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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特約 ] 또다시 점화된 설탕 유해 논란 

“몸에 해로워” vs “달콤해야 팔리지” 

아미 노드럼 IB타임스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 식품 첨가당 기준 강화에 식품업계 강력 반발… 기업들, 익숙하지 않은 맛으로 소비자 외면받을까 서서히 변화 움직임

▎FDA는 첨가당의 하루 섭취량을 현재 미국인의 평균치인 115g의 절반 이하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설탕을 듬뿍 뿌린 딸기파이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 사진·중앙포토
미국인은 설탕을 토스트 위에 바르고, 디저트 위에 뿌리고, 샐러드 위에 붓고, 스타벅스에서 들이마신다. 요즘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설탕은 심장병·비만·충치 등 일단의 건강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식품의 설탕 함량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하지만 FDA의 이 같은 권고안이 식품업체들의 가장 달콤한 제조법을 어느 정도까지 바꿔놓을지는 불확실하다.


▎사진·중앙포토
몇몇 업체가 대표적인 제품 성분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 중 태반은 미국 가정의 냉장고를 채우는 수많은 제품에 듬뿍 추가되는 설탕을 줄이려는 FDA의 시도에 여전히 완강히 저항한다.

일부 설탕은 과일 같은 식품에서 자연 생성된다. 하지만 나머지는 소비자의 미뢰(味蕾)를 자극해 더 큰 만족감을 줄 목적으로 식품에 첨가된다. 오늘날 미국인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첨가당은 115g이다. FDA는 특히 이들 첨가당에 우려를 표명한다. 소비자에게 하루 섭취량을 약 50g으로 제한하도록 권하고 기업들이 영양성분 라벨에 첨가당을 별도 표기하는 규정을 제안한다.

“기본적인 논지는 하루 첨가당 섭취량이 코카콜라 한 캔의 함량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시장조사 업체 IBIS월드에서 식음료 업계를 담당하는 앤드루 알바레스 리서치 분석가는 말한다. “따라서 지난 10년 동안 이미 치일 만큼 치인 탄산음료 업계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찬성파들은 이 같은 조치로 미국인이 더 건강한 선택을 하고 증가하는 비만율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파들은 우리 몸에서 첨가당과 천연당을 처리하는 방식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섭취량 줄이면 비만율 낮출 수 있어”


▎사진·아이클릭아트
그리고 FDA가 제안한 상표 표기는 소비자에게 혼란만 초래한다고 덧붙인다. 글로벌 식품업체 제너럴 밀스는 자체 조사 결과를 FDA에 보고했다. 바뀐 라벨을 보고 제품의 총 설탕 함량을 정확히 식별한 소비자는 66%에 그친 반면 기존 라벨의 경우엔 92%에 달했다는 내용이다.

“식품업계에선 라벨에 정보를 더 추가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캐리 프라이 국제낙농식품협회의 규제·과학문제 담당 부국장은 말한다.

프라이 부국장은 또한 식품업체들이 “수억 달러를 들여” 모든 제품의 영양성분 라벨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네슬레의 폴 바쿠스 기업 관행 담당 사장은 어쨌든 기업들이 매년 한 번씩은 많은 영양성분 표기를 개정하니 그로 인한 비용부담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FDA는 업계에서 뭐라든 밀어붙이기로 작정한 듯하다. 하지만 식품업체들은 FDA의 권고안이 자신들의 제품에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문을 갖는 듯하다. 첨가당 섭취량을 하루 50g으로 제한하라는 FDA의 권고에 소비자는 신경 쓸까? 소비자가 식료품점에서 영양성분 표기를 꼼꼼히 살펴볼까? 라벨 표기 변경이 달콤한 제품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까, 아니면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잊혀질까?

비영리단체 공익과학센터의 규제문제 팀장 로라 맥클리어리는 라벨 표기가 제품 성분을 재구성하도록 하는 ‘아주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시리얼·요거트·탄산음료처럼 첨가당 함량이 대단히 높은 제품의 경우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관측이다. “FDA가 트랜스 지방의 라벨 표기 규정을 추가했을 때 수년에 걸쳐 유통식품에서 트랜스 지방 75%가 줄어들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알바레즈 분석가는 더 회의적이다. 그는 “식품업체의 히트 제품이 그 대상”이라며 “그 제품들의 특정한 향·질감·맛에 소비자가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첨가당을 줄이면 제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데 그것은 어쩌면 일부 소비자의 호의를 잃는 것보다 더 큰 타격이 될지 모른다.”


▎현대인들은 소금 못지않게 설탕 섭취도 많이 한다. 한 남성이 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고 있다. / 사진·아이클릭아트
빨대 크기 조절로 당분 줄이는 ‘고육책’도 등장


▎운동 전후 즐겨 마시는 스포츠음료에도 당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 사진·중앙포토
몇몇 기업은 이미 제품에서 당분 함량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톨 하우스 쿠키, 킷캣스, 드라이어스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네슬레는 2015년 몇몇 제품의 당분 함량을 1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설탕과 관련한 공식적인 방침을 발표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FDA의 권고안을 따르기로 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첨가당 섭취 권장량은 하루 개인 칼로리 섭취량의 10%(하루 약 50g) 미만이다. 바쿠스 사장은 “소비자가 유익한 선택을 하도록 돕고 우리 제품에 책임감을 갖는다는 게 우리의 사업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네슬레는 향미우유(Flavored Milk: 바닐라와 과일 등의 맛을 추가한 우유) 제품인 네스퀵에서 첨가당을 줄인 신제품을 선보였다. 네슬레는 2000년 이후 네스퀵 초콜렛 분말의 첨가당을 1인분 당 0.6g으로 35% 줄였다. 간단히 코코아와 기타 천연 향료를 추가하는 방법을 택했다.

별개 프로젝트에선 픽시 스틱스라는 설탕을 채운 빨대 제품의 당분을 줄였다. 빨대 크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26g이던 당분 함량을 지금은 10g으로 낮췄다. 미국인은 섭취하는 첨가당의 절반 정도를 탄산음료와 과일주스 같은 음료에서, 그리고 6%를 사탕에서 얻는다.

다른 기업들도 FDA의 새 권고안에 따라 제품 구성을 바꿀지는 현재로선 아직 알 수 없다고 국제낙농식품협회의 프라이 부국장은 말한다. 낙농업자들은 ‘첨가당’에 관한 FDA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며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낙농업계가 우려하는 한 가지 문제는 우유에서도 유당의 형태로 설탕이 자연 발생한다는 점이다. 제조업체들은 때때로 낙농제품의 단백질을 강화하기 위해 ‘유고형분(Milk Solids)’으로 알려진 일종의 분유를 추가한다. 하지만 그런 단백질 강화 고형분에도 유당이 들어 있다.


▎1 빵에도 대체로 당분이 많이 들어 있다. 최근에는 당분이 없는 무설탕 식빵이 인기를 끈다. 2 60년대 국내에 판매됐던 설탕. 70년대까지만 해도 설탕이 명절의 귀한 선물로 각광받았다.
제너럴 밀스는 이 전략을 이용해 요플레 오리지널 요거트의 설탕을 25% 줄였다고 브리짓 크리스텐슨 대변인은 밝혔다. 이 신제품은 2015년 3월에 출시됐다. “유고형분을 추가하면 부드럽고 크림 같은 질감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 단백질을 강화할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나 업계의 많은 사람이 고형분의 추가가 설탕의 첨가로 간주되는지 명확한 해석을 기다린다고 프라이 부국장은 말한다.

제품에서 첨가당을 줄이는 기업이 더 늘어날지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업들은 보통 단번에 바꾸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변화를 준다고 바쿠스 사장은 말한다. 익숙하지 않은 맛으로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려는 목적이다.

그는 또한 업계에서 29년간 몸담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영양성분 표기에 첨가당을 추가한다고 매출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소비자의 결정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상적으론 소비자가 참고할 만한 또 하나의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 아미 노드럼 IB타임스 기자 / 번역 차진우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201602호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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