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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석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KAIA) 부회장이 말하는 ‘7대 우주 강국’ 도약의 길 

“바야흐로 우주 대항해시대… 우주항공청 반드시 성공시켜야”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군사 전문기자, 국방부 대변인 거쳐 KAIA 제14대 상근부회장
■“우주항공청 개청, 우주항공 선진국과 어깨 맞대고 경쟁 의미”
■“뉴스페이스 시대 도래해, 정부-민간 매개체 역할 해나갈 것”
■국내·외 130여 개 회원사, ‘ADEX 2025’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비행 선뵐 예정


▎김민석 항공우주산업 진흥협회(KAIA) 부회장은 4월 2일 “우주항공 분야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우린 탐험가야. 이건 우리의 배고.”(SF 영화 [인터스텔라] 중에서)

21세기 우주 개척 시대는 15세기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에 비유되곤 한다. 신대륙 발견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승선한 선원들처럼 비행사들이 달과 화성 등을 목표로 우주로 나아가는 시대다. 인류 마지막 개척지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7대 우주강국 도약을 선포했다. 독자적인 달·화성 탐사를 성사시키고,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는 국가대전략이다. 오는 5월 경상남도 사천시에 모습을 드러내는 우주항공청은 7대 우주강국을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뜻한다. 대우주 시대를 맞아 4월 2일 김민석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KAIA) 부회장과 ‘7대 우주강국 도약의 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우주의 미래 가치는 무궁무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개막식에서 LIG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우주항공청 개청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우주항공 분야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로 우주 개발의 중심이 민간으로 확장되는 ‘뉴스페이스’ 시대라는 패러다임을 열었습니다. 뉴스페이스 시대는 여명기입니다. 우주항공청 개청은 세계 무대에서 우주항공 선진국들과 어깨를 맞대고 경쟁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우주 산업이 얼마나 전도유망한가요?

“우주의 미래 가치는 무궁무진하죠. 어떤 소행성은 순수한 철광으로 돼 있습니다. 달과 화성에는 핵융합 발전에 쓰이는 ‘헬륨-3’가 있죠. 또 우주에서는 태양광 에너지를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 등이 있기에 최적의 조건입니다. 우주는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자원의 보고입니다.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이 1조2000억 달러(약 1625조원)에 달한다는 것은 우주를 향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줍니다.”

지난해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이스X가 올해 1분기 매출 15억 달러(약 2조원), 순이익 5500만 달러(약 717억원)를 기록했다”며 “지난 2년간 적자 폭을 줄여왔다”고 보도했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페이스X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현실적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스타링크를 보십시오. 2027년까지 상공 300~1500㎞ 저궤도 위성을 1만2000여 개 쏘아 올리는 프로젝트입니다. 어떤 혁명이 일어날까요? 스타링크는 일본 등지에 6만원 수준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위성 통신 장치가 스마트폰에 탑재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국내 통신사 이용객 대부분이 스타링크로 넘어가는 사이버 대이동이 펼쳐질 겁니다. 현재는 스타링크의 가입자가 수백만 명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 수억 명을 넘게 될 겁니다. 우리도 어서 이러한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는 국내·외 130여 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우주항공 업계의 창구로서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정부에 건의하고,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한다. 또 국제 협력 및 수출 지원, ‘서울 국제 항공 우주 및 방위 산업 전시회’(서울 ADEX) 개최, 전문 인력 육성, 항공 품질 그룹 운영 등 업계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민간 우주 산업체들이 무척 영세하다고 들었습니다.

“전체의 64%가 1년 매출액 10억원 미만입니다. 대부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유지되는 연구실 수준밖에 안 됩니다. 이들 우주 산업체가 세계에 진출하려면 정부 예산을 늘려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또 특정 업체가 독식하는 것이 아닌, 여러 민간 우주산업체에 골고루 재원이 잘 흘러가도록 물꼬를 설계해야 됩니다.”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는 지난해 3월 제14대 상근부회장에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을 선임했다. 계성고를 나와 울산대 산업공학과 학사, 고려대 경영학 석·박사를 취득한 김 부회장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군사안보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을 지냈다. 우주항공 업계에서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를 잇는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 혁신적이고 과감한 목표 필요”


▎경남도가 지난 1월 9일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를 기념해 도청 앞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모형에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를 경축하는 문구를 설치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2032년 달 탐사, 2045년 화성 탐사’를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우주 시대 후발주자로서 목표가 너무 평이한 것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훨씬 더 혁신적이고 과감한 목표로 수정돼야 합니다. 저는 2045년쯤 되면 미국이 벌써 화성에 정착지를 만들고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이미 화성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데, 그때 화성을 탐사해서 뭐하겠습니까? 옛말에 ‘꿩 잡는 게 매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적의 길이 눈에 보이는데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는 거죠. 우리는 목표를 빠르게 이뤄낼 능력과 재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화성 탐사 발사체를 만들면서도, 화성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연구·개발해야 합니다. 우주 분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주항공청 사업이 장기과제이고, 기밀을 다루다 보니 청단위 행정기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NASA와 같이 장관급 격상이 필요할까요?

“지난해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우주항공 쪽 일이 아직은 많이 발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처음부터 부로 만들면 하는 일에 비해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하게 됩니다. 미래에 우주항공 산업이 커지면, 그때 부로 격상해도 늦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민간 항공 분야 경쟁력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요.

“경제 규모처럼 세계 10위권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 항공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간 항공 산업의 주력인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의 부품 생산이나, 항공정비사업(MRO)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온 거죠. 1980년대 초중반 때는 OEM이 첨단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노동집약적인 방식으로, 인건비가 높은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 업체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유연생산시스템(FMS)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로 시급히 바뀌어야 합니다. 또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하늘을 나는 택시’같이 새로운 교통수단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곧 엄청난 교통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세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2040~2045년 사이에 AAM 시장이 2조9000억 달러(약 3921조원)로 성장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인 10%를 기준으로 잡으면, 우리나라에 300조~400조원 시장이 열리는 겁니다. 현재 반도체 시장만큼 큰 시장이 새롭게 생기는 거죠. AAM은 항공산업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아직 인증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현 시점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가 주관하는 ‘서울 ADEX 2023’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버터플라이’ 등 AAM 모형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당시 서울 ADEX 공동운영본부는 “첨단 국방기술이 집약된 AAM, 무인이동체 등을 서울 ADEX에서 본격 전시하고 미래 신기술 관련 세미나를 집중 개최한다”고 밝혔다. 민·군 겸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미래 교통수단인 AAM은 국가 차원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ADEX 공동운영본부는 ‘서울 ADEX 2025’에서 우주와 AAM의 전시 비중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우주항공청의 성과가 ‘서울 ADEX 2025’에서 선뵈는 날이 오겠네요.

“당연히 그렇게 될 겁니다. 2025년 10월 열리는 ‘서울 ADEX 2025’에서 우주관과 AAM관을 각각 만들어 국내·외 다양한 제품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세계적인 AAM 5~10대 정도를 전시하고 일부는 시범 비행도 할 겁니다.”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되겠네요. 우주항공청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러시아 로스코스모스(Ros cosmos), 중국 국가항천국(CNSA) 등 한반도 주변국 우주전담 기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가야 할까요?

“미국의 21세기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관계를 설정하면 됩니다. 미국·일본·유럽과는 더욱 교류를 강화해야 하고, 특히 미국 NASA와는 우주 동맹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되지 않은 중국·러시아 등은 예외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우주 개발을 안보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중국은 최근 국제적으로 배제돼 있어요.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 중국은 세계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될 겁니다.”

아르테미스 협정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전시키기 위한 정부 간 국제 조약으로, 평화로운 목적의 우주 활동 및 투명성을 강조한다. 지난 2021년 5월 우리나라가 10번째 참여국으로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했으며, 현재는 전 세계 36개국이 이 약정에 참여한 상태다.

AAM(미래항공모빌리티) 전시 비중 높아질 듯


▎김민석 항공우주산업 진흥협회(KAIA) 부회장은 4월 2일 “우주항공 분야를 업으로 삼거나 지망하는 인재들을 사천으로 끌어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가 우주항공청과 회원사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궁금합니다.

“정부가 민간 우주 생태계를 직접 상대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협회가 둘 사이에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업체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는 역할도 계속해 나갈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낙후된 생산 체계 개선이죠. 특히 항공 업체 가운데 스마트 팩토리를 갖춘 곳이 한두 군데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스마트 팩토리 확충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항공 부품 OEM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로 넘어가 우리 항공 업계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사상누각이 되는 거죠.”

협회 조직 중 하나인 항공우주인재교육원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항공우주인재교육원은 우주항공 인재 양성의 보고(寶庫)입니다. 우주항공 분야 재직자, 지망생 교육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항공쪽은 품질 관리 표준 인증 체계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 인증 체계를 우리 협회가 갖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우주항공 관련 단체들과 교류·협력해 재직자·지망생들을 교육하고, 시스템을 공유하는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사천, 우주항공 메카 돼야”

우주를 개척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우주 발사장입니다. 전남 고흥에 국가 우주 발사장이 하나 있고, 추가로 민간 우주 발사장을 하나 더 만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래 우주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 수로는 턱도 없습니다. 우주 클러스터가 조성될 제주도를 비롯해 여러 곳에 우주 발사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러한 기반 시설이 가져다줄 부가가치는 10배가 넘습니다. 또 우주 개발과 관련한 우리나라 제품이 전 세계에 팔릴 수 있도록 품질 관리와 인증 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됩니다.”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에 들어섭니다. 사천이 휴스턴과 같은 스페이스 시티가 될 수 있을까요?

“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합니다. 19세기 후반 개항이 늦어져 세계 무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일본에 강제 병합된 역사와 유사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과거 영국이 대양을 거쳐서 인도의 면화를 가져와 산업혁명을 일으켰던 것과 같은 현상이 우주에서 벌어질 겁니다. 그래서 우주항공청은 반드시 우주항공의 메카가 돼야 하고, 우주항공 분야를 업으로 삼거나 지망하는 인재들을 사천으로 끌어모아야 합니다. 요즘은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인재가 모이는 것이 아닙니다. 내 꿈을 그곳에서 실현할 수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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