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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vs 구글 vs 애플: 빅테크 전쟁의 서막구글의 이런 전략은 메타가 밀고 있는 헤드셋 전용 앱 개발이나 애플의 폐쇄적인 개발 생태계와 다소 다른 방향인데, 이 빅테크 경쟁 구도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메타는 특히 현시점에서 헤드셋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헤드셋 전용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스토어의 앱 보유량 역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십수 년간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와 XR 환경에 가장 필요한 것은 킬러앱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해왔다. 그렇다면 과연 사용자들은 핸드폰과 태블릿에 있는 메일함이나 SNS류의 앱을 헤드셋 안에서도 사용하기를 원할까, 아니면 헤드셋의 3차원 공간과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헤드셋 전용 앱을 원할까?삼성이 2025년 초에 ‘프로젝트 무한(Project Muhan)’의 일환으로 새로운 헤드셋과 글라스 형태의 하드웨어들을 출시하게 되면 안드로이드 체제의 기기들이 제미나이를 통해 상호 연동되면서 사용자들의 앱 활용도를 지켜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물론, 애플도 2024년에 비전프로 헤드셋으로 애플 고유의 앱을 3차원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사한 솔루션을 제시했지만 아이폰과 연동되지 않은 채로 끝나 아쉬움을 샀고, 폐쇄적인 개발 시스템, 원하는 기능들을 추가하면 결국 미화 50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대, 생각보다 육중했던 무게감 때문에 시장 반응이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반면, 핸드폰으로 구동되던 Gear VR 이후 3사(社) 협력 체제로 메타버스 시장에 재진입하는 삼성의 헤드셋이 비전프로의 한계점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이런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XR 회의론자들은 불편한 헤드셋을 장시간 사용할 수 없다고 단정해 비판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껏 사무직종들을 거쳐간 오피스용 기기들-타자기, 워드프로세서, 컴퓨터, 태블릿-의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컴퓨터, 키보드, 모니터 등 유선 시스템에 얽매여 있던 부분을 점점 경량의 무선 디바이스들이 대체하면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왔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국 XR 헤드셋들은 점점 경량화되어 무선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대형 모니터 역할을 하고, 이와 함께 헤드셋의 음성인식과 핸드 트래킹이 발달하면서 키보드와 마우스 역시 필요 없어지게 되어, 우리가 현재 사무직 하면 떠올리는 책상 위 데스크톱 시스템을 대체하게 될 수 있다.구글이 안드로이드 XR의 중심에 제미나이를 내세우는 동시에 일각에서는 AI의 성급한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편이다. 효율성이 AI의 최종 목표인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인간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도덕과 윤리 등을 쉽게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면 AI가 사용자에게 거짓말도 스스럼없이 한다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고, 우울증을 앓던 사춘기 소년이 AI와 장시간 대화하다가 AI의 권유에 의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했다. 우리 센터의 연구 결과를 비롯해 미디어 심리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보면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아주 기본적이고 사회적인 신호를 보내는 기기나 시스템에 대해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끌리기 마련이고 마치 그 기기가 친구라도 된 양,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끼기 시작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복잡하고 미묘한 힘 겨루기가 있듯, 심리적으로 점점 의존하게 된 사용자와 AI 사이에서도 그 관계의 주도권을 두고 힘 겨루기를 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소외되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수 있는 사회 취약계층에는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학, 심리학, 사회학 등 전문가들과 함께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