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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 대학생 창업 지원금 줄줄 샌다 

박근혜 정부 지원책 늘리자 ‘묻지마 창업’ 급증…창업할 의지 없이 상금만 좇는 ‘프라이즈 헌터’도 늘어나 


▎창업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경진대회나 창업공모전이 늘었다. 하지만 일부 대학생은 이러한 창업관련 대회를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서울 소재의 한 종합대학을 졸업한 서은호(30대·가명)씨는 대학 안팎에서 ‘공모전의 신’으로 통한다. 서씨는 특히 창업 공모전에 강하다. 그는 대학 시절에도 3년 동안 휴학을 하고 공모전에 매달렸던 경험이 있다. 창업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고, 각종 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그는 창업과 관련한 각종 대회에서 26개의 상을 휩쓸었다. 받은 포상금만 수천만 원에 이른다.

수상 이력이 화려한 만큼 주변 사람들은 서씨가 창업을 하면 눈부신 성과를 거두리라 여겼다. 그러나 촉망받던 예비 창업자는 정작 창업을 하지 않았다. 졸업 후 그는 한 대기업에 취직해 다니고 있다.

그와 가까운 대학 후배 고주영(20대·가명) 씨는 “(서씨는)애초부터 창업할 생각이 없었다”며 “상금을 타고, 스펙을 쌓으려고 공모전에 나간다고 공공연히 말했고, 상금도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에 따르면 서씨는 ‘수상자 창업 조건’이 내걸리지 않은 대회만을 골라서 출전했다고 한다.

“창업이요? 스펙 쌓으려고 하죠!”

박근혜 정부 들어와 창업경진대회 열풍이 불고 있지만 서씨의 경우처럼 과실만 따먹고 창업을 외면하는 수상자들이 늘어난다. 청년 실업난이 심화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창업경진대회나 창업공모전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취업 또는 경력 관리의 일환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학생 창업 지원에 막대한 예산을 퍼부을 태세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주최한 ‘창업 공모전’은 모두 30여 개에 이른다. 여기에다 대학과 일반 기업에서 주최하는 공모전까지 합치면 50여 개가 훌쩍 넘는다. 이들 공모전 상금은 많게는 3천만 원부터 적게는 50만 원까지 다양한 포상금을 내건다.

이런 분위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창업이 대박으로 이어지는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며 대학생 창업지원을 국정운영의 주요 어젠다로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명확해지면서 각 부처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도 청년창업 지원예산으로 2013년(1100억5천만 원)보다 51.7% 늘어난 1670억 원을 배정했다.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도 창업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해 9월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대학 내 창업동아리의 지원을 늘리고, 예비 창업자에게 최고 1억 원의 상금을 주는 창업대회 개최, ‘대학생 창업드림 최고경영자(CEO)’팀 1천 곳을 선정해 최대 50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정부의 창업 지원책은 확대되고 있지만 당초의 기대와 달리 대학생 창업이 결실을 거두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학생들 사이에 창업 대회를 스펙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점점 진화하는 느낌을 준다. 대학시절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직장인 박성우(가명) 씨에 따르면 예전에는 창업 공모전에 나가 상을 탄 것만으로 취업할 때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창업 대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대회 수상 경력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창업 대회에서 상을 탄 이후 개인사업자 등록까지는 내는 게 ‘정규 코스’가 되다시피 했다. 그래야만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고, 창업까지 해봤다는 ‘완전한 스펙’이 되기 때문이다.


1 ‘창업 공모전’이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용으로 전락하면서 경진대회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아이템으로 복수의 창업 공모전에 참가해 상금을 타는 일들도 발생한다. 2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년 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창업에 대한 의지 없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하는 ‘가짜 창업’을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자등록 냈다 취소하는 ‘눈속임’도

조은주(20대·가명) 씨는 대학 재학시절에 창업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창업 공모전’은 창업 종잣돈을 마련하고,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단지 취업을 위해 도움이 되는 스펙에 불과했다. 현재 한 시중은행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그는 은행에 들어가기 전에 창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등록을 냈다가 금방 사업자등록을 취소했다. 조씨와 가까운 지인은 “매출이 나지 않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전혀 없다”며 “(조씨처럼) 취업 스펙을 쌓을 목적으로 창업하는 친구들은 자주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렇게 상금과 스펙을 목적으로 공모전에 출전하는 이들을 ‘프라이즈 헌터(Prize hunter·상 겨냥꾼)’라고 부른다. 한 지방 국립대에 재학 중인 윤선우(20대·가명) 씨는 자신이 “한동안 아이템을 가지고 상금만을 노리고 창업대회에 나간 ‘프라이즈 헌터’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까지 창업 공모전에서 다섯 번이나 상을 받은 이력을 가졌다. 받은 상금만도 1천만 원 가까이 됐다. 그는 “대회 수상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명 ‘족집게 강의’를 듣기도 했는데 상을 받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들어 창업 공모전이 부쩍 늘었다. 아이템만 조금 바꾸면 200만~300만 원의 상금을 타는 것은 쉬운 죽 먹기”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윤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더 이상 창업 공모전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에 그는 친구들과 함께 창업을 준비한다.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프라이즈 헌터’를 할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윤씨는 “좋은 아이템을 사업화할 생각은 전혀 없이 돈만 노리고 낸 아이템이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창업 아이템으로 삼고 싶은 소중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짜 회사 만들어 상금만 ‘꿀꺽’하기도

이처럼 창업 공모전의 ‘선수’들이 상을 쓸어 담다 보니 실제로 창업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대학원생 이지화(27) 씨는 디자인회사 창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창업 공모전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한 번도 수상을 해본 적이 없다. 이씨는 “실제로 창업하려는 친구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창업과 상관없이 기획서만 잘 쓰는 친구들이 상을 독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업 공모전이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되려면 창업에 대한 의지, 수상 이후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지 등도 평가 항목에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창업 공모전이 일부 대학생의 취업용 스펙 쌓기의 한 방편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은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4월에 발표한 ‘대학생 창업 추이’에 따르면 대학생 창업자는 2013년 7월 말 기준으로 407명이었다. 이는 전체 졸업생(약 56만 명) 대비 0.1%에도 못 미친다.

창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의 모임인 ‘전국 학생창업 네트워크(SSN)’에 따르면 대학생들 중 92%가 창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실패할 가능성이 큰 무모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창업보다는 대기업·공기업 등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한 국책 금융기관은 대학생들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창업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 기관은 대상(1팀)에는 상금 500만 원, 최우수상(2팀)에는 상금 100만 원, 우수상(3팀)에는 상금 100만 원을 각각 지급했다. 하지만 대회가 개최된 지 1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수상팀 6개 중에서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곳은 한 팀도 없었다. 수상자들은 취업을 했거나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회를 주최한 기관 관계자는 “당초 사업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보유한 학생이 많이 참가해 많은 기대를 했는데 대회가 끝난 후 수상자들에게 문의해보니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망감이 앞서지만 수상자에게 창업을 강요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창업 공모전’이 늘어나면서 경진대회의 경쟁력도 점점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IT기업을 운영하는 박지원(30대·가명) 씨는 2010년부터 ‘창업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여러 차례 참석해왔다. 그는 최근에 한 공공기관이 개최한 창업 대회의 심사 경험을 들려주며 한숨을 쉬었다. 이 창업 대회는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주는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한 대학생 팀의 제출 자료가 준비 기간에 비해 너무 부실해 보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요즘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방학 동안에만 대회나 공모전, 캠프 등 8곳에나 참여하거든요. 방학 내내 돌아다녀야 한다고요.” 박 씨는 선배 창업자로서 대학생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실망감이 더 컸다. 그는 “정부 예산을 들여서 굳이 이런 대회를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감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동일한 아이템을 들고 복수의 창업 공모전에 참가해 상금을 타내는 사례도 나타난다. 대부분의 창업 공모전에서 ‘다른 대회에서 수상한 아이디어로는 중복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조항을 정해놓았지만, 여러 개의 대회가 난립하다 보니 주최기관도 일일이 검증하기가 어려운 맹점을 악용한 경우다.

윤선우 씨에 따르면 전국 단위로 열리고, 규모가 큰 공모전의 경우 검증 시스템이 잘 갖춰진 편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거나 규모가 작은 공모전의 경우 일일이 점검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귀띔한다. 창업 공모전을 주최하는 공공기관의 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정부 예산이 들어간 행사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심사위원들이 ‘프라이즈 헌터’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가려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한다.

창업공모전을 주관하는 기관들은 이런 폐해를 잘 알기에 공모전의 취지에 맞도록 상금 지급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예컨대 공모전에 제출한 아이템이 실제 현장에서 실현되는 경우에만 상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장치도 ‘프라이즈 헌터’들에게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다양한 편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창업을 했다 현재는 한 IT기업에 입사한 전승우(20대·가명) 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해 한 대학의 취·창업 박람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대학가에 창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대학마다 창업 동아리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사진은 본문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지원금 받아 자동차 운전연수 받기도

“어떤 대회의 경우 수상자들에게 상금을 현금으로 주지 않기도 해요. 창업자들이 돈을 써야 할 항목, 예를 들면 어플리케이션 개발, 마케팅 비용 등을 주최기관에 신청하면 그 발주처에 직접 돈을 주는 방식이죠. 제가 아는 한 대학생은 실제로 창업할 계획이 없었는데 돈을 받으려고 창업을 가장해서 우선 A라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그 후에는 지인의 이름을 빌려 B라는 회사를 차렸죠. 그리고 주최기관에는 B회사에 발주를 줬다고 보고했고, 기관은 B회사에 돈을 줬어요. 나중에 그 대학생은 B회사로부터 그 돈을 받는 식으로 속임수를 썼어요. 주최기관도 거기까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 문제될 게 없죠. 결국 그는 상금만 챙기고, A라는 회사도 없앴죠.”

창업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는 경우는 지자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예산이 투입되는 청년창업센터도 부실한 운영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감사관실은 청년창업플러스센터와 강남·강북의 청년창업센터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관들은 청교직원에게서 한 통을 전화를 받았다.

노씨가 속한 동아리는 3개월 정도만 활동했던 터라 지원비 200만 원 중 상당 금액이 남아 있었는데, 해당 직원은 “돈을 다 써야 (학교) 실적이 올라간다”며 “지원비가 남아 있으니 빨리 사용하라”고 독려했다는 것이다. 결국 노씨는 동아리 활동에 필요하지 않는 문구류 등을 대량 구입해 지원금을 다 소진했다. 그는 “학교측이 대학생 창업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전시행정이 극에 달한 느낌을 받았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대학들은 학내 창업 동아리를 모집할 때도 동아리 활동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한다. 창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지원책이 많으니 ‘스펙 쌓기’에 유리하다는 식으로 학생들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노씨는 “이처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다 보니 동아리 활동의 내용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창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허술한 관리체계 하에서 주먹구구식 지원만 늘리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소국천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이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창업을 독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은 취업보다 본인들의 의지, 능력 등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의 창업 지원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면접심사를 강화해 창업의지가 낮은 지원자들을 미리 걸러내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창업 공모전을 주관하는 기관의 전문성도 도마에 올랐다. 창업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여러 차례 참가하고, 현재 기업을 운영 중인 고영혁(30대·가명)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창업 공모전을 주관하는 정부기관 중 많은 곳이 창업에 대한 철학 및 전문성 없이 대회를 개최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공공기관과 여러 차례 일을 했는데 창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정부 방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창업 공모전’을 개최하는 곳이 많다”고 비판했다. 대다수의 창업 공모전의 경우 수상팀에 대한 후속관리는 뒷전이고 일회성 지원에만 급급해 한다. 창업 관련 정부 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새다 보니 정작 정부의 도움이 간절한 실수요자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 정부부처가 주관한 창업 대회에 참가해 상을 타고, 실제 창업을 한 김형섭(20대·가명) 씨가 그런 경우다. 현재 대학교 4학년인 그는 친구들과 함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업체를 꾸렸다. 김씨는 “창업하는 대학생들에게 정부지원이 고맙긴 하지만 1년만 지원해주고 그치는 것이 아쉽다”며 “대학생 창업자의 경우 자금과 네트워크가 모두 부족하다 보니 일정 기간 동안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한 뒤로 추가적인 투자유치에 실패해 사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해진 기간 안에 결과를 보여줘야 하니깐 창업자에게 1년 내에 실적을 내기 원하더라고요. 결국 1년 안에 눈에 띌 만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 추가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형편이죠. 하지만 1년 안에 아이템을 개발해 시장에서 실적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요. 창업자로서는 어느 정도 기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2년 차, 3년 차에 맞게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필요해요. 예컨대 1년 차에는 시스템 업데이트, 2년 차에는 마케팅, 3년 차에는 해외 판로개척 등을 지원해주는 거죠. 그래야만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요.”

“성장단계에 따라 맞춤형 지원해야”

김씨는 최근 들어 자금난 때문에 다른 회사의 앱을 개발해주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인맥도, 돈도 없다 보니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모바일 앱 분야는 타이밍이 중요해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창업자들 사이에선 창업 후 회사를 3년 이상 이끌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정부가 오래도록 명맥을 이어갈 대학생 창업자들을 키우고 싶다면 그에 맞게 제대로 된 맞춤형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이고도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소국천 교수는 “창업지원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정부 예산이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곳에 대한 지원은 대폭 축소하고, 창업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201406호 (201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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