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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만신’ 김금화, 신과 사람 사이에 서서 시대를 다독이다 

“꿈결 같은 인생 죄 짓지 마시게” 

올해 여든 나이의 무녀 김금화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 세계를 돌며 굿 판을 벌인다. 신과 인간의 매개자로서 그는 지난 60년 세월 동안 수많은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해주고, 화해자로서 굿 마당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그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 <그날>이 개봉됐다. 그는 요즘의 팍팍한 우리네 인간사를 어떻게 바라볼까? <월간중앙>이 거제도 금수사 산신제에 참가한 그와 1박2일 동행하며 그 물음의 답을 좇았다.
뒤에 물러 누운 어둑어둑한 산, 앞으로 질펀히 흘러내리는 검은 강물, 산마루로 들판으로 검은 강물 위로 모두 쏟아져 내릴 듯한 파아란 별들, 바야흐로 숨이 고비에 찬 이슥한 밤중이다. 강가 모랫벌엔 큰 차일을 치고, 차일 속엔 마을 여인들이 자욱이 앉아 무당의 시나위 가락에 취해 있다. 그녀들의 얼굴들은 분명히 슬픈 흥분과 새벽이 가까워 온 듯한 피곤에 젖어 있다. 무당은 바야흐로 청승에 자지러져 뼈도 살도 없는 혼령으로 화한 듯 가벼이 쾌자자락을 날리며 돌아간다…….(김동리의 ‘무녀도’ 중)



종이 꽃으로 장식한 붉은 모자를 쓰고 붉은 치마를 입은 새하얀 얼굴의 무녀가 흰 버선발로 맴을 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사뿐한 그 발 끝이 새처럼 가벼워 보인다. 양 손에는 오색 천을 감싸 쥐고 높낮이 없는 차분한 곡을 내뱉기 시작하는 데 그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그의 주변으로 합장한 여인들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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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호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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