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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영원한 ‘신인스타’에서 ‘명배우’로 거듭난 임성언 

“이젠 여우가 되고 싶네요”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사진 오상민 기자 oh.sangmin@joins.com
12년 전 혜성처럼 등장해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군 ‘귀여운 보조개’ 여대생… 10년간 굴곡진 연기 인생 거쳐 2016년 충무로 기대주로 우뚝 서다

▎2016년 배우 임성언의 활동이 주목된다. 오는 2월 여주인공 역을 맡은 영화 <멜리스>의 개봉이 확정된 데 이어 기대작 <푸줏간 여인>에도 캐스팅됐다. 오랜 공백기 끝에 배우로서 겹경사를 맞았다.
만약 <응답하라 2003>이 제작된다면 1970~8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은 배우 임성언(32)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12년 전 그녀는 가장 각광받는 스타 중 한 사람이었다.

보조개가 매력적인 참한 외모의 한 여대생이 예능 프로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이하 ‘산장미팅’)에 등장했을 때 대중은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꺼이 허락했다. 당시 팬클럽 회원 수만 해도 16만 여 명. 그 후 임성언은 영화 <여고생 시집가기>, 드라마 <하얀거탑>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길을 걸었지만 데뷔 초의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진 못했다. 특히 2007년 드라마 <하얀거탑>에 출연해서는 정숙한 외모를 가졌지만 야망을 품은 아내 역을 맡아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팬들의 뇌리에서 조금씩 잊혀져 갔다.

그런 임성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12년 동안의 공백기를 거쳐 2015년 JTBC 드라마 <송곳>에 출연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대형마트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화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은 리얼리티 드라마다. 연이어 그는 충무로의 기대작 두 편에도 출연이 확정돼 배우로서 겹경사를 맞았다. 오는 2월에는 여주인공 역을 맡은 영화 <멜리스>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영화 <푸줏간 여인>에도 캐스팅돼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푸줏간 여인>은 비밀스러운 살인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한 여인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스릴러물이다. ‘여인’ 역을 지원한 경쟁자들이 상당수였지만 임성언에게 주연 자리가 낙점됐다. 배우 데뷔 10년 차이지만 2016년 충무로를 빛낼 새로운 얼굴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JTBC 드라마 <송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죠?

“주인공 이수인의 아내 역을 맡았어요. 평소 좋아했던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부터 팬으로서 기대가 컸어요. 게다가 운 좋게 참여하게 돼 엄청 기뻤죠.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지현우 씨와는 이전부터 안면이 있어서 호흡도 잘 맞았고요.”

‘아내’ 역은 원작에는 없던 인물이라면서요? 감정이입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혼자 상상해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니 고민이 됐죠. 극중에서 남편이 경제 활동을 포기하고 노조 투쟁을 시작하잖아요. 아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반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당장 가사가 어려워지니까요. 그러면서도 남편을 지지하고픈 여자로서의 마음과도 충돌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이중 심리를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유명세에 비해 역이 작았어요. 그런데도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가 궁금해요?

“작은 역이고 적은 출연 분량이었던 건 맞아요. 그런데 <송곳>에서 아내 역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또 다른 시선에서 드러내줄 수 있는 연결고리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작지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전 매 작품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이 참 좋아요. 그래서 작은 역이든 큰 역이든 가리지 않고 맡는 편이에요.”

“참해 보이지만 사실 왈가닥이에요”


▎연기 활동 10년째 접어든 그에게 슬럼프는 없었을까? 임성언은 “컨디션은 언제나 최상이에요. 훗날 연기로서 빛날 수 있는 연료가 될 거라 믿어요”라고 말했다. / 사진·중앙포토
드라마 말고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요?

“드라마도 좋지만 JTBC 예능프로 <비정상회담>에 출연하고 싶어요. 첫 회부터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거든요. 각국의 청년이 안건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게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몰라요. 요즘같이 소통이 필요한 시대에 더 빛이 나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웃음)

2003년 예능프로 <산장미팅>에서 큰 인기를 누렸는데 그 후 슬럼프 공백기에는 허전함이 적지 않았을 거 같아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팬들이 큰 버팀목이 되어줬어요. 연기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팬클럽 커뮤니티에 소소한 응원 메시지를 올려줬거든요. 이제는 다들 직장인이 돼서 바쁠 텐데도 여전히 저를 잊지 않아주시는 걸 보면 이런 게 ‘사회적 가족’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유망주였는데 생각보다 잘 안 풀렸어요.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연기활동을 시작했지만 인기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인기 자체에 연연하지는 않은 편이라 힘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작품이 끝나면 언제 다시 일이 들어올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겪는 게 힘들더라고요. 또 부모님께서 편찮으셨을 때 제가 연기 활동을 활발히 해서 기운을 불어넣어 드리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무력감을 느꼈던 적도 있어요.”

그러고 보니 그 사이에 대학원 공부를 하셨네요?

“비록 원치 않은 공백기가 생겼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단단히 마음먹었죠. 나태해지는 걸 막고 조금이라도 성장하려고 서강대 영상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이곳에서 연기를 다른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요. 어떻게 보면 공백기가 저한테 준 선물이죠.”

대학원 공부가 연기 생활에 도움을 줬나요?

“스물네 살 때 드라마 <리틀맘스캔들>에서 비혼모 역을 맡았어요. 그런데 그 캐릭터에 도무지 이입이 안 되는 거예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는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여자 역할이었는데 문제는 그게 성인업소였다는 거죠. ‘이 여자가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이 한번 들고부터는 연기에 몰입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대학원에서 ‘배우와 연출의 관계’라는 워크숍 수업을 듣게 됐어요. 결국 연기의 핵심은 ‘소통’에서 출발하더라고요. 이후 난관에 봉착하게 되면 감독님과 동료 연기자 분들께 조언을 구했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어요.”

특별히 힘이 된 동료 배우가 있다면요?

“연예인 봉사단을 이끌고 계시는 이무송·노사연 선배님께 특히 감사해요. 배우로서 슬럼프를 겪을 때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거든요. 배우 김혜선 선배님을 비롯해 SES 유진 선배님, 뮤지컬 배우 김성경 언니와 가수 강균성 오빠 등도 늘 저한테 관심을 쏟아준 고마운 분들이에요.”

성언 씨는 지적이고 참한 이미지잖아요? 아나운서 합격 1순위 연예인으로 꼽힌 적이 있죠? 그런데 왜 배우의 길을 선택했을까요?(웃음)

“참해 보이지만 사실 되게 왈가닥이에요.(웃음) 그런데 겉모습만 보시고 ‘참하다’고 하시니까 고민도 됐죠. 아무래도 이미지가 한정되면 배우로서 맡을 수 있는 역의 폭이 줄어들잖아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꼭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사람마다 한 가지 ‘자아’만 있는 게 아니듯이 사람의 어떤 숨겨진 얼굴을 표현해주는 예술이 연기라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 참 매혹적이지 않나요? 그리고 제게도 각양각색의 얼굴이 있답니다.”(웃음)

임성언의 매력 중에는 그녀만의 편안함도 있다. 시종일관 참한 얼굴로 눈동자를 마주치고는 질문을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곤조곤 답을 한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게 더 좋아요”라며 그는 거꾸로 기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만약에 배우가 아니라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카운슬러가 되고 싶어요.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어요. 예전에 MC 박경림 씨가 진행하는 토크콘서트를 본적이 있는데요. 청중들에게 그들의 아픔을 토로하게 하고 힘을 주는 재능이 놀랍더라고요. 저도 그래 보고 싶어요. 오늘 아침에 봉사활동을 하고 왔는데 거기서는 저한테 딱 공무원 타입이라고 하네요.(웃음) 바른 생활의 교과서 같대요.”

“투정부리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죠”


▎배우 임성언은 2003년 데뷔 당시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 열기를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그는 “여전히 제게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에요”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바른 생활의 그녀인가요?(웃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하루를 규칙적으로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해요. 늦잠 자고 싶어도 뇌리 속에 새벽을 열고 계시는 분들이 상상돼요. 그런 부지런한 열정을 품고 사는 분들이 많은데 저 혼자 이불 속에 있으면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 정말 공무원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긴 해요.”

그는 정숙한 옷차림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제에서 여배우들의 노출 경쟁이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지난해 부천영화제에서 임성언은 갑자기 수녀처럼 온 몸을 가린 옷을 입고 나타나 오히려 주변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캘리의 결혼식 복장과 닮은 레이스 옷이었다. 결국 주변의 설득으로 등이 드러난 나름 과감한(?) 드레스를 입는 것으로 타협했다.

팬들은 성언 씨가 ‘참한 누나’, ‘얌전한 동생’같다고 하더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사실 그게 고민이기도 해요. 주변에서 이런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여우가 돼야 한다’, ‘사회생활하려면 좀 독해져야 한다’고요. 그런데 천성을 어떻게 바꾸죠?”(웃음) 어떻게 해야 여우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일하다 보면 자연스레 독해지기도 하잖아요.

“힘들 때가 분명히 있죠. 동료에게서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일단은 막상 당해도 제가 눈치가 없어서 몰라요. 한참 후에야 ‘아, 내가 당했구나’ 해요. 그런데 5분 정도 끙끙 앓다가 ‘에이, 귀찮아’ 하고 잠이나 자는 식이에요. 화를 내봐도 결국은 지난 일이잖아요. 그렇게 하루가 가고 다시 또 당하고. 이제는 여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혹시 성언 씨에게도 착하지 않은 면이 있나요?(웃음)

“그럼요. 운전할 때 갑자기 안 착해져요. 주변에서 여자운전자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 생각해요?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모험심이 많다고 할까. 그런데 일에서는 좀 예민한 편이죠. 아무래도 극에 몰입해야 하다 보니 그 시기엔 친구도 멀리해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복스럽게 잘 먹는 애로 보더라고요.”(웃음)

평소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풀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스트레스를 잘 받는 편이에요. 그러면 몸이 아프거든요. 서울 이곳저곳을 걸으면서 사념들을 흘려 보내요. 머리 복잡할 땐 걷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주로 어디서 산책하세요? 어디를 가야 성언 씨를 볼 수 있나요?

“서울 성곽길이나 인사동, 강북 쪽에서 걷길 좋아해요. 특히 광화문에 가보면 점심시간 때 직장인 분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거기서 ‘투정부리지 말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깨닫고 오죠.”

작품 활동 중에는 보통 매니저가 집까지 데려다 주잖아요. 그런데 혼자 지하철 타고 귀가할 때가 많다면서요?

“우리 매니저님들은 저 연기할 때 옆에서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분들인데, 집까지 매일 데려다 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요. 저 혼자 가도 문제 없어요.”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팬 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기쁘죠. 같이 사진도 많이 찍어 가시고요. 섭섭한 건 예쁘게 꾸민 날은 좀 (사진이) 찍혔으면 하는데 아는 척을 안 하세요. 대충 입고 화장 안하고 머리 안 감고 나오면 꼭 그때 알아보세요.(웃음) 그래도 알아봐주시면 기뻐요.”

그래도 자연 미인으로 유명하잖아요. 실제로 보니 화장 안 해도 예쁜 것 같아요.

“저, 오늘 풀 메이크업 한 건데요.”(웃음)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앞으로 특별히 해보고 싶은 역할은 어떤 거예요?

“사랑스러운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 씨처럼요. 요즘 서정적인 연애를 담은 영화를 보기 힘든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그런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연애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어떤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우선은 말이 통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 그러는데 제가 생각보다 진지하대요. 그래서 쾌활한 분을 만나고 싶어요. 좋은 에너지를 받고 싶은 거죠.”

성언 씨한테 연애는 어떤 추억으로 남았나요?

“저는 되게 연애를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제 이미지가 여성스럽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연애를 해보니 제가 생각보다 남자 같은 사람이더라고요.”

왜 그렇게 느꼈어요?

“저는 그냥 저대로 하는데. 오히려 상대가 좀 여성적으로 변하고 제가 좀 남자 같고. 남녀가 바뀐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약간 무심한 여자 친구였군요.(웃음)

“다음 연애에서는 여성스러워져야죠.”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10년째인데 슬럼프는 없었어요?

“컨디션은 언제나 최상이에요. 저는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원래 제가 맨땅에 헤딩하는 스타일이에요.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무조건 해보는 편이에요. 사소한 일이라도 경험해보면 훗날 연기로서 빛날 수 있는 연료가 될 거라 믿거든요.”

앞으로 영화에 주력할 거라면서요?

“지난해 부천영화제에서 소개됐던 영화 <멜리스>가 오는 2월 개봉 예정이에요. 진짜 대중을 만나는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긴장돼요. <멜리스>는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여자에 대한 얘기인데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또 다른 영화에도 캐스팅 됐다면서요? 소개해주세요.

“영화 <푸줏간 여인>인데요. 좀 복잡한 스릴러 물이에요. 저는 사건의 발단을 만드는 역을 맡았어요. 다 이야기하면 안 되는데….”

신비로운 여인 역이라 경쟁자가 많았다고 들었어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 선배님께선 고전적 아름다움과 냉혹한 비밀스러움을 표현하셨잖아요. 그 역을 떠올리며 영화 <푸줏간 여인>의 감독님께 말씀 드렸죠. 싱긋 웃으며 ‘저도 할 수 있어요’라고요. 뜻밖에도 결과는 좋았답니다.”

“배우 조승우 씨와 함께 일해보고 싶어요”

평소에 어떤 영화를 즐겨 보나요?

“액션, 스릴러, 로맨스…. 그러고 보니 다 좋아하네요? 실은 알고 싶은 게 많아요. 결국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잖아요. 배우를 직업으로 뒀다면 다양한 작품을 봐야죠.”

혹시 꼭 같이 작업하고픈 배우가 있어요?

“최근 영화 <내부자들> 보고 조승우 씨한테 감명 받았어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기하잖아요. 관객이 그 역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 언제가 같이 일하면서 배우고 싶어요.”

큰 명성을 얻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요즘 연예인들은 공익 캠페인이나 봉사활동처럼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던데.

“이미 봉사활동은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건 배우로서가 아니라 인간 임성언의 한 일상이라 봐주시면 좋겠어요. 봉사를 뭔가 큰 포부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일처럼 그렇게 해온 것뿐이거든요. 배우로서는 명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냥 전문 배우로 남고 싶어요.”

그동안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10년 전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얻게 된 적도 있고 몇 년간의 공백기도 겪었잖아요. 인기의 높낮이가 컸죠. 그런 일을 겪어보면 어느새 사람이 겸손해질 때가 오더라고요. 철든다고 할까요? 정말이지 언제부턴가는 순간에 충실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됐어요. 아직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소중히 하며 늘 노력하고 싶은 게 현재의 심정이에요. 큰 포부라 하면…. 글쎄요. 제가 그럴 깜이 될까요?(웃음) 제 연기가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만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에요.”

되게 겸손한 것 같아요

“저를 이끌어주는 내면의 말이 있어요. ‘긍정적으로 살자’,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자’예요. 지금까지 일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여기서 나온 것 같아요.”

훗날 대중에게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어요?

“작품에 완벽하게 녹아 들어서 ‘이 배우가 임성언이었어?’ 하고 깜짝 놀라게 해드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임성언은 꽤 괜찮은 배우였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올해에 혹시 이루고 싶은 일들 있으세요?

“새해에는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증류수는 오래 둬도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순수한 결정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12년 전 밝은 보조개 미소로 인기몰이를 했던 그녀는 여전히 말간 얼굴에 아이 같은 미소로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시간 동안 그를 브라운관에서 지켜봤지만 여전히 그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아마도 데뷔 초 대중을 사로잡았던 순수함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일 테다.

-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사진 오상민 기자 oh.sangmin@joins.com

201602호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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