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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우주항공산업 글로벌 경쟁력 높일 우주항공청 역할 

“연간 30조원 가치 창출하는 마스터플랜 하루빨리 수립해야” 

민수(民需) 중심 조직 구성, 군용 우주항공 아우르는 발전 전략 필요
“수출 경쟁력 강화 위한 수출 전담부서는 없어, 향후 보완해야…”


▎신개념 소형 항공기인 eVTOL가 지난해 11월 13일 뉴욕 맨해튼 시내에서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지난 1월 9일 국회에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확정된 지 약 1년 8개월 만이다. 개청 예정일은 오는 5월 27일이다.

우주항공청은 부처 간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국가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집중 육성과 국가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우주, 산업통상자원부의 항공기 분야를 우주항공청으로 통합시켰다.

우수 인력 유치에 힘 쏟아

우주항공청의 정원은 약 300명이며 2본부, 7국, 25과, 1대변인 체제다. 먼저 정책을 아우르는 차장 산하에는 우주항공정책국과 우주항공산업국 등 3국 12과이며, 사업관리와 R&D를 담당하는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산하에는 우주수송, 인공위성, 우주과학탐사, 항공혁신 등 4개 부문(국)과 임무지원단, 12과로 운영될 예정이다.

주요 특징은 주로 우주 부문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항공 부문은 1국(3과)에 불과하다. 특히 차장 산하의 정책 분야는 정책총괄과의 일부 인력이 항공기산업정책을 담당할 뿐, 대부분 우주 중심의 조직 및 인력으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우주개발을 주도하던 과기정통부 주도로 설립됐고, 동부처의 외청 형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하 연구소로는 항공우주 R&D를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우주연구 중심의 천문연구원이 포함돼 있으며, 유관기관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우주기술진흥협회가 있다.

최근 개청을 앞두고 우주항공청은 파격적인 임금 제시 등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존 공무원 인력 50명에 올해 내 10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 총 150명 수준의 미니 조직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경남 사천에 방문해 약 8000억원(2024년) 수준의 우주항공청 예산을 2027년까지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릴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우주항공청의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는 우주항공 분야의 산업화다. 우주항공 산업은 수많은 혁신기술이 결집된 첨단 미래산업이다. 혁신기술과 시장을 보유한 미국·유럽 등 소수의 선진국이 주도적으로 육성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방위산업 등과 함께 대표적인 시장 실패(Market Failure, 시장 자율에 맡겨 두면 효율적 자원배분이 어려운 경우) 산업군으로 묶이기도 한다. 자유시장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조차도 강력한 정부 개입을 통해 산업 육성을 도모하는 이유다.

시장 실패의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 규모의 경제 작용, 외부경제 효과, 대규모 투자 대비 회수 기간 장기화에 따른 미스매치 등 다양하다. 따라서 산업정책 차원에서 시장 실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정상적인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은 정부-연구·개발(R&D)-산업 거버넌스를 강력하게 통제함으로써 범국가적 차원에서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시장 최적화를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우주항공청 개청은 만시지탄(晚時之歎)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정부 거버넌스는 미국(국가우주위원회), 유럽(영국·이탈리아-우주청), 일본(우주개발전략본부), 인도(국가우주위원회), 중국(국가항천국) 등 대부분 글로벌 시장 주도 국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R&D는 미국(NASA), 프랑스(CNES, ONERA), 독일(DLR), 이탈리아(CIRA), 일본(JAXA), 인도(ISRO) 등 정부 산하 연구소 또는 정부가 직접 정책과 R&D 기능을 보유(NASA)한 형태로 범국가 자원의 중복투자 최소화와 함께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우주항공 산업 수출실적은 눈부실 정도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00여 대의 KT-1에 이어, 2011~2023년까지 140여 대(계약 기준)의 FA-50 경전투기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2023년은 총 64대가 계약(폴란드 48대, 말레이시아 18대)돼 전체 수출의 약 46%를 차지한다. KAI는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500여 대의 FA-50 수출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 지원으로 전투기용 엔진의 개발에 착수했다.

우주 개발은 항공기보다 한참 뒤인 1992년 우리별 1호가 최초 발사된 이후 본격화됐다. 1993년 정부의 항공우주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약 1600억원 규모의 민·군 겸용 다목적 실용 위성 개발 사업이 추진됐다. 중량 0.5~1.44톤급의 저궤도형 다목적 아리랑 위성은 시리즈 형태로 개발돼 현재 5호가 운영 중이며, 100㎏~3.5톤급 정지궤도 위성까지 20기 이상이 발사됐다. 이외에도 군 첩보위성인 425위성, 무인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GPS 위성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인공위성-발사체-발사장 갖춘 몇 안 되는 국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이 국내 첫 양산형 실용위성 초소형 군집위성 1호를 지난 3월 29일 해외발사장으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초소형 위성군집 위성 1호 운송식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발사체 역시 2000년대 초 저궤도용 100㎏급 인공위성용 발사체인 나로호(KSLV-1) 개발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주도로 본격화됐다. 2023년 6월 약 2조원이 투입돼 저궤도용 1.5톤급 인공위성 발사체인 한국형 발사체(KSLV-2)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우주 강국의 대열에 진입하게 됐다. 이로써 우리는 인공위성-발사체-발사장 3종 세트를 독자적으로 갖춘 국가 반열에 올라섰다. 500㎏ 이상의 중대형 인공위성은 KAI, 발사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우주항공 산업의 핵심 이슈는 여객기 생산 및 매출 정상화, 미래항공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시대의 본격화, 그리고 뉴스페이스(New Space)다. 특히 미래항공모빌리티 분야는 미국 조비(Joby) 등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약 900개(2023년 10월 말 기준)의 제품들이 개발 중이다. 신개념 소형항공기인 eVTOL(Electric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은 연료가 전기 충전식으로, 탄소중립 대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대도심의 심각한 자동차 교통체증을 대체할 수 있는 유효한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특히 기존 공항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빌딩 옥상 등 최소한의 공간으로 이착륙이 가능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미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페이스는 저비용·경제성, 민간기업 중심, 표준화·소형화로 요약된다. 미국 스페이스X 사업에 의해 촉발된 뉴스페이스는 우주개발의 주체가 기존의 정부·공공중심에서 민간기업 주도에 의한 우주산업화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주로 미국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R&D에 의한 개발사업 추진과 이에 따른 상업화가 가능한 저가격·대량생산 형태의 제품 개발이 성공하면서 기업 주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항공우주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주항공청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우주항공청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이 필요해보인다. 단기간 내에 선진국을 따라잡고, 범국가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중복투자 최소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설립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군용기·첩보위성 등 방산부문 R&D 및 획득·정비사업의 통합에 의한 시너지 창출이 시급하다. 지금처럼 방산 분야를 제외한 민간 분야만의 제한된 정부 거버넌스 통합으로는 당초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 주도 개발 인공위성 수출실적 없는 점 뼈아파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기존에 우주개발을 주도하던 과기정통부 주도로 설립됐고, 동 부처의 외청 형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또 현재 매출액과 일자리의 대부분은 항공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우주 중심 조직구조와 개발전략은 미래 먹거리 창출과 경제적 성과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우주항공청 기능에 방산 분야의 통합과 더불어 항공-우주 간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조직구성과 발전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우리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달하는 데 비해 우주항공산업 생산 규모는 7조원 수준으로 선진국 대비 상당히 저조하다. 동 산업은 대규모 자본 투하와 생산설비가 필요해 규모의 경제 달성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2035년까지 연간 25조~30조원 수준의 생산 규모를 가질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선진국 수준의 고급 일자리와 고부가가치를 창출시켜야 한다.

셋째, 수출시장 개척과 확대를 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제품 개발과 생산, 그리고 수출 촉진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항공 분야는 절대 생산 규모가 낮은 여건 속에서도 연간 수출 비중은 약 40~55%에 이르는 등 수출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에 비해 정부 주도로 개발된 인공위성은 최초 개발 이후 25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단 1기의 수출실적도 없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우주항공청 내에 우주항공 수출 관련 전담부서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넷째, 미래항공모빌리티용 항공기 개발 전략수립이 시급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eVTOL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내년에는 시장 출시가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는 일부 대기업들이 해외 개발 형태로 추진하고 있을 뿐, 국내 추진사업은 없다. 그 이유는 새 정부 출범으로 제기된 우주항공청 신설 이슈로 인해 eVTOL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주무부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미 선진국과의 개발 경쟁에서 3~5년 이상 뒤처진 상태다. 향후 2~3년 후 선진국 선발기업들의 시장 선점이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당장 개발에 착수하더라도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 뒤처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지체되기 전에 최우선으로 개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주항공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과 구체화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 항공 분야는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산업부), 우주 분야는 우주개발진흥법(과기정통부), 민군기술협력법(산업부) 등 분산돼 있다. 이들을 통합하는 단일화된 법체계와 산업을 효율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마스터플랜인 ‘항공우주산업발전기본계획 수립’(가칭)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 안영수 서경대 항공우주방산정책연구소장/교수 ays2543@naver.com

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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