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Home>월간중앙>히스토리

[박소영의 ‘소프트 일본’] 신앙이 돼버린 ‘白色 피부 신드롬’ 

일본의 미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 1위… 여성들의 피부도 점점 희게 변해 

박소영 중앙일보 정치국제부분 차장 olive@joongang.co.kr
도쿄 미나토(港區)구 미타(三田)에는 교쿠호지(玉鳳寺)라는 사찰이 있다. 1635년 창건됐다는 이 절에는 색다른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다. 전신이 백색으로 칠해진 ‘오케쇼 엔묘지조’다. 일명 ‘분칠한 지장보살’로 불리는데 이 불상을 참배하는 여성의 행렬이 날마다 이어진다. 평일에도 불상 앞에 놓인 흰 파우더를 보살 얼굴과 몸에 덧바르고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장보살 앞에 놓인 공책에는 “얼굴에 기미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드름이 깨끗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분칠한 지장보살’을 둘러싼 전설은 에도(江戶)시대로 거슬러올라간다. 한 스님이 길을 가던 중 밭에 버려진 진흙투성이의 지장보살을 발견했다. 스님은 지장보살의 몸을 깨끗이 씻고 분칠을 했는데, 흉측하던 지장보살의 얼굴이 아름답게 변했다. 정작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지장보살을 모시는 불당을 차렸는데 스님의 얼굴에 있던 오래된 흉터가 말끔하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희고 아름다운 피부를 원하는 여성 참배객이 크게 늘어났다. 이 사찰의 주지인 무라야마 마사키(村山正己) 씨는 “처음엔 자기 몸에 아픈 곳을 치유하려는 환자들이 찾아와 지장보살의 같은 부위에 분칠을 하면서 기도를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 참배객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204호 (2012.11.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