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그대 원적(圓寂)을 아시나? 

 

고형렬
우리 마음에는 따로

원적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네 너는 너무 먼 곳에 갔다 왔어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 몰랐다 가슴 쓰린 새벽빛도 겪고 핏빛도 보고 부모 형제, 아내 자식도 만나고 있다 그러나 다시 돌아갔다 무사히 돌아왔다 갔다 그곳에 너무 충실해 그곳밖에 다른 곳이 없는 줄 알기 시작할 무렵 지구만 있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을 믿는다 하지만 원적이 있다 이것을 말하긴 쉽지 않다 너도 이 궁륭을 망각할 위험이 다분하다 일생 한번 몸을 찢고 알을 낳고 죽는 연어처럼 알고 보면 당연하겠지 네가 입고 다니는 옷 같은 원적, 한때 이 비밀을 아는 자들만 친구였다 그 친구들의 몸도 다 그곳에선 소지품처럼 불타거나 땅에 묻히지 이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원적 멀리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아무래도 돌아와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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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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