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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인터뷰 - “차가워 보여요? 아이들밖에 모르는 바보엄마인 걸요” 

‘도도한 카리스마’ 넘치는 여배우 염정아 

김슬기 월간중앙 기자 rookie@joongang.co.kr
JTBC <네 이웃의 아내>에서 일과 가정에 충실한 부인으로 열연…‘차도녀’에서 세련된 ‘워킹맘’으로 변신

▎1991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염정아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가진 여배우로 꼽힌다.



남편과의 서먹해진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한 여성이 있다. 여자는 남편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대화도 시도해보지만 남편과의 거리감은 쉬 좁혀지지 않는다. 남편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이웃집 여성도 그녀의 큰 고민거리다. JTBC 월화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의 여주인공 채송하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한 아파트에 사는 두 부부가 상대 배우자에게 한눈을 팔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뤘다.

염정아(41)가 연기하는 주부 ‘송하’는 광고회사 팀장으로 승승장구하는 워킹맘이다. 그러나 송하의 앞집에 홍경주(신은경 분)가 이사 오면서 부부관계에 변화가 일어난다. 송하는 경주의 남편 민상식(정준호 분)에게 잠시 끌렸지만 가정과 아이를 생각해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사이 경주와 남편 안선규(김유석 분)는 눈이 맞는다.

두 부부가 배우자가 아닌 다른 기혼 이성에게 끌린다는 내용은 ‘막장 드라마’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네 이웃의 아내>는 부부들이 실생활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고민을 전하면서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기혼자들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혹은 누군가에게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점이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이어진 것이다. 감칠맛 나는 대사와 스토리도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시청률 상승과 함께 더욱 바쁘게 촬영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염정아를 11월 14일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에서 만났다. 날렵한 턱 선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염정아는 주부 역할을 맡았음에도 여전히 도회적 이미지를 풍긴다. “뭐 타고 오셨어요? 먼 길 오느라 힘들었죠”라고 인사를 건네는 염정아는 차가워 보이는 인상에 비해 따뜻하고 친절했다.

<네 이웃의 아내> 출연을 결정한 계기가 있나요?

“대본을 받아 읽어보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태곤 PD와 일해본 적은 없지만 1회에서 4회까지의 내용이 제 시선을 확 끌었죠.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니까 저부터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네 이웃의 아내> 1화는 성 생활이 뜸해진 아내와 남편이 각각 성인물 영상을 보다가 자녀들에게 들키는 장면이 나온다).

올 4월까지 방영한 SBS <내 사랑 나비부인>이 끝나고 <네 이웃의 아내> 촬영을 하기까지 공백기를 짧게 가진 편이라서 바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대본이 재미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어요.”


▎<네 이웃의 아내>에서 염정아는 육아와 일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워킹맘’ 역할을 맡았다. 배우 정준호(맨 왼쪽), 김유석(맨 오른쪽)과 호흡을 맞춘다.
“내 얘기는 아니지만 드라마 내용에 공감이 가요”

염정아 씨가 보는 송하는 어떤 인물인가요 서로 닮았나요?

“송하는 보통여자예요. 등장인물들 중 가장 정상적인 것 같아요.(웃음) 회사에서 일도 잘해내면서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이자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 평범한 여성이니까요. 생활력도 강하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있는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해요. 저랑 닮은 점이 있다면 책임감이 강하다는 점인데, 성격은 송하가 저보다 조금 더 센 거 같아요.”

결혼 8년차의 주부로서 드라마에서 공감 가는 대목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네 이웃의 아내>는 누구나 결혼을 하면서 한번쯤 느꼈을 법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어요. 누군가는 이미 겪었을, 그리고 누군가는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요. 그래서 회가 거듭될수록 주부로서 공감하는 대목이 더 늘어가요. ‘이건 내 얘기다’ 싶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고민들이 극에 많이 녹아 있어요.

우리나라에 섹스리스 부부가 많다고 하는데 <네 이웃의 아내>는 그런 고민을 과감히 다루고 있잖아요. 송하가 남편에게 했던 대사 중에서 ‘내가 더 이상 여자로 보이지 않냐’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그랬지만 많은 분이 그 대사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을까 싶어요.”

극중에서 염정아는 화제가 됐던 장면을 여럿 꼽았다. 남편을 위해 머리에 토끼 머리띠를 하고 바니걸로 분장하는가 하면 가수 이효리의 ‘미스코리아’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던 장면 등이다. “혹시 남편에게 이런 이벤트를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보는데 그런 걸 어떻게 하겠느냐”며 웃었다.

“새벽에 들어와도 꼭꼭 아침밥 차리는 걸요”

신은경·정준호 씨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드라마의 내용상 현재 은경이하고 남편을 두고 대립구도를 세우고 있는데 실제로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에요. 정준호 오빠는 점잖으신 편이고요. 촬영 끝나고 함께 식사 자리를 갖고 하면 좋겠지만, 촬영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보니 그러지 못해 아쉽죠. 두 분 다 자기생활과 가정생활에 충실하신 분들이거든요. 저도 그렇고요.”(웃음)

실생활에서도 일, 연기 모두 똑소리 나게 하는 워킹맘으로 소문 나 있는데요.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다른 워킹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온전히 신경을 쏟죠. 일과 가정을 철저하게 분리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작품 활동 중에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촬영을 하면서 집에서는 엄마 역할도 해내야 하니까요. 그래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싶어 집에서는 대본을 펼쳐보지는 않아요.

제가 욕심이 많거든요. 밤샘 촬영을 하고 새벽 4~5시에 들어와도 7시면 일어나서 꼭꼭 아침밥을 차려요. 예전에 싱글일 때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집안에서는 엄마 역할에 충실하려고요. 애들 밥 먹이고 유치원 보내고 그동안 못한 집안일도 하는데, 그러면 눈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요.(웃음) 워킹맘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염정아는 2006년 정형외과 의사인 허일 씨와 결혼했다. 슬하에는 딸과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다. 염정아가 “첫눈에 (남편의) 외모가 맘에 들었다”고 말할 만큼 결혼 당시 남편 허일 씨의 잘생긴 외모가 화제가 됐다. 소개팅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염정아는 인터뷰 방송이나 가족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생활을 공개하는 등 남편과의 애정을 과시했다.

‘품절녀’가 된 염정아는 이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하는 등 배우로서의 스펙트럼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주연·조연을 가리지 않고 방송과 영화계를 오가며 다작을 했고, 40대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고혹미와 유쾌함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벌써 결혼 8년차인데 아이들 키우기가 만만치 않죠?

“큰 딸이 여섯 살, 아들은 다섯 살인데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어요.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해요. 지금 이렇게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몇 년 후면 둘 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테고 매일매일 눈에 띄게 성장할 텐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정말 행복해요. 남편과는 신혼 때와는 다르게 좀 더 편해진 느낌이 들어요. 늘 신혼일 수는 없잖아요. 이런 게 자연스러운 거겠죠?”


“불안하고 초조하고 걱정이 많은 엄마에요. 첫 아이가 몇 년 후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거라 생각하니 오히려 제가 더 떨려요. 무언가 당장 준비를 해줘야 할 것 같이 마음만 조급해지는 거 같아요. 그런데 주변의 다른 엄마들이 딱히 준비할게 없으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하더군요. 막상 그 시기가 돼 보면 알겠죠? 육아 정보는 친하게 지내는 몇몇 워킹맘들로부터 조언을 듣는데, 젊은 엄마들은 최신 정보가 빨라서 좋아요.

같은 워킹맘인데 굉장히 많이 알고 있어서 살짝 부럽기도 하고요. 늘 아이들에게 많은 걸 못해주고, 오랜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에요. 고맙게도 남편이 엄마가 없는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해주려고 굉장히 애를 써줘요. 저녁 약속도 잡지 않고 애들과 놀아준다거나, 최대한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남편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염정아는 2006년 정형외과 의사와 결혼해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남편과 아이들에게 전념하는 평범한 주부 역할로 돌아간다고 한다.



“해외 봉사활동 같이하면서 남편의 숨은 매력 느꼈죠”

정형외과 의사 남편 덕분에 생긴 장점도 있나요? 염정아 씨에게 남편은 어떤 존재인가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남편이 의사라서 저를 더 특별히 신경 써주거나 관리해주는 건 없어요. 언젠가 남편이 나중에 제가 늙어서 뼈가 다 닳으면 새로 갈아주겠다는 농담은 하더라고요. 결혼하면서 남편을 따라 기독교에서 천주교로 개종을 했어요. 시댁이 천주교여서 저도 세례를 받고, 이제 온 가족이 성당을 나가고 있어요. 아이들도 모두 세례를 받았는데 주말이면 함께 성당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좋더라고요. 평상시에는 남편과 골프를 친다거나 와인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요.”

2011년에는 남편과 해외 봉사활동도 다녀왔죠? 남편과 함께한 봉사라서 더 남달랐을 거 같아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부부 홍보대사로 위촉돼서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피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치료해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남편의 또 다른 면모를 보게 된 좋은 기회였어요. ‘우리 남편이 참 멋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의사로서 아이들을 돌보는 손길과 마음이 남다르다고 느꼈어요. 열심히 일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 멋있잖아요? 남편이 치료하는 동안 아이들이 아프지 않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달래주는데, 제 마음이 다 치료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람 있는 경험이었죠.”

염정아는 연기경력 23년차 배우다. 1991년 미스코리아 선에 뽑힌 뒤 그해 방송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오다 영화 <장화, 홍련>(2003) 출연 이후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염정아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장화, 홍련>에서 냉혹한 표정이 서린 아름다운 새 엄마를 연기한 염정아는 2004년 <범죄의 재구성>에서 ‘팜므파탈’의 매력을 선보이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미스코리아 꼬리표를 떼고 ‘배우 염정아’를 오랜 세월에 걸쳐 각인시킨 셈이다.

이후 염정아는 그가 예쁘고 도도한 배우만은 아니라는 점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드러냈다. 영화 <간첩>(2012)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는 꾀죄죄한 아줌마로 연기하는가 하면,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 (2013)에서는 최고 톱스타였던 여배우의 좌충우돌 시댁살이를 코믹하게 표현했다. 천연덕스럽게 CM송을 불렀던 염색약 광고에서는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에게 “엄마 말고 언니라고 불러”라고 말하며 미시 여성의 당당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연예계에 데뷔해서 어느덧 40대 여배우가 됐네요. 꿈을 이루었다고 보세요?

“중학교 때부터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연극반 오디션을 보는 자리에서 뇌종양에 걸린 소녀를 연기하다가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했죠. 대학을 연극영화과로 선택하면서 미스코리아, 배우 두 가지 꿈을 동시에 꾸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미용실에 가서 출전 준비를 했거든요. 미스코리아가 된 덕분에 더 빨리 배우가 될 수 있었어요. 두 가지 꿈을 동시에 이룬 셈이죠.”

그동안 공백기가 없다고 할 만큼 드라마·광고·영화에 꾸준히 출연해왔죠? 일 욕심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사실 올해가 결혼한 이래 가장 바빴던 한 해였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정말로 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하나라도 더 연기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저 자신을 채근했거든요.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는 못할 배역이 있잖아요? <네 이웃의 아내>의 송하 역할도 그 가운데 하나예요.

같은 연령 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나라도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겨요. 드라마 제의가 오거나 대본을 읽고 나면 놓치지 싫은 마음이 생기는데 어쩌죠? 제가 60~70대까지도 연기를 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연기를 할 수 있는 동안만큼은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10월 14일 첫 방송을 탄 <네 이웃의 아내>는 부부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내 높은 시청률을 이어간다.
“염정아 패션이 있다고요?”

젊었을 때는 도도한 이미지가 강했다는 얘길 들었는데 지금 보니 이미지가 부드럽다는 걸 느껴요. 40대 나이임에도 ‘미시렐라’(젊고 아름다운 20~30대 부인)라는 수식이 붙는데 그 비결이 뭔가요?

“요즘 정말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네요. 젊었을 때부터 도도한 인상이었던 터라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제가 언제까지 도도하겠어요?(웃음) 그래도 제 원래의 차가운 이미지가 쉽게 변하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몸매 관리를 따로 하는 건 없지만, 아줌마가 되고 싶지 않아서 집에서 퍼져 있지 않으려 노력을 해요. 긴장하고 사는 게 피부나 건강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작품을 쉴 때 허리가 아파서 필라테스를 했는데 몸매 관리에도 좋더라고요. 요즘에는 너무 바빠서 못하고 있긴 하지만요.”(웃음)

동년배 주부들 사이에서는 ‘염정아 패션’, ‘염정아 헤어스타일’ 등 염정아 씨 패션이 인기에요.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전혀 몰랐는데! 정말 그래요?(웃음). 머리스타일이 예쁘다는 소리는 많이 듣지만. 제가 패션감각이 좋은 건 아니고, 스타일리스트들이 알아서 잘 꾸며주니까 가능한 일이죠. 데뷔 때는 지금처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따로 있던 때가 아니라서 지금도 그때 사진을 보면 게 어색해요. 저는 제 손으로 화장도 잘 못하거든요. 평소에 화장을 안 하고 다니니까 집에는 아예 화장품이 없어요.”

2013년은 염정아 씨에게 어떤 해였나요?

“정말 일이 많았어요. 한 해에 작품을 두 개씩이나 할 만큼 일복이 터졌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템포를 늦춰가며 일해볼까 해요. 2014년에 영화 계획이 있긴 한데, 그래도 올해보다는 여유 있게 하려고요. <네 이웃의 아내>가 호평 속에 끝나고 나면 아이들한테 모든 시간을 다 쏟아붓고 싶어요. 그동안 같이 못 보낸 시간만큼 매일 같이 놀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바쁘게 지내는 동안 쏟지 못한 사을 모두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에요.”

201312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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