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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稅, 稅, 稅… 골프장에 쏟아지는 세금폭탄 - “원형보전지에 대한 중과세는 횡포!” 

지난해 전국 545곳에 부과된 재산세만 5718억원, 1회 라운딩에 세금 2만4120원… 2009년 이후 골프장 매출액 감소세, “종합부동산세만이라도 폐지해달라” 

최경호 월간중앙 차장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골프장들의 신음소리가 깊다. 가장 큰 원인은 국가와 지자체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이다. 골프는 사치성 소비로 분류돼 있어 이용자들이 라운드를 할 때마다 1인당 2만4120원꼴로 세금을 낸다. 이는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료 7500원의 세 배가 넘는 돈이다. 거기에다 골프장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일반기업의 최대 57배에 이르는 재산세 등도 그린피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 골프장들은 1999년부터 중과세를 풀어달라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골프장 경영자들이 각종 세금으로 인한 경영난 심화를 호소하고 있다. 그린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장대비가 최근 국내 골프장산업의 현주소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 사진·중앙포토
#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주호(33) 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처음으로 강원도 원주 골프장에 나갔다가 골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스크린골프는 자주 해보았지만 실제 필드에서 체험한 골프 라운드는 사뭇 달랐다. 전날부터 소풍 가는 기분으로 마음이 설레었고, 막상 나가보니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하는 기분이 최고였다. 운동효과도 적지 않았고 이 정도라면 비용도 부담할 만했다. 평일인 데다 할인쿠폰까지 발급받아 비용은 12만원(식비 등 부대비용 포함)가량 들었다. 박씨는 “생각보다 비용이 덜 들어서 앞으로 더 자주 필드에 나갈 것 같다”며 “서울 근교에 있는 시설 좋은 골프장도 그린피가 좀 더 저렴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8홀 회원제 골프장 대표 A씨는 요즘 고민이 깊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골프장 적자를 면할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경영하는 골프클럽 주변에는 10여개의 골프장이 밀집돼 있어 그린피 출혈경쟁이 치열한데 인건비 등 운영비 부담은 갈수록 커져간다. 골프장 내장객이 늘어났다는 뉴스도 그에겐 별로 달갑게 들리지 않는다. 어차피 정해진 회원들의 수요만으로 골프장을 운영하기엔 한계가 있는데다, 회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비회원 내방객들에게 혜택을 주기도 어렵다. 돈을 남기는 것도 아닌데 세금은 왜 이렇게 많은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떨치기 어렵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집 안 거실 한편에 놓인 골프백은 빈부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됐다. ‘골프를 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자 소리를 들었던 시절이다. 네댓 시간 즐기려면 100만~150만원(4인 기준)가량을 투자해야 하는 비싼 스포츠였기 때문이다. 돈이 있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골프장은 대부분이 회원제로 운영되는 터라 부킹(예약) 자체가 일종의 권력이고 힘이었다. 그랬던 골프가 지상(地上)으로 점차 내려오기 시작했다. 일단 골프장 수가 크게 늘어났다.

해마다 30~40개씩 늘어나던 골프장이 2014년 말 현재 492.5개(18홀 기준 환산)가 됐다. 올해에는 500개를 넘어서게 된다. 자연히 골프장 간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초창기에는 “우리가 더 좋다”며 시설 경쟁을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부터는 가격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전국 골프장의 절반(49.2%)이 ‘적자경영’


그 사이 다른 업종에서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스크린골프의 등장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연습용으로 들여온 스크린골프는 2000년대 말부터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을 무기로 빠르게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08년 전국에 600개 정도에 그쳤던 스크린 골프장이 지난해에는 약 5500개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젊은층의 비중이 30%를 넘을 정도로 연령대에 따라 고객층이 넓어졌다. 여성들도 즐기는 실내 스포츠가 됐다. 주말골프가 아닌 이들로까지 수요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수요는 필드로 연결되기에 이른다.

국내 골프인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도 꾸준히 늘었다. 2006년 1965만 명이던 골프장 내장객은 이듬해에는 2천만 명을 돌파했고, 2013년엔 처음으로 3천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사상 최대치인 3314만 명을 기록했다. 회원제 골프장이 전년 대비 2.2% 늘어난 1794만 명, 비회원제(대중제) 골프장이 전년대비 12.5% 늘어난 1520만 명의 고객을 끌어 모았다. 조만간 대중제(퍼블릭) 골프장 내장객이 회원제를 추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회원권이 있거나 회원을 동반해야만 골프를 치던 시절도 끝나간다는 의미다.

공급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요가 늘어나면 당연히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골프장 이용요금의 구성은 크게 3가지로 돼 있다.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 이용료다. 캐디피와 카트 이용료는 4인 기준 10만원가량이다. 반면에 그린피는 천차만별이다. 1인당 그린피가 30만원대인 골프장이 있는가 하면 지방 골프장 중에는 3만원(평일 기준)을 받는 곳도 나타났다. 10만원 이하의 그린피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많은 골프장이 5만~6만원대의 특가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출혈경쟁마저 생겨났다.

가격은 저렴해지고, 회원의 특권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니 사실상 국내에서 골프는 대중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골퍼 입장에선 여전히 비싼 가격이 불만스럽다. 어림잡아 그린피가 20만원이라고 하면 4인 기준 이용료는 캐디피와 카트 이용료를 포함해 대략 100만원 수준이다. 한나절 운동을 즐기는 데 1인당 25만원이 들어가니 고급 스포츠라고 해도 맞는 얘기다.

골프장 내장객이 늘어나는데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골프장이 돈을 많이 벌어야 정상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국 골프장의 절반(49.2%)이 적자(2013년 기준)에 허덕인다.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다 현재 매물로 쏟아져 나온 골프장이 60개에 이른다. 골프장을 짓다가 중도에 공사를 중단한 곳이나 법정관리 중인 골프장까지 합하면 500개의 골프장 중 5분의 1이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회원제 재산세율은 일반기업의 최대 57배


▎원형보전지는 골프장을 지을 때 부지의 20% 이상을 녹지로 보유하도록 한 땅이다. 개발과 이용이 불가능한데도 이 땅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돼 골프장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사진·중앙포토
이 모순된 상황은 왜 발생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세금 때문이다. 골프장에 고율의 세금을 물리기 시작한 건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골프를 사치스러운 운동으로 보고, 세금을 과하게 물려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놓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전국에 골프장이 70~80개 남짓해 사실상 독과점 체제로 운영됐던 만큼 이런 입법 취지에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민 중에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골프장 경쟁 체제가 시작된 지금도 세제가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모순이다.

골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골프장들이 부담하는 세금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재산세·취득세·종합부동산세다. 일반기업들도 모두 내는 것이니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골프장은 항목마다 중과세 대상이라는 점이다.

현재 회원제 골프장의 취득세율은 취득가액의 10%(대중제나 지방 회원제 골프장은 2%), 재산세율(토지 기준)은 과세표준액의 4%다. 일반기업 세율(2%)의 5배에 해당하는 취득세에 대해서는 큰 논란이 없다. 골프장 입장에서도 회원권 거래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인 만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논란의 핵심은 재산세다. 회원제 골프장의 재산세율 4%는 일반기업의 재산세율이 0.07%~0.4%인 것과 비교해보면 최대 57배에 이른다. 모든 스포츠 시설 중 유일하게 회원제 골프장에만 중과세를 매긴다. 도박장이나 유흥주점 같은 고급오락장과 같은 세율이라고 한다.

수도권 지역의 한 회원제 골프장 대표는 “현재 회원제 골프장들은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무관하게 매년 10억~40억 원을 재산세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에서 땅은 생산시설인데 그 땅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과세를 부과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재산세 산정 기준인 토지나 건물의 공시지가가 해가 갈수록 상향 조정되기 때문에 해마다 부담이 커진다. 흑자를 내는 골프장이라면 버틸 만하지만 그렇지 않은 골프장은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의 골프장에서 거둬들인 재산세는 57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골프장이 가장 많은 경기도가 걷은 세금만도 2749억원에 달했다. 골프장 한 곳당 평균 17억5095만원의 세금을 낸 셈이다. 한마디로 지자체에 골프장은 ‘현금지급기’이자 ‘캐시 카우(Cash Cow·현금을 짜내는 젖소)’인 셈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입장에서는 가장 시급한 문제가 원형보전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의 폐지다. 원형보전지는 골프장을 건설할 때 부지의 20% 이상 반드시 보유하도록 한 ‘그린벨트지역’ 같은 땅이다. 개발을 하더라도 20%는 원형 그대로 유지해 환경을 보호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당연히 개발과 이용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땅에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매긴다는 점이다. 그것도 종합합산방식(대중 골프장은 최고세율 0.7%로 별도 합산)을 적용해 최고세율이 2%나 된다. 일반적으로 종합합산과세는 투기용(비업무용) 또는 사치성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기열 대주회계법인 고문(회계사)은 “어쩔 수 없이 땅을 보유하도록 했으면 분리과세를 해야지 종합·합산해 중과세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중제 골프장은 별도합산을 하면서 회원제만 종합·합산하는 것 또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2008년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재는 시행령의 위헌성은 다루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방식 등과 비과세 대상 등은 지방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기 때문이다. 단 당시 목영준 헌법재판관(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장)이 낸 반대 의견은 참고할 만하다.

“골프장 내 원형보전지는 회원제 골프장이든 대중제 골프장이든 법령상 그 보유가 강제되고 개발 및 처분이 금지되므로 이는 토지의 과다보유 및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려는 종합부동산세의 입법취지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별도 합산 과세제도의 취지 즉, 업종의 성격이나 토지이용의 현황, 과다보유의 개연성 등을 고려하여 종합합산과세의 획일적 적용에서 오는 불합리를 보정하려는 의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과도한 세금 부담을 떠안는 것은 골프장만이 아니다. 골프장 이용객도 개별소비세와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낸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찾아볼 수 없는 세금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이 평균 500엔(약 4500원) 정도의 입장세를 받는 게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골프장에 갈 때마다 2만4120원씩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과 그린피의 절반가량이 세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1976년 특별소비세(현 개별소비세)로 변경됐는데 이후 스키장 등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골프장은 카지노·경마 등과 함께 그대로 남아 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종부세와 개별소비세


그런데 이들 사행성 업종보다 골프장 개별소비세가 오히려 더 비싸다. 내국인 카지노의 2.3배, 경마의 12배, 경륜(경정)의 30배다. 2013년 기준으로 골프장 개별소비세(국세) 수입은 약 2700억원이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면제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효과가 1조555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세수 감소액보다 국가 경제에 오히려 큰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1인당 3천원의 체육진흥기금 역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골프장을 일반 체육시설이 아닌 사치성 시설로 본다면서 체육기금을 내라는 것이니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체육진흥기금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기금 조성을 위해 만든 것이었으니 징수 목적도 이미 생명을 다한 것이다.

일부 스포츠 종목에 부과됐던 체육진흥기금은 2000년부터 회원제 골프장을 제외하고 볼링장·스키장·경마장 등에서는 폐지했다. 2013년부터 다행히 회원제 골프장도 체육진흥기금의 부과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야당의 ‘부자감세’ 논리에 떠밀려 폐지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다시 징수하고 있다.

뚜렷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골프장 세금정책이 업계 분란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제 골프장 사이의 갈등이다. 여전히 중과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회원제 골프장과 달리 대중제 골프장은 재산세·종부세 일반과세, 개별소비세 면제의 세제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원제 골프장이라고 해서 회원권을 가진 골퍼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회원제 골프장들의 비회원 이용객은 평균 75%에 이른다. 비회원인 경우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할 때 2만4120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대중제 골프장에 갈 때는 이를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유세 감소분까지 감안하면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가 더 저렴해야 하지만 실제로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는 회원제 골프장과 별차이가 없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말 그린피가 가장 비싼 골프장 1·2위는 대중제 골프장으로 나타났다. 골프장의 회원 모집 여부에 따라 정부가 기계적으로 세금정책을 적용하다 보니 시장질서만 왜곡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금 낮추면 ‘반값 골프장’도 가능하다”


▎골프는 산업으로서도 전후방 연계효과가 크다는 게 골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골프장이 들어서고 있는 한 공사장에 천공(穿孔)작업이 한창이다. / 사진·중앙포토
정부나 국회도 골프장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법인세 인하에 대한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은 데다 기본적으로 ‘골프장=체육시설’이라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기업의 법인세 인하와 골프장 중과세 완화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기열 회계사는 “모순된 세금 제도를 바꾸고 골프장 경영이 안정되면 그 혜택이 곧바로 골프장 이용객에게 돌아간다”며 “골프장을 일부 특권층만 이용하던 시절에는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깎아주는 격이니 이런 논리가 안 통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골프의 대중화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세무학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골프장의 재산세율을 4%에서 2%로 낮출 경우 골프장 이용객 1인당 2만 6570원을 절감할 수 있다. 거기다 개별소비세 폐지, 종부세 중과세 폐지 등을 포함시키면 1인당 이용요금을 5만~7만5천원까지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에 있는 한 골프장 재무이사는 “현재의 세제는 정부가 ‘골퍼=부자’, ‘골프세금감면=부자감세’라는 그릇된 인식만 부추긴다. 무거운 세금 때문에 결과적으로 ‘골프를 부자들의 전유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도한 세금을 조정하면 성수기에도 10만원 정도에 즐길 수 있는 ‘반값골프장’이 가능하고, 그러면 골프장이 일반 체육시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골프장이 세금 혜택만 얻고, 요금 인하에 미온적인 경우에 대비해 아예 관련법에 부칙으로 못 박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2008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시적으로 골프장의 취득세 등을 완화하고,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줬다. 당시 조세제한특례법 부칙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주관한 요금 심사위원회 운영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감독 기능을 부여한 바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여력이 있는 부유층이야 가격에 상관없이 계속 골프를 즐기겠지만 골프장 이용요금을 낮추면 중산층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골프장 매출은 연간 4조7천억원에 이른다. 전체 산업 영역으로 확장하면 시장 규모가 약 32조원이다. 내수 경기 부양과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서 이미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여당 국회의원은 “국가적·산업적 측면에서 종합적인 육성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해 쉽게 나서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미적거리는 사이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골퍼가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해외 골프관광으로 지출하는 돈은 매년 4조원(기타 관광비용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실제로 중국·베트남 등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국내 골프장들을 아무런 대책 없이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특히 규모로 승부하는 중국의 골프장 중엔 3박 4일에 30만원(항공권과 숙박비 포함) 정도의 저가상품을 내놓은 곳이 수두룩하다. 일정 기간 동안 골프와 숙박을 약정하면 무료 항공권을 제공하는 골프장도 등장했다.

반면에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와 골프장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외국인 관광객 1천만 명 시대에 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일이 많아졌지만 골프장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여행업계에서 상품 개발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골프장은 워낙 요금이 비싸고, 세금 비중이 높아 협상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그나마 개별소비세가 없어 저렴한 제주도에서 일부 상품을 판매 중이지만 중국·베트남 등과 비교할 때 확실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201506호 (20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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