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세태고발 - 인증샷·이용후기 할인 미끼로 ‘막장영업’ 

섹스 포털사이트 안 잡나, 못 잡나? 

김종윤 월간중앙 인턴기자
‘여탑’ ‘유흥포럼’ ‘섹밤’ 등 성매매·음란물 사이트 단속 피해 수 년째 운영 중…강남 일대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 등 호황 이끌어

▎2004년 성매매특별법 이후 단속을 피해 오피스텔이나 주택가로 숨어들어간 신종 불법유흥업소들이 섹스 포털사이트의 광고·영업을 바탕으로 활개를 치고 있다. 늦은 밤 서울 시내의 한 유흥골목.




▎불법 성매매업소 홍보는 온라인 사이트가 대세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광고 전단지가 이용된다. 유흥 밀집지역에 뿌려진 유흥업소 광고 전단지.
성매매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일명 SNS(Sex Network Service)로 불리는 섹스 포털사이트를 이용한 온라인 영업이 대세다. 바지사장을 내세워 단속에 걸려도 업주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희생양은 주로 젊은 층이다. 남성들을 왜곡된 성문화로 이끄는 불법·탈법 현장을 고발한다.

2013년 12월 30일 늦은 밤, 미혼남인 장주석(가명·31) 씨는 회식자리가 끝난 뒤 귀가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장씨는 몇 번 이용한 적이 있는 성매매 사이트에 접속했고 10분여 검색을 하더니 잰 걸음으로 강남역 근처의 한 오피스텔로 향했다.

“방금 12시에 ○씨와 예약한 사람인데요, 오피스텔 앞입니다.” 잠시 후 장씨는 오피스텔 비상계단에서 성매매 업소의 실장과 만났다.

“손님, ○○○호로 가세요. 후기 확인했으니 1만 원 할인입니다. 이번에도 좋은 후기 부탁합니다.” 장씨는 지갑에서 현금 15만 원을 꺼내 지불하고 계단을 올라가 정해진 방으로 들어갔다.

일명 ‘SNS’(Sex Network Service)로 불리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통해 여성을 소개받아 하룻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문제의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업소들을 홍보하는 글이 수백 개씩 올라온다.

뿐만 아니라 직업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뒤 사이트에 남기는 ‘이용 후기’도 하룻밤 사이에 100개 넘게 올라와 있다. ‘여탑’으로 불리는 이 사이트는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성관련 상품과 성매매 업소가 홍보되는 곳으로 이용된다.

매춘을 주선하는 업소 입장에선 이런 사이트가 고마운(?) 존재다. 그동안에는 홍보를 위해서는 전단지를 유흥업소 밀집지역에 불법적으로 뿌려야 했지만 이제는 그런 수고를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이용한 업소 홍보는 비교적 ‘안전’한데다 편리하기까지 하다고 업주들은 말한다. 특히 업소들은 ‘좋은’ 후기를 올리는 고객들에게 1만∼2만 원씩 할인혜택이라는 미끼까지 던지면서 낯뜨거운 호객행위를 벌인다.


▎성매매 업소를 소개하는 섹스포털에는 ‘업종’을 불문한 수많은 광고 글과 함께 성매매와 관련한 낯뜨거운 ‘이용 후기’가 올라온다.
온라인 사이트 고객도 늘고 단속도 피해

오피스텔에서 만난 업소 실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왜 하냐고요? 돈 때문이죠. 이 장사만큼 돈 많이 남기는 게 어디 있어요?” 실장으로 불리는 그는 업주가 아니라 바지사장이라고 했다. “경찰도 다 알아요. 실제 업주는 따로 있는데 경찰은 바지 사장만 처벌하죠. 그리고 언론을 통해 성‘ 매매 단속 성과가 이만큼’이라고 나오는 식이죠. 보통 업주 한 명이 업소를 3∼4개 씩 거느리는데 한 달 수입이 몇 천만 원은 쉽게 떨어질 거예요. 그러니 이런 장사를 누가 포기하겠어요.”

대부분의 업소는 단속을 피하려고 철저한 사전 전화예약으로 운영된다. 인터넷 사이트를 보고 연락을 해서 원하는 시간에 종업원을 선택하면 대기시간 없이 곧바로 업소를 이용할 수 있다. 더러는 낮 시간에 업소를 찾는 남성들도 있다고 한다.

서울 지역에서 SNS에 온라인 광고를 올리는 성매매 업소들은 주로 강남·선릉·역삼 일대에 밀집돼 있다. 관계자들은 이 지역에만 100여 개의 업소가 있다고 추산한다. 유동인구에 비례해 수요도 많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곳에 유흥업소가 많이 밀집돼 있다 보니 남자고객이 많다”고 한 업소관계자는 말했다.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데에는 큰 자본과 인맥이 필요하다고 한다. 유흥업소가 대형화됨에 따라 건물 임대, 인테리어 비용 등 초기에 들어가는 자금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단속을 피해야 하는 것은 업소 운영의 기본조건이다. 강남역 근처의 한 오피스텔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남역 근처 오피스텔 월세 보증금만 하더라도 1천만∼2천만 원이고 월세 금액은 100만 원이 넘어요. 보통 방 10개 정도 임대해야 하는데 웬만한 인맥과 자본으론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한 업소의 경우 보통 오피스텔 건물 한 곳에 10개 안팎의 방을 임대해 영업한다고 한다. 관계자들은 이는 2004년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이후 ‘풍선효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말한다. 온라인 광고가 가능해지면서 업소들은 오피스텔 등 주거지역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업자 신고를 하기 때문에 경찰 단속으로 실제 ‘업주’까지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다. 한 업소 관계자는 “내가 일하는 업소의 실제 업주는 공인중개사다. 물론 그는 명의자가 아니다. 업소에 가끔 와 둘러보기만 할 뿐 업무는 실장이 도맡아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업주 사장님은 수도권에만 이런 업소를 4곳이나 운영한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성매매 알선 사이트가 등장해 영업뿐만 아니라 경찰 단속을 피하기도 오히려 쉬워졌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맞물려 성매매도 간단한 휴대폰 검색만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집창촌으로 대변되던 성매매가 온라인을 통해 더욱 은밀하고 광역화된 것이다.


▎(왼쪽)불법 성매매 업소들은 유흥업소 지역에서 오피스텔 등 주거지역으로까지 파고들었다. 경찰 단속에 적발된 한 불법 성매매 업소. (가운데)대부분 성매매 업소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휴대폰 문자를 통해 성매수자와 업소 관계자가 나눈 대화 내용의 일부. (오른쪽) 강남지역에만 불법 성매매 업소가 100여 개에 이른다고 추정된다. 경찰단속에 현장 적발된 성매수 남성과 여종업원의 모습.



업소들, 이용 후기에 촉각

확인 결과, 1월 초 현재 온라인에는 현재 10여 개의 성매매 알선 사이트가 올라 있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도 검색어 하나면 어렵지 않게 접속이 가능하다.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이 ‘합법적 사이트’를 가장하고 있으며, 성인인증 절차 없이도 청소년들도 손쉽게 접속이 가능하다.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차단해도 번번히 살아남는다.

대부분 외국 서버를 활용하기 때문에 도메인(주소)을 바꿔가며 이를 트위터에 공지한다. 남성들이 끊이지 않고 방문하는 이유다. 이렇게 광고를 올리는 성매매 업소도 어림잡아 수백 개에 이른다. 이런 사이트들은 대부분 유사한 포맷을 취하고 있으며 밤이면 혈기 넘치는 남성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민원, 자체 모니터링, 유관기관을 통해 유해사이트에 대한 의견이 접수되면 폐쇄결정 심사를 한다”며 “외국 서버를 사용하는 불법사이트는 폐쇄 조치 이후 다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방통위는 ‘새로운 정보’로 접수받고 같은 절차를 반복한다. 결국 “완벽한 차단은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소들 입장에서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광고에 목을 멘다. 단속을 피하면서도 업소를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여긴다. 이들 사이트의 제휴업소로 등록하려면 보통 월 30만∼50만 원의 광고비를 사이트 운영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제휴업소 관계자 성모(28) 씨는 “업소입장에서 50만 원이라는 돈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광고를 올리기 전후의 매출 차이는 서너 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휴업소들은 고객들의 이용 후기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후기 1개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소 관계자 오모(30) 씨는 “후기 할인으로 손님이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일명 ‘내상 후기’가 올라오면 해당 여종업원은 물론이고 업소 이미지가 추락해 매출이 곤두박질친다”고도 했다.

업소 여종업원들도 사이트 후기에 관심이 많다. 후기가 많이 올라와 에‘ 이스’로 불리는 한 여성은 “후기를 보고 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항상 예약이 꽉 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소 여종업원은 “실장이 손님들이 후기 ‘인증샷’의 사진촬영을 요구하면 응해주라는 지시를 받기도 한다”며 “이럴 때 일당에 5만 원을 추가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가 의심되는 강남역 인근 한 오피스텔의 경비원 윤 모(65) 씨는 “점심시간을 전후해 정장을 입고 오피스텔에 들어오는 회사원이 이따금 보인다”며 “밤늦은 시간엔 취기가 가득한 남성들의 출입이 목격되지만 일일이 신분을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텔 방문객 가운데 성매매가 의심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손을 내저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실제 ‘업주’를 추적하는 경찰의 강력한 단속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경찰이 현장을 단속한 후 압수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업소 관계자들은 불법 성매매 업소는 근절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으로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그럴수록 더욱 음성적인 형태로 변질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매매 업소를 관리해본 경험이 있는 허모(35) 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눈에 보이는 집창촌도 처벌을 안하는 판국에 경찰이 인터넷까지 뒤져가면서 단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러니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광고를 올리는 업소가 계속 증가하는 겁니다.”

성매매 장부에 기록된 매수자 처벌받기도

전문가들은 온라인에 성매매 광고·후기를 올리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한다. 임순호(43) 법무법인 로뎀 변호사는 “성매수보다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것이 ‘성매매 알선’이다. 광고를 올렸다는 것은 알선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이지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임 변호사는 이어 “후기를 올리는 것 또한 성매매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성매매 알선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단순 성매수 처벌(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보다 과중한 처벌을 받는다.

이들 업소를 이용하는 남성들도 처벌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단속을 할 경우 타깃은 ‘장부’다. 휴대폰 통화내역과 장부를 압수해 성매수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다”며 “설령 현장 적발이 아니더라도 여종업원과의 대질신문 등 여러방법으로 성매수 남성들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끝까지 업주를 추적하는 경찰의 단속의지가 필요하다”며 “실제 업주와의 연결고리를 발본색원해야 성매매 업소의 행태를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매매를 단순히 경찰의 단속과 법적 처벌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배정원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은 “젊은이들의 성문화가 건강해지려면 이성 간의 올바른 소통공간이 많아야 한다”며 “10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성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1402호 (2014.0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