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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되면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 반드시 한다” 

 

윤석진
문재인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아직은 순항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열세인 조직력에 지지도도 답보상태여서 불안하다. 그는 올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면서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문재인 대세론’은 민주통합당에서 상식처럼 통용된다.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5인 중 줄곧 지지율 수위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8월 13일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가 다자대결구도를 전제로 한 지지도 조사에서 문 후보는 박근혜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42.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23.9%)에 이어 지지도 14.1%로 3위였다. 민주당 내 다른 대선경선후보 4명의 지지율을 합쳐도 못 따라간다. 조사기관과 시기에 따라 지지율의 등락은 있었지만 대체로 이런 흐름은 크게 변하지않았다.

그러나 문 후보는 정치신인이다. 그의 전업정치 경력은 반 년도안 된다. 그가 유권자의 검증과 평가를 받는 선출직에 나서기는 4·11 총선이 처음이다. 그리고 별다른 준비도 없이 곧바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이 훨씬 오랜정치경력에 5~10년씩 대선을 준비해 왔으니 가장 늦은 출전이다.그럼에도 문 후보는 민주당 내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린다.그에게 뭔가 있다는 말이다.문 후보의 대세론은 아직 불안하다.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손학규·김두관 후보와 지지율에서 10% 안팎의 상당한 격차가 있긴하다. 하지만 후보 간 합종연횡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정도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비교해 문 후보의 대세론은 양과 질에서 차이가 크다. 박 후보 대세론이 여야 대선후보를 통틀어 독보적이라면, 문 후보의 대세론은 어디까지나 민주당 내에서만 통용된다. 박 후보 대세론이 5년 가까이 지속된 장기적 흐름이라면, 문 후보의 대세론은 1년여 전 갑자기 나타났다. 양 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두고 새누리당은 ‘주연은 있지만 조연이 없고’ 민주당은 ‘조연만 있고 주연이 없어’ 아주 재미없는 영화로 비유된다.

민주당 안에서 안철수 원장을 모셔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안 원장 의사와 무관한 민주당의 일방적 짝사랑이다. 문 후보의 1차적 과제는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로 뽑히는 것이다. 그것도 결선까지 가지 않고 끝내야 하고, 득표율 또한 최대한 높여야 한다. 안 원장과 야권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원장과 후보단일화는 자신이 최적임자라고 강조한다.문 후보는 올해 12월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정치교체·시대교체라는 ‘3가지 교체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3가지 교체의 핵심 내용은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막자는 얘기다. 그는 민주당에서 안철수원장과 단일화를 통해 박근혜 후보를 꺾을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주장한다. 안 원장 지지자가 대신 선택할 만한 민주당의 ‘유일한 대안’이 문 후보 자신이라고 한다.

8월 12일 낮 12시20분쯤 문 후보를 만났다. 대선 경선후보 출마 이후 처음으로 특별한 공개일정이 없었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모처럼 쉬는가 보다 하고 짐작했다. 그러나 오전 11시부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 1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다. 문 후보 캠프에서는 ‘대선후보로서는 최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담쟁이 캠프’ 내 ‘시민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중간에도 문 후보는 얼굴을 자꾸 집무실 쪽으로 돌렸다. “손님 한 분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며 조바심을 쳤다. 그는“잠을 충분히 못 자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할 만큼 강행군으로 쉴 틈이 없어 보였다. 시간에 쫓겨 문 후보와의 인터뷰는 일부서면으로 해야 했다

박근혜 당선 가능성에 절박한 위기의식

당내 경선을 앞두고 지방 나들이를 자주하는데 지역 민심이 어떻던가요?

“새로운 정치를 바라더군요. 이제는 정치가 좀 바뀌어야 한다는겁니다. 그 다음 많이 들은 얘기가 일자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정치신인인 만큼 국민의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고, 호응도도 높겠죠?

“우선 제 자신이 정치를 바꾸겠다는 욕심에서 정치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일반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20~30대 젊은층에게서요. 돌아다녀보니 바닥민심은 좋은 편이에요.”

정치신인으로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듭니까?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내 조직에서 열세라는 점은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조직 대신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시민의 참여와 지지가 있습니다.”

현재 당내 경선운동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었나요?

“이번 경선이 역사상 가장 깨끗했으면 합니다. 깨끗한 경선이 깨끗한 승리를 만들고, 깨끗한 정부를 만듭니다. 그래서 앞장서서 선거비용을 매주 인터넷에 공개합니다. 여러 후보가 국민을 중심에 놓고 미래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해야 국민도 우리 당에 다시 신뢰를 보내겠죠.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문재인식 ‘새로운 정치’입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현재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후보 사이의 네거티브 선거 분위기에 “새로운 정치가 아니다”라면서 큰 우려를 나타냈다.

요즘 민주당 경선후보들은 국민선거인단 모집에 경쟁적으로 나섰습니다. 문 후보가 가장 열성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당내 경선은 후보 별로 얼마나 많은 선거인단을 모집하느냐에 승부가 달려 있어요. 조직력의 열세를 극복하려면 자발적 시민들의 선거인단 참여에 기대야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선거운동의 큰 무게를 두고 국민에게 참여를 호소중입니다.”

200만 명을 목표로 했던 국민선거인단 모집이 부진해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도 나옵니다.

“지금은 국민의 선거인단 참여 열기가 올림픽 등의 영향으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시민의 참여가 저조하면 민주당도,

저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문 후보가 민주당 후보 중 지지도 1위이기는 하지만 주연급 주자가 안 보여 경선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경선 승부가 좀 더 흥미진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여겼어요. 그 점에서는 저 혼자 너무 독주해도 바람직스럽지 못하죠.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할 때가 지났습니다. 당 밖에도 강력한 후보들이 있기때문에 그들과 경쟁이 더 중요한 사안이 되었거든요. 이제는 그들을 꺾을 당내 후보를 빨리 선택해야 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사하던 현실정치를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압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정치를 떠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대학생 때는 독재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했고, 변호사 시절에는 인권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일했습니다. 저는 시민이 국가와 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행위를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식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다만 직업정치에는 거리를 두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4·11 총선에 참여했고 대선후보 경선에까지 나섰습니다. 언제,왜 대선 출마를 결심했습니까?

문 후보는 이 질문에 먼저 “5·16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에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때문임을 먼저 상기시켰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서 그 이유를 보탰다.




정권·정부·시대교체가 대선 목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참담함과 안타까움의 연속이었어요.민주주의·남북평화·복지 등 지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와 가치가 모두 후퇴하는 것을 보고서요. 다시 이런 과거세력에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절실함을 느꼈습니다.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역사의식을 반듯하게 세우는 것이 제게 주어진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저를 정치로 이끈 것 같습니다.”

오는 12월 대선에서 문 후보가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직접 설명해 주십시오.

“지금 국민은 큰 변화를 요구합니다. 낡은 정치판을 갈아치우고,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어요. 비리와 부패, 특권의 정치, 거짓말하고, 비방하고, 편가르는 정치를 끝내라고요. 대신 통합과 상생의 정치, 진정한 소통의 정치를 진정으로 희망합니다. 알다시피 저는 정치신인입니다. 이는 약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후보들보다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았다는 점에서요.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문 후보는 한편으로 “평생 정의와 약자 편에서 싸워왔다”는 점도 자랑했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늘 인권을 지키고 노동자의 편에서 함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제 삶을 현명한 국민이 평가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당내에서는 지지율 1위지만, 다자대결구도에서는 20%를 넘지 못합니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채 6개월도 안 되지 않았습니까? 국민이 미처 저를 알 기회와 시간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지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나름의 비책이 있습니까?

“경선 과정에서 저의 장점과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고, 최종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힘이 제게 몰릴 것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과 확신을 심어주면 지지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가리라 확신합니다.”

최근 들어 민주당의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린다는 말도 나옵니다.

“지지도는 제가 아니라 여론조사기관들이 조사합니다. 그 결과를 보면 여전히 저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모든 후보의 지지도를 더한 것보다 높잖아요? 이는 일반 국민이 당 밖의 후보들을 꺾을 수있는 유일한 후보가 저라고 인정하는 거 아닌가요?”

문 후보가 말한 ‘당 밖의 후보들’은 야권 후보로 단일화 가능성이 있는 안철수 원장, 새누리당에서 본선 후보로 가장 유력한 박근혜후보를 가리키는 듯했다.

호남에서 문 후보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 후보는 “호남이 참여정부에 섭섭한 마음을 가졌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참여정부를 책임졌던 한 사람으로서 사죄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만들어온 한 몸입니다. 이제 다시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복원해야 합니다. 저를 중심으로 3기 민주정부가 탄생한다면 특정지역 소외론이 절대로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저의 충심이 전달된다면 호남에서도 저를 지지하리라 기대합니다.”

문 후보가 진단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디입니까?

문 후보는 답변에서 앞서 “보통사람들이 매일 불안을 이불처럼 덮고 잠자리에 든다”는 자신의 대선 출마 선언문 한 대목을 꺼냈다.

“저는 국민의 5대 불안으로 취업·주거·고용·건강·노후 등을 꼽습니다. 사는 게 불안으로 꽉 차 있으니 국민은 웬만해서는 도전하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니까요. 도전하지 않으니 사회 전체의 활력 또한 떨어지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거나 아픔을 함께 나누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당장 자기 먹고 사는 일이 힘들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문 후보는 ‘시대정신’을 ‘희망’으로 제시했다.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합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또 내일이 더 낫다는 그런 희망을 말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희망보다 절망에 빠진 사람이 더 많아졌잖아요? 희망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면 정권교체·정치교체·시대교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시대교체란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겁니다. 1% 대 99%의 세상이 아니라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거죠.”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바뀔까요?

“그걸 한마디로 표현한 게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다른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고, 모든 인재 판단의 기준이 사람 자체가 되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당내 다른 후보와 비교해 대선후보로서 비교우위인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선을 앞두고 많은 후보가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말합니다. 그런데 국민은 누구의 말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분간할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후보자들의 지나온 삶을 보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런 의미에서 저의 가장 큰 장점은 저의 삶 자체입니다.”

이어 문 후보는 앞서 말한 학생운동시절과 변호사 생활을 하던 시절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해서 설명했다. 참여정부에서 공직자로 지낸 시절도 되새겼다.

“참여정부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았지만 사심 없이 공익을 위해 일했습니다. 특히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직접 참여했고 또 그 성과와 한계를 성찰하고 반성도 했습니다. 이 경험은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저의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 후보는 ‘민주정부 10년의 역사가 저의 보증인’이라면서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의 정통성을 잇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세상 바꾸려는 권력의지는 충만”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반성합니까?

“국민의 정부는 뛰어난 비전과 통찰력으로 민주주의와 남북평화 진전, 경제위기 극복 등 큰 업적을 남겼죠. 참여정부는 정치적 민주화에서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를 충실히 완수했다고 봅니다. 권위주의 청산, 지역균형발전, 복지기반 확충 등이 그 예죠.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 두 정부에서 역사의 수레바퀴가 진보의 방향으로 맹렬히 굴러갔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이 시기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던 시절입니다. 국내적으로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나라 전체를 덮쳤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양극화 등의 문제가 두드러졌고, 이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어요. 되돌아보면 경제패러다임의 일대전환, 더 많은 복지가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치와 거리를 두려 했던 만큼 권력의지가 당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건 권력의지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로 보입니다. 권력의지를 개인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탐욕이라고 한다면 제게는 그런 식의 권력의지는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잘못된 권력의지가 한국현대사를 뒤틀어놓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권력의지가 시대와 세상을 바꿔 선한 일을 하려는 집념이라면 그것은 충만합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권력을 끝내야 한다는 정권교체의 의지, 이것이 바로 저의 강력한 권력의지입니다.

”올해 말 대선에서 문 후보는 물론 민주당도 정권교체를 역설하는데, 왜 꼭 그래야만 하는지요?

“우리 역사가 거꾸로 가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과 비전은 매우 과거지향적입니다. 현 정부 들어 민주주의·복지·남북관계가 모두 후퇴했잖아요. 지금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후보에게서도 과거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박 후보가 5·16 쿠데타를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 것은 퇴행적이고 반민주적 역사인식입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이번 대선의 성격을 “미래세력과 과거세력 간의 한판승부”라고 규정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대한민국은 미래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시 과거로 뒷걸음칠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다시 과거세력에 나라를 맡겨서는 안됩니다.그래서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평가해주시죠?

“개인적으로 ‘정치인’ 박근혜를 높이 평가합니다. 무엇보다 개인적 역경을 극복한 점, 붕괴 직전의 보수정당을 두 번씩이나 위기에서 구한 리더십은 돋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자신들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당내에서도 의사소통이 안돼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는데,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겠습니까? 또 그분이 과연 서민의 애환을 아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평생 특권층으로 살아와 몸에 밴 의식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된다면 연말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비책은 무엇입니까?

“지금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은 ‘새로운 정치’입니다. 국민은 미래비전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며 희망과 믿음을 주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저는 기성정치의 악습에 가장 물들지 않은 후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국민의 시선으로 정치를 볼 수 있고, 국민이 어떤 정치를 원하는지 알며, 이를 실천할 능력과 의지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경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민주당의 수권능력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여기에 민주개혁세력의 단결이 보태진다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리라 확신합니다.”

문 후보는 자신이 말한 “민주개혁세력의 단결”이 “민주당이 중심이 돼 안철수 원장과 민주개혁세력을 하나로 묶는 정치동맹”이라고 덧붙였다.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안철수 원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철수 원장은 우리 정치에 이미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을 깬 것이 가장 큰 기여라고 볼수 있죠. 또 그동안 우리 정치에 무관심했거나 어느 쪽을 지지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중간층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묶는 데도 큰 역할을 했고요. 민주개혁세력이 연대하고 안 원장과 힘을 합친다면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최근 출간된 안 교수의 책을 보고, 안 교수의 이념이나 정책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정도로 생각이 일치하는데 힘을 합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권이 대선에서 승산이 있으려면 여야 1 대 1 구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동의하십니까?

“이번 대선에서 미래세력이 과거세력을 이기려면 반드시 1 대 1구도를 만들어야죠. 이는 당내 일부에서 말하는 패배주의가 아니라 정확한 현실인식입니다. 제가 만일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주도적으로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라는 많은 국민의 염원이고 명령입니다.”

“경제·사회문제는 진보, 외교·안보는 다소 보수”

안 원장과 단일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셨습니까?

“구체적 연대 방법이나 시기는 국민의 뜻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단일화 국면이 시작되면 국민이 방향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이런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따르는 것이 저희가 할 일입니다.”

분당 위기에 놓인 통합진보당과 연대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미래세력의 연대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하나로 합치라는 명령을 주셨고요.우선 통합진보당과 연대에 가장 중요한 전제는 통합진보당의 쇄신입니다. 제대로 쇄신해 4·11 총선 당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해야죠.그런데 지금의 통합진보당 상황은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이대로는 야권연대가 현실적으로 어렵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나 향후 통합진보당이 국민이 원하는 쇄신을 하고 국민의 지지를 회복한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문 후보의 이념은 진보입니까, 보수입니까?

“굳이 제 이념을 말한다면 ‘중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워낙 오른쪽으로 치우쳐 제가 약간 왼쪽에 있는 것으로 비칠수 있습니다. 영역을 구분한다면 경제와 사회문제에서는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려 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개발주의시대의 경제와 사회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교·안보분야에서는 안정감과 지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소 보수적 입장에 동조해요.”

문 후보가 보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는 어디이고, 해법은 무엇입니까?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G2 국가로 성장했고, 미국은 아시아를 중시하는 정책기조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북한에 김정은체제가 등장하면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박한 전환기에 이명박 정부는 무대책·무대응으로 남북관계를 파탄냈어요. 이대로 북한과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이 계속 약화된다면 동북아에서 신냉전 대결구도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남북이 협력적 성장을 통해 함께 잘사는 관계를 구축하고, 국제관계의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남북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해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8월 10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뒤 한일 양국 간에 외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대통령이 왜 이 시기에 그런 깜짝 이벤트 식으로 독도를 갔는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독도 문제에 대해 이제는 보다 단호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자세 문제죠. 독도를 현직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다는 것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어쩌면 가장 강력한, 마지막 카드입니다. 지금 독도 문제가 엄중한 상황이된 것도 아닌데 그 카드를 쓴 것을 저로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조직력 뛰어넘는 시민참여에 큰 기대

이와 관련 문 후보는 8월 2일 ‘대일 5대 역사 현안에 대한 문재인 구상’을 경북 안동 독립운동기념관에서 발표했는데, 그 취지가 어떤 겁니까?

“일본과 우리의 관계가 보다 발전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가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 기본 인식입니다. 그러자면 한일 간의 과거사는 분명하게 정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담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일 관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이 가장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개발하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일이죠. 현재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입니다. 채무자가 쉽게 파산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 경제의 체질이 구조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 ‘분배 없는 성장’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포용적 성장’ 쪽으로 성장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또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불균형의 개선책 마련도 시급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문 후보를 돕나요?

“제가 이번 대선의 목표로 삼는 정권교체·정치교체·시대교체에 동의하는 누구나 참여하는 통합형·화합형 열린 캠프를 꾸렸습니다. 이런 열정과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100%자원봉사자입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으로 문 후보는 ‘통합’을 맨 앞에 내세운다. 정치권의 여야는 물론 편을 갈라 반목하고 갈등하는 우리의 현실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문 후보의 정치인으로서 역할모델은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재임 중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미증유의 국가위기를 탁월한 리더십으로 극복한 지도자다. 그는 루스벨트 리더십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대화·소통·설득, 그리고 타협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루스벨트는 미국의 진보와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문후보는 그런 루스벨트를 본받고 싶어한다.문 후보는 정치신인으로서 ‘새 정치’를 앞세우며 신선미를 강조하지만, 이는 ‘경험부족’과 ‘기득권이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조직력에서 열세라고 솔직히 시인하는 문 후보의 모습에서도 이런 점이 엿보인다. 그래서 문 후보가 대세론을 등에 업기는 했지만 경선을 통해 민주당 대선후보로 뽑힐지는 불투명하다. 문 후보는 조직력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에 당내 경선부터 본선까지 큰 기대를 건다.

문 후보가 담쟁이를 상징으로 삼고, 경선본부도 ‘담쟁이 캠프’로 이름 지은 이유도 바로 수많은 시민의 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문후보 캠프에서는 도종환의 시 ‘담쟁이’의 마지막 구절 “저것은 넘을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 대목에 문 후보의 의지와 자세가 잘 담겨 있다고 여긴다. ‘담쟁이’ 시에서 ‘벽’으로 표현된 것을 문 후보 캠프에서는 정권과 정치, 시대로 치환해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 후보의 슬로건은 적절해 보인다. 다만 이 슬로건에서 사‘ 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문 후보는 친노 인물로만 기억되는 것을 극히 경계하지만 문 후보에게 가장 큰 자산은 역시 노무현일 수밖에 없다. 지금 문 후보 앞에 놓인 당면과제는 유권자들에게 대선 본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는 믿음을 줄 수있을 만큼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문 후보 출마선언 당시 그의 딸이 이를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아 한동안 화제가 됐다. 문 후보는 “딸이 반대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 앞에 얼굴을 공개하기를 꺼린 것”이라고 그 진상(?)을 밝혔다. 문 후보는 “제 자식이기도 하지만, 한 가정을 꾸리는 주부이기도 한 딸에게도 자신의 삶이 있기 때문에 그의 의견을 존중해야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공개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지만, 저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며 때로는 충실한 조언자”라고 내심 야속할지도 모를(?) 딸을 두둔했다.

문재인 후보 이것이 궁금하다

1. 혈액형 : B형

2. 신장 : 172cm

3. 취미 : 바둑·등산·여행·스킨스쿠버

4. 종교 : 천주교

5. 자신이 생각하는 성격 : 내성적. 진지하고 잘 참는 편.

6. 자신의 단점? : 유머가 부족하고, 완벽주의 추구.

7. 한 달 평균 개인 용돈 : 일정하지 않아 액수는 잘 모르겠다. 매달 책 몇 권 사는 것과 사람들 만날 때 밥값이나 술값 정도.

8. 평균수면시간 : 7시간. 요즘은 새벽에 일찍 잠이 깬다.

9. 가장 좋아하는 음식 : 회뿐 아니라 해산물·민물생선 등. 비위가 좋아 가리는 음식은 없는 편.

10. 가장 잘하는 요리 : 라면. 옛날에는 된장찌개.

11. 가장 기뻤던 날 :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12. 가장 슬펐던 날 : 노무현 대통령께서 서거하신 날.

13. 가장 후회하는 일 : 대학 제적당하고 군 제대 후 낭인시절 돌아가신 아버지께 잘된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회한으로 남았다.

14. 인생의 터닝포인트 : 대학시절 데모하다 제적, 구속된 것.사법시험에 합격한 것. 청와대에 들어간 것.

15. 행복이란? :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16. 어머니는? : 한없는 사랑을 주신 분, 세상에서 가장 감사한 분이다.

17. 아버지와 잊을 수 없는 추억 : 명문 경남중학교에 합격했을때 고향사람이 하는 교복집에서 교복을 맞춰주며 무척 자랑스러워하시던 일.

18. 결혼에 대한 견해 :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성혼도 허용해야 한다.

19. 결혼할 때 가장 큰 고민은 : 없는 돈으로 셋방 구하기.

20. 지금 아내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 : 성격상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해주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

21. 자녀교육 방침 : 본인 의사 존중.

22. 사람을 무엇으로 평가하나? : 변함없이 꾸준한 사람.

23.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 성실

24. 가장 부러운 사람 :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

2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 갓난아기를 키우는 어머니

26.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곳 : 문경의 봉암사.설악산 봉정암.

27. 한 달 독서량 : 2~3권.

28. 가장 감명 깊었던 책 : 리영희 저 <전환시대의 논리>

29. 좋아했던 과목 : 역사·국어·사회

30. 하루 흡연량 : 2004년 히말라야 트레킹 때 담배를 끊었다.

31. 주량 : 소주 1병

32. 술버릇 : 술과 함께 나누는 대화를 좋아하는 편. 술자리 1차에서 끝내기.

33. 좌우명 :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 최근엔 ‘사람이 먼저다’선거 슬로건이 마음에 든다.

34. 어린 시절의 꿈 : 국사학자

35. 한국인 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 : 이상형을 말한다면 다산 정약용.

36. 정치인으로서 역할모델 : 프랭클린 D. 루스벨트

37. 스트레스 해소법 : 낮에는 밭일, 나무 심기, 풀 뽑기 등 단순노동.밤에는 TV 보면서 혼자 봉하 쌀 막걸리 한잔 하기.

38. 나만의 건강 비법 : 등산과 걷기.

39. 징크스가 있다면? : 없음. 반대로 제주도에 가면 왠지 행운이 따를 것 같은 느낌은 있다.

40. 대표 애창곡 : 노래를 잘 못해 애창곡 없음. 듣는 것은 장르가리지 않고 좋아함.

41.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 <부러진 화살>

42. 즐기는 잡기 : 야구.

43.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 자연 다큐멘터리.

44. 꼭 해보고 싶은 일 : 중국어 공부

45.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 : 통찰력과 균형감각.

201209호 (201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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