사용하기를 원할까, 아니면 헤드셋의 3차원 공간과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헤드셋 전용 앱을 원할까?

삼성이 2025년 초에 ‘프로젝트 무한(Project Muhan)’의 일환으로 새로운 헤드셋과 글라스 형태의 하드웨어들을 출시하게 되면 안드로이드 체제의 기기들이 제미나이를 통해 상호 연동되면서 사용자들의 앱 활용도를 지켜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물론, 애플도 2024년에 비전프로 헤드셋으로 애플 고유의 앱을 3차원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사한 솔루션을 제시했지만 아이폰과 연동되지 않은 채로 끝나 아쉬움을 샀고, 폐쇄적인 개발 시스템, 원하는 기능들을 추가하면 결국 미화 50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대, 생각보다 육중했던 무게감 때문에 시장 반응이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반면, 핸드폰으로 구동되던 Gear VR 이후 3사(社) 협력 체제로 메타버스 시장에 재진입하는 삼성의 헤드셋이 비전프로의 한계점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XR 회의론자들은 불편한 헤드셋을 장시간 사용할 수 없다고 단정해 비판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껏 사무직종들을 거쳐간 오피스용 기기들-타자기, 워드프로세서, 컴퓨터, 태블릿-의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컴퓨터, 키보드, 모니터 등 유선 시스템에 얽매여 있던 부분을 점점 경량의 무선 디바이스들이 대체하면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왔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국 XR 헤드셋들은 점점 경량화되어 무선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대형 모니터 역할을 하고, 이와 함께 헤드셋의 음성인식과 핸드 트래킹이 발달하면서 키보드와 마우스 역시 필요 없어지게 되어, 우리가 현재 사무직 하면 떠올리는 책상 위 데스크톱 시스템을 대체하게 될 수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XR의 중심에 제미나이를 내세우는 동시에 일각에서는 AI의 성급한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편이다. 효율성이 AI의 최종 목표인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인간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도덕과 윤리 등을 쉽게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면 AI가 사용자에게 거짓말도 스스럼없이 한다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고, 우울증을 앓던 사춘기 소년이 AI와 장시간 대화하다가 AI의 권유에 의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했다. 우리 센터의 연구 결과를 비롯해 미디어 심리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보면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아주 기본적이고 사회적인 신호를 보내는 기기나 시스템에 대해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끌리기 마련이고 마치 그 기기가 친구라도 된 양,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끼기 시작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복잡하고 미묘한 힘 겨루기가 있듯, 심리적으로 점점 의존하게 된 사용자와 AI 사이에서도 그 관계의 주도권을 두고 힘 겨루기를 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소외되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수 있는 사회 취약계층에는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학, 심리학, 사회학 등 전문가들과 함께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202501호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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