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여행과 맛] 관동팔경과 막국수 

 

임지은 월간중앙 기자 (ucla79@joongang.co.kr)·사진·권태균 월간중앙 사진팀장 photocivic@joins.com


1. 낙산사 의상대와 동해, 망망대해에 모터보트가 하얀 물보라 길을 남겼다.2. 삼척 죽서루를 배경으로 두 노인네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3. 경북 울진군 성류굴 앞을 흐르는 왕피천. 예날 피병지로 꼽던 곳으로, 지금은 훌륭한 피서지로 꼽힌다. 초여름, 어린 은어를 낚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다.4. 청간정 근처에 보이는 섬. 낚시꾼이 능숙하게 배를 대고 있다.5. 의상대사가 좌선했다는 의상대 앞에서 바라본 동해의 일출.6. 새콤달콤한 회비빔 막국수와 담백한 돼지 수육.7. 관동팔경 중 제일경으로 꼽히는 청간정. 일출 못지않게 한낮의 바다 풍경 또한 한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운치가 있다.8. '거울처럼 맑다는 뜻'을 지닌 경포호를 배경으로 신혼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다. 옛날에는 어스름 달빛에도 고기가 노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9. 청간정의 현판은 故 전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천장에는 최규하 전 대통령의 시가 남아 있다.10. 월송정 근처. 해송이 빽빽히 숲을 이루고 있다.11. 호젓이 서 있는 망양정. 예부터 해돋이와 달구경이 유명하며, 조선조에는 숙종이 친히 이곳에 들러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했고, 정철과 김시습 등 유명 인사들도 이곳에 들러 풍광을 즐겼다.12.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에 있는 망양루 근처의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동해바다.13. 삼척 근처의 바다. 잔물결이 마음에 여유를 준다.14. 신라의 영랑·술랑·남속·안양이라는 네 화랑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달을 즐겼다고 해서 '월송정'이라고 하기도 하고, 월국에서 송묘를 가져다 심었다고 하여 월송이라고도 한다. 인근 망양정과 함께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일출 명소다. 동해 해오름과 소나무빛 아우른 태백의 절정‘바다 밖은 하늘이니, 하늘 밖은 무엇인고?’-정철의 ‘관동별곡’ 중에서망망한 동해, 물과 하늘이 한빛이라 박속같이 뽀얀 파도는 거세지 않게 넘나들며 유혹한다. 솔바람마저 시를 읊고 뱃전을 치는데….가객 시인 누가누가 누비고 간 것인지, 산빛 속 정자는 그리도 고고한가.오랜 세파 견디어온 묵묵한 해송은 솔바람이 그윽하니 숲을 이뤘다. 보라! 삼천리 금수강산 관동팔경, 이 눈부신 것을…. 수십 길 높이 앉은 청간정은 암석에 부서지는 파도가 장관이요월송정에 앉으면 송월은 미인이고 솔향기는 거문고라.다섯 개의 달이 뜨는 경포대의 밤은 말 그대로 그림이다. 하늘에 떠있는 달, 출렁이는 호수 물결에 춤추는 달, 파도에 반사되어 어른거리는 달, 정자 위에서 벗과 나누어 마시는 술잔 속의 달, 님의 눈동자에 깃든 달….새벽 쇠북 치는 소리 먼 하늘 동터 오는 낙산사….바람 슬슬, 비 소소, 죽서루가 절경이고무성한 송림 속 망양정은 잔잔한 파도소리 벗삼으면 세상 일 다 잊는다.물새 펄펄 난다는 삼일포, 기암절벽에 높이 솟은 총석정은 저 넘어 북녘의 땅에….태백산맥의 웅대한 대자연은 오늘도 말이 없다.훌훌 떠나고 싶은 마음, 보고 싶은 마음, 눈으로 달랜다.척박한 강원도의 거친 맛 ‘막국수’‘관동팔경도 식후경’이다. 춥고 척박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메밀은 강원도의 특산물이다. 오늘날의 막국수는 태백산맥 화전민이나 산천 농민들이 메밀을 반죽해 먹던 메밀 수제비에서 유래한 것. 기나긴 겨울밤 야식으로 즐겼던 막국수는 이제 포효하는 여름을 식히는 별미다.우스갯소리로 “앞집 애는 메밀국수이고, 뒷집 애는 냉면인데 어째서 너는 하필 막국수란 말이냐!”라는 말이 있다. 껍질을 벗긴 메밀로는 냉면을, 겉껍질만 벗겨낸 메밀로는 막국수를 만들어 ‘질 낮은 음식’이란 소리도 들었다지만 요즘은 방해받지 않은 순수 메밀의 향미가 되레 담백하니 좋다.막걸리, 막말, 막사발, 막담배…. ‘막’이라는 것이 주는 어감같이 ‘막’ 만들 수 없는 것이 막국수. 제대로 된 막국수는 메밀 함량과 반죽, 사골육수, 양념에 엄청난 공이 들어간다는 사실.‘막국수’ 하면 ‘춘천’이라는 공식은 잠시 잊자. 강원도 토박이들은 맛있는 막국수집을 찾기 위해선 ‘면발이 굵은 집을 가라’ ‘시내에 있는 집보다는 변두리에 있는 집을 찾아라’ ‘새로 짓은 집, 외관이 화려한 집은 피하라’ ‘메밀이 몸이 좋으니 등등 말이 많고 벽에다 잔뜩 써 붙여 놓은 집은 피하라’고 조언한다.강릉 주문진 신리천 근처에 자리한 ‘신리면옥’은 이 고장 사람들에게 입소문난 맛집이다. 이곳의 ‘주무기’는 여느 막국수집들과 달리 ‘회비빔 막국수’. 남해안에서 직접 공수해온 싱싱한 물가자미를 식초에 삭힌 뒤 양념에 재워 하루 정도 익힌 다음 얹어내는 것이 독특하다. 주인 아주머니의 ‘1급비밀’ 양념의 매콤새콤한 맛은 원래 가자미가 가진 단맛으로 입안에 남는다. 비빔막국수지만 자박하게 부어진 육수 덕에 촉촉하다. 메밀 껍질을 완전히 벗겨내서인지 거칠고 퍽퍽한 것이 예전 같지는 않다. 조금 섞인 전분 덕에 면발도 쫀득쫀득하다.막국수만으로 배가 섭섭한 손님들에게는 돼지 수육이 있다. 부드러운 육질과 투명하리만큼 하얀 비계가 황금비율을 이룬다. 삼겹살을 삶을 때 술, 생강, 맑은 물, 그리고 소주 조금을 넣는다는데 육질에서 나는 ‘단맛’으로 보아 감초를 넣지 않았나 추측한다. 수육과 함께 김치나 무말랭이가 아닌 가자미회무침이 곁들여진다. 소주 한잔 들이켜고 관동팔경에 취함도 나쁘지 않다.가는 길: 주문진 시외버스 터미널 사거리에서 속초 - 강릉간 외곽도로로 빠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 쉽다. (강릉시 주문진읍 교항 5리 1반 여성회관 앞) Tel : 033 - 662-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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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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