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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 ‘아침이 있는 삶’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9시 등교·벌점제 폐지 학생들 의견 따라 흔들림 없이 시행…유치원에서 대학으로 이어지는 ‘혁신교육 벨트화’ 한다 




요즘 두 명의 교육감이 뜨거운 이슈메이커다. 한 명은 자사고 폐지 논란의 중심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고, 다른 한 명은 이재정(70) 경기도교육감이다. 이 교육감이 ‘9시 등교제’를 내놓자 대번에 교육계 안팎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교육감은 올해 2학기부터 경기지역 전체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9시 등교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교육감의 9시 등교제는 학생들의 수면시간을 충분히 주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또 가족과 하루 한끼 식사라도 같이 할 시간을 주자는 취지도 있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이 2011년 대선 경선에서 직장인을 위한 공약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내세웠다면, 이 교육감의 9시 등교제는 학생들을 위한 ‘아침이 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교육감은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벌점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체벌이 전면 금지되면서 대안으로 시행된 벌점제가 학생지도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것 역시 학생들의 의견을 100% 받아들여 내놓은 것이다. 역시 찬반 논쟁이 뜨겁다.

교육감들이 취임 직후 전면에 내세우는 정책은 앞으로 4년간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조 교육감이 내세운 자사고 폐지는 ‘교육 균등 실현’이라는 담론적 가치관을 담고 있다. 반면 이 교육감은 좀 더 학생 중심의 실용적인 정책을 표방한다. 8월 7일 경기도교육청에서 만난 이 교육감은 청바지에 넥타이를 맨 소탈한 모습이었다.

“선거운동 할 때 만나는 학생마다 ‘잠이 모자란다’고 했다. 아침잠 좀 자게 해달라는 거다. 아침에 10~20분 더 자는 것과 덜 자는 것의 차이가 하루 컨디션을 좌우한다는 건 누구나 알지 않나? 공부란 건 길게 오래하는 게 아니고 짧게 집중적으로 해야 효과적이다. 충분히 자고 아침밥도 먹고 9시에 등교하는 게 길게 봤을 때 훨씬 효과적이다. 또 아이들이 부모들하고 얘기할 시간이 없다. 적어도 아침에 부모님과 밥도 먹고 출근과 등교도 같이 하는 모습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아침이 즐거운 가정을 만드는 거다.”

이 교육감은 8월 13일에 열린 ‘경기교육사랑학부모회 워크숍’에서 9시 등교제 재고를 바라는 학부모들과 설전을 벌였다. ‘학교 자율에 맡겨달라’ ‘단계적으로 시행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대한 그의 대답은 “안 된다”였다. “국가든 교육청이든 지금까지 학생들이 원하는 걸 제대로 들어준 적이 있었나? 학생들이 100%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는 게 바로 9시 등교제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자. 왜 안 되나? 0교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잠만 자게 된다. 우선 해보고 나쁘면 그때 가서 돌이키면 된다. 제발 아이들 중심으로 생각해달라.”

‘학생을 위한 정책’으로 주목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7월 15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린 ‘경기학생자치회 토론회’에 참석해 학생대표와 ‘셀카’를 찍고 있다.
9시 등교제가 학부모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면 ‘벌점제 폐지’는 교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체벌에 이어 벌점제마저 폐지되면 학생지도에 있어 손발이 묶일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 교육감은 여기에 대해서도 물러섬이 없었다.

“벌점제는 교사 위주의 정책이다. 학생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한 거다. 벌점제는 전혀 교육적인 효과가 없다.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매번 상황이 다른데 그걸 벌점 몇 점으로 획일화해 판단할 수 있나? 교사는 전지전능한 능력자도 아니고 판사도 아니다. ‘벌점 주는 선생님’이란 이미지로 교사의 권위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 교사는 칭찬하고 격려하고 배려하고 관용을 베풀고, 용기를 북돋는 인에이블러(enabler·조력자)가 돼야 한다. 통제관이 되면 안 된다.”

이 교육감의 ‘학생 중심’ 교육철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소신은 자사고 문제에 대한 관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교육감의 정책이 단순히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그는 자사고를 보내는 것이 학부모들 입장에선 기숙학원보다 훨씬 비용이 적고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건 학부모 욕심”이라고 단언했다.

“학부모 중심에서 아이를 보면 안 된다. 부모도 아이를 전부 알지 못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기 길을 결단하고 갈 수 있도록 돕는 게 학부모의 책임이다. 누군가를 우월하게 기르려고 하지 말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동안 수월성을 강조하며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진로를 모색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모델이 바로 혁신학교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혁신학교로 흘러갔다. 이 교육감은 “혁신유치원에서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혁신대학교까지 가면 혁신교육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앞서 조희연 교육감과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이 교육감은 조 교육감과 함께 성공회대 설립을 주도했다. 그는 성공회대의 초대, 2대 총장을 지냈다.

“성공회대를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학생 선발방식이었다. 개인의 역량과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성장시키자는 게 목표였다. ‘더불어 숲’이란 정신 아래서 위대한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보다 더불어 살 줄 아는 열 사람을 기르자는 정신으로 설립했다. 이게 바로 혁신대학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규모가 큰 대학은 어렵지만 작은 대학은 얼마든지 이런 실험이 가능하다.”

혁신고교의 저조한 명문대 진학 실적을 조 교육감에 이어 그에게도 똑같이 물었다.

“그렇게 볼 문제가 아니다. 한 혁신고는 학생들의 수능 등급이 8~9등급 정도였다. 그런데 입학 3년 후 116명의 졸업생 중 112명이 대학을 갔다. 명문대 몇 곳에 입학한 학생 수가 적다고 해서 이걸 실패했다고 볼 수 있나? 모든 학생이 가진 잠재력을 어떻게 키워주느냐는 교육의 방법론과 기준이 다른 것이다.

입시 위주로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토론식 교육과 발표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사고력과 분석력을 길러주는 게 진정한 교육이다. 교육이란 건 누구 한 명을 1등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 경기도에는 핀란드나 싱가포르와 어깨를 견주고 경쟁할 수 있는 혁신학교가 30곳이나 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혁신학교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 교육감에 출마한 거다.”


이재정 교육감이 취임 첫날인 7월 9일 용인수지고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성공회 사제에서 교육자·정치인으로 이력 다양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9월부터 혁신학교 42곳을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다. 320여 개로 늘어난다. 문제는 혁신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 수준이다. 이 교육감에게 물었다.

일부에선 수업 준비와 학사행정업무 등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혁신학교를 늘리는 데 어떤 걸림돌들이 있나?

“혁신학교가 되면 교사들이 1.5배 정도 업무가 늘어난다. 그만큼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학교의 걸림돌은 대체로 세 가지가 있다. 국가가 정해준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전통적인 방식이 옳다는 의견이 있다. 혁신학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부류도 있다. 이건 본인이 고민해보지 않아서다.

혁신학교의 시초가 현장 교사들의 깊은 고민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또 외부로 나타나는 성적 등 숫자와 지표에 연연하는 교장과 학부모들의 이해 부족이 있다. 혁신학교는 결코 위에서 내리누르는 정책이 아니다. 혁신교육을 해보겠다는 의지와 자발성을 가진 학교를 도와주는 것뿐이다. 올해도 100개가 넘는 신청학교들 중 42개만 지정한 이유는 그만한 열정과 가능성을 보이는 곳만 선별했기 때문이다.”

서열화돼 있는 대학 구조와 주입식 위주의 입시제도 아래에서 혁신학교가 성공할 수 있을까?

“혁신학교는 공교육 안에서의 대안학교운동이라고 보면 된다. 교육문화를 바꾸고 학교문화를 바꾸는 거다. 수능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이 줄고 논리적 사고를 중요 기준으로 삼는 학교가 늘고 있다. 앞으로 4년, 10년 후에는 지금의 특목고나 자사고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혁신학교가 대학 입시제도를 바꿀 수도 있다. 고등학교의 교육내용이 대학 입시를 좌우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이걸 존중해야 할 거다.”

이 교육감의 이력은 무척 다양하고 흥미롭다. 그는 성공회 사제다. 정치인이 된 건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서다. 신창추진위원회에 참여해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고, 16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교육위원회 간사로서 유아교육법을 제정하고 학교 영양사를 교사화했다. 이후 노무현정부 때 통일부장관에 임명돼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교육자로서 경력 스펙트럼도 이 교육감만큼 넓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는 경기고 졸업 후 고향인 충북 진천으로 내려가 무상 중등교육과정의 대안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어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강화유치원 원장과 이사장을 지냈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성공회대학교를 설립하고 총장을 지낸 데 이어 교육감에 당선하기 전까지 성공회대석좌교수로 활동했다. 그만큼 전 생애에 걸친 교육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유치원의 공교육화, 혁신유치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치원 교사 신분 보장해 유아교육 공교육화

“10년 전쯤 국회 교육위원으로 있을 때 유아교육법을 제정했는데, 유치원의 위상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유아학교로 볼 것이냐, 독립된 보육 위주로 갈 것이냐가 쟁점이었다. 교육의 내용과 교사의 신분 문제도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여전히 해결된 게 없다. 공립, 병설유치원이 늘어나면서 여전히 초등학교의 곁방살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유치원 기능을 정상화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혁신유치원의 모델을 생각 중인데, 고사 위기에 놓인 사립유치원도 살리고 공립유치원의 역할도 찾도록 하는 거다. 또 유치원 교사를 일반 교사와 차별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잇다. 경기도의 유치원 교사가 3300명 정도 된다. 초·중·고 교사 13만 명에 비하면 많은 숫자가 아니다. 재정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유치원 교사를 안정적인 직업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유치원 교육의 낮은 질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라고 본다.”

경기도는 자사고가 두 곳뿐인데도 이번 자사고 폐지 논란의 중심에 휘말렸다. 운영평가에서 기준 미달의 점수를 받은 안산 동산고의 지정취소 문제 때문이다. 결국 교육부가 경기도 교육청의 지정 취소 요구를 거절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교육감의 소신은 여전히 논란을 재점화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자사고는 잘못된 정책이다. 전국적으로 자사고의 비율이 7.9%인데 이곳에서 서울대 입학생의 20%를 배출한다. 이건 서울대 보내기 위한 교육이다. 입시학원이지 학교가 아니다. 부모로서 더 잘 안다. 제 딸이 특목고를 다녔다. 한 학기 다니더니 학교가 아니라고 하더라. 일반학교 가겠다고 해서 설득해 1년을 더 다녔는데 2학년 1학기 때 결국 자퇴하고 일반고로 전학했다. 자사고가 말하는 ‘맞춤형 교육’이란 학생이 원하는 게 아니라 학교와 학부모가 원하는 맞춤형일 뿐이다.”

자사고를 없앨 건가?

“없애고 마는 건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평가로 하는 거다. 이번에 동산고에 대한 평가도 충남·전북·전남·광주·경기 5개 교육청이 연합평가단을 구성해 실시했다. 5개 대상학교 중 동산고만 기준 점수를 미달했다. 의도적으로 동산고만 나쁘게 준 게 아니란 증거다. 안타까운 일이다. 자사고는 지역의 다른 일반고를 황폐화한다. 상대적 패배감을 주고,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교육환경 전반을 황폐화한다. 이런 걸 없애는 게 혁신학교 모델이다. 혁신학교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아무도 자사고 늘리자고 말 못할 거다.”

이 교육감은 교육감들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여럿이 함께 가는 대안을 찾고, 변화를 도모하는 의미에서 진보라고 한다면 저는 진보가 맞다. 그러나 정치적 개념의 진보를 자꾸 얘기하고 보수와 편을 가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또 소위 진보 교육감들끼리 패거리를 만드는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 보수로 분류되는 교육감들도 만나보면 그들도 대안과 변화를 찾는 노력을 많이 한다. 학생 중심으로 생각하고,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가 늘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전국의 교육감들과 함께 교육자치의 큰 틀과 방향을 놓고 고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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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호 (201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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