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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주역(周易)으로 풀어본 3당 대표의 총선운세 

김무성 “친박에 더 덜어줘도 총선 결과는 길하다”
김종인 “호남에선 의외의 선전, 수도권에선 고전”
안철수 “김종인 흔들기 버티면 교섭단체 구성은 무난” 

황태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새누리당 친박계, 공천 욕심 부리면 총선에서 대거 낙선할 수도… 김종인 대표는 당의 운세보다 본인의 운세가 좋아

▎3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오른쪽부터) / 사진·중앙포토
주역점단이 합리적 판단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대개 주역이 옳다는 것이 자주 입증된다. 지식인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혜가 담겼다. 황태연 교수의 주역 해석에는 3당 대표가 귀담아들어야 할 교훈도 있다. 어디까지나 관대하게, 지조를 지키고,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국가나 정치가의 정치적 운세를 점치는 방법으로는 거북점과 주역점이 있었다. 거북점은 ‘복(卜)’이라고 했고 주역점은 ‘서(筮)’라고 했다. 그래서 국가에서 점 일반을 ‘복서(卜筮)’라고 통칭했다. ‘복’과 ‘서’는 용도가 달랐다. 거북점 ‘복’은 몇 백 년에 걸친 장기간의 국운이나 왕조의 운을 보는 점이고, 주역점 ‘서’는 국가·왕조·정치가·정책 등의 100년 이내 단기간의 운세를 보는 점이었다. 이런 까닭에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서단구장(筮短龜長: 주역점은 단기적이고 거북점은 장기적이다)’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주역’은 주(周)나라의 ‘역(易)’이라는 말이고, ‘역’은 ‘바뀐다’는 말이다. ‘주역’은 주대(周代: 기원전 1046∼771)에 조정에서 정치변화를 점치는 데 썼던 경문(經文)과 서법(筮法)의 총체를 가리킨다.

‘주역’은 주나라 초기에 성립했다. 따라서 주역의 64괘의 괘사(卦辭)와 384효의 효사(爻辭)로 이루어진 주역경문은 3000년 이상 오래된 진귀한 고문 중의 고문이다. 주역괘와 경문에 공자가 붙인 10개의 주석문을 가리켜 ‘십익(十翼)’이라고 부르고, 주역경문과 십익을 합하여 <역경(易經)>이라고 한다. <역경>은 사서삼경(四書三經)의 ‘삼경’(서경·시경·역경) 중 하나로서 조선시대 과거시험 과목 중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다. 주역은 애당초 정치의 점법이었기 때문에 정치인·공인의 행보, 정치전략·정책의 성패, 또는 정당과 국가의 단기 운수를 점칠 때 잘 들어맞는다.

2016년 3월은 4월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다. 필자는 2월 1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민주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각 당을 이끌고 치를 국회의원총선거에서 각 대표의 총선 운세를 전통적 주역서법(周易筮法)에 따라 서죽(筮竹)으로 정서(正筮)했다. ‘서(筮)’는 명사로 ‘주역점 서’자이고, 동사로 ‘시초(蓍草)로 점칠 서’ 자다. 세고 가는 줄기를 가진 ‘시초’라는 풀은 1000여 년 전에 이미 멸종했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시초 대신 대나무를 뜨개질용 대바늘 같이 가늘게 갈라 50개 점대를 만들어 이것으로 시초를 대신했다. 이것을 ‘서죽’이라고 부른다. 오래전부터 이 서죽을 쓴 서지(筮之)도 ‘정서’로 간주해왔다.

“바르게 지키니 이롭도다. 빼앗으러 나서면 흉하리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의 수세적인 국면이 총선 이후 역전되는 운명이 점쳐진다. / 사진·중앙포토
2016년 2월 1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총선 운세를 서지(筮之)하여 ‘손지복(損之復)’ 괘를 얻었다. ‘손지복’ 괘란 ‘산택손(山澤損)’ 괘의 2효(爻)와 상효(上爻)가 동(動)하여 ‘산택손’이 ‘지뢰복(地雷復)’ 괘로 변하는 괘변(卦變)를 말한다.

손괘 2효의 효사는 “구이(九二)는 이정(利貞)하고, 정(征)이면 흉(凶)하니 불손(弗損)이라야 익지(益之)리라”이고, 상효의 효사는 “상구(上九)는 불손(弗損)하고 익지(益之)면 무구(无咎)하고 정길(貞吉)하니 이유유왕(利有攸往)이니 득신무가(得臣无家)리라”이다. ‘구이’는 양(陽)의 2효(여섯 효 중 아래에서 두 번째 효)라는 뜻이고, ‘상구’는 ‘양의 상효(여섯 효 중 가장 위에 있는 효)’라는 뜻이다. 동아시아에서 ‘구’는 양수(1, 3, 5, 7, 9) 중 가장 큰 수로서 양수를 대표하고, ‘육(六)’은 음수(2, 4, 6, 8, 10) 중 한가운데 위치한 수로서 음수를 대표한다. 따라서 가령 육오는 음(陰)의 5효이고, 육삼은 음의 3효다. 손괘는 덜어냄(손실)을 말하는 괘다. 손괘 2효와 상효의 효사의 뜻은 다음과 같다.

구이. 바르게 지키니 이롭도다. 빼앗으러 나서면 흉하리라. 그들한테서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보태주라.

상구. 그들한테서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보태주면 무탈하고, 바르게 지키니 길하다. 갈 바가 있는 것이 이로우리라. 가문을 따지지 않고 신하를 얻으리라.

구이 효는 김무성 대표 개인 또는 비박계의 총선운을 보여주고, 상구 효는 새누리당의 총선운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공자님은 ‘구이 효’와 관련하여 “구이가 바르게 지키니 이롭다는 것은 중도를 뜻으로 삼기 때문이다(象曰 九二利貞 中以爲志也: 상왈 구이리정 중이위지야)”라고 탁월한 해설을 가했다. 말하자면 김무성 대표가 공천과정에서 자기 몫, 즉 비박(非朴)계의 계파 몫을 챙기거나 늘리기 위해 친박(親朴)계를 공격하여 빼앗으면 오히려 흉하여 총선결과는 더 나쁠 것이고, 친박계에 양보하고 그들에게 보태주는 듯하는 중도 노선을 세우고 중도를 바르게 행하면 오히려 총선결과에서 이로울 것이다.

이 말은 김무성의 비박계가 싸워서 공천을 더 많이 따내더라도 본선에서 더 많이 떨어져 결과적으로는 비박계에 손해가 나고, 양보하는 듯 중도를 행하면 공천을 덜 받더라도 본선에서 더 많이 당선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공천을 더 많이 빼앗아간 친박계는 본선에서 더 많이 떨어져 결국 친박계에게 더 나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구이가 조건부 효사가 아니라 운명적인 효사이기 때문에 김무성과 그 계파는 운명적으로 중도를 바르게 지킬 것이고 총선결과에서 비교적 이로울 운세를 탈 것이다.

두 번째 상구 효는 김무성 휘하의 새누리당의 총선운이다. 아랫사람들에게서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보태주면 무탈할 것이고 이 관대한 노선을 바르게 지키면 길할 것이다. 공자님은 여기에다 “그들에게서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보태주는 것은 뜻을 크게 얻을 것이다(象曰 弗損益之 大得志也: 상왈 불손익지 대득지야)”라고 주석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단단히 재미를 볼 것(선방할 것)이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갈 바’(대권전망)를 갖게 되어 이로울 것이다. 왜냐하면 새누리당이든 김무성 대표든 “가문을 따지지 않고 신하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계파나 전통적 여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지지자를 얻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산택손(山澤損) 괘가 지뢰복(地雷復) 괘로 변했으므로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산지(艮)가 평지(坤)로 변하고 또 무리도 얻어 앞길이 평탄할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에서 야권 분열의 어부지리(漁父之利)도 있겠지만 특히 지방에서 세를 크게 얻고 이후에도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震)이다.

김종인, “문을 나가 교제하는 데 성공한다”


▎1월 31일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 열사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를 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2월 14일, 같은 날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총선운을 서지하여 수지비(隨之比) 괘를 얻었다. 택뢰수(澤雷隨) 괘의 초효와 4효가 동하여 택뢰수괘가 수지비(水地比) 괘로 변했다. 수(隨)괘 초효의 효사는 “초구(初九)는 관유투(官有渝)이니 정길(貞吉)하여 출문교우공(出門交有功)하리라”이고, 4효의 효사는 “구사(九四)는 수유획(隨有獲)이면 정흉(貞凶)하니 유부재도이명(有孚在道以明)이면 하구(何咎)리오”이다. 수(隨)괘는 따름의 괘다. 수괘 초효와 4효의 효사의 뜻은 다음과 같다.

초구. 벼슬에 변화가 있어 그대로 고수하니 길하리라. 문을 나가 교제하는 데 성공이 있으리라.

구사. 따라가 얻는 것이 있도다. 줄곧 그대로 가서 흉하리라. 그러나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가지는 것은 도리에 달려 있으니 현명하다면 무엇을 허물하리오?

초효는 김종인 대표가 총선과정에서 만날 개인의 운이고, 구사는 김종인 대표가 이끄는 더민주의 총선운으로 보인다. 초구를 두고 공자님은 “‘벼슬에 변화가 있는데 바른 것을 따라서 길하고, 문을 나가 교제하는 데 성공이 있다는 것은 잃지 않는다는 말이다(象曰 官有渝 從正吉也 出門交有功 不失也: 상왈 관유투 종정길야 출문교유공 부실야)”라고 주석했다. 이 괘를 뽑은 시점이 2월 중순이다. 따라서 벼슬에 변화가 있다는 것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호칭상의 대표’가 되고 ‘호칭상의 대표’가 다시 혁신위원회 공천원칙도 고치고 더민주의 관행도 수정할 수 있는 ‘실권 대표’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른 것을 따랐기(從正)” 때문이다. “문을 나가 교제하는 데 성공이 있다”는 것은 “응급환자가 뜻이 없으면 의사는 떠나면 그만이다”는 김종인 대표의 언행과 관련된 것이다.

앞으로 총선과정에서도 이런 언행이 더 나오거나 실제로 당을 박차고 나가게 될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잃는 것이 없을 것이다. 또 더 길게, 더 넓게 해석하여 총선이 끝나고 더민주의 문을 나가더라도 교제에 성공이 따를 것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의 총선을 이끎으로써 개인적으로 성공을 거둘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70대 노인에게 참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두 번째 구사의 효사는 김종인 대표가 지휘하는 더민주의 총선운이다. 민주당은 김종인 대표를 따라가면 분명 얻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흉할 것이다. 공자님은 “따라감에 얻음이 있는 것은 그 뜻이 흉하다(隨有獲 其義凶也: 수유획 기의흉야)”라고 주석했다. 이 주석으로 미루어 더민주의 대주주인 친노·친문 세력이 김종인의 (보수적) 노선을 따라가면 일단 얻는 것이 있으니까 따라가서 이익을 얻지만 자기들의 (급진적) 본심을 속이고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이런 전술이 의리에 반해서 아마 총선결과는 흉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물론 효사는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갖는 것은 도리에 달려 있으니 현명하다면 무엇을 허물하리오?”라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믿고 따르는 사람들”, 즉 친노 세력에 대한 기본적 지지층을 유지하는 것은 친노가 대변해온 급진적 진보 노선에 대한 충성의 도리에 달려 있다. 그러나 앞으로 친노 지도자들 중 누가 당 안에서 고개를 들고 감히 김종인 대표에 맞서 발언하여 더민주로 하여금 친노 노선에 대한 충성의 도리를 하게 하는 ‘현명’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겠는가? 아마 최초의 효사 “따라가 얻는 것이 있도다. 줄곧 그대로 가서 흉하리라”라는 말처럼 운명적으로 총선결과는 좋지 않을 위험이 크다.

결론적으로 김종인 대표의 총선운은 아마 김종인 개인에게 아주 좋고 더민주에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택뢰수(澤雷隨) 괘가 수지비(水地比) 괘로 변했으므로 총선 과정에서 더민주는 호남의 외방, 즉 비호남 지역에서 위험에 처할 것이다. 비(比)괘의 외괘가 험수(險水)를 뜻하는 감(坎) 괘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에 평탄한 곳은 서울지역이 아니라 지방이다.

안철수, “바르게 그대로 눌러앉으니 길하리라”


▎3월 한때 깊은 내홍에 빠졌던 국민의당 수뇌부. 왼쪽부터 안철수 공동대표, 김한길 선대위원장(당시), 천정배 공동대표. / 사진·중앙포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총선운에 대해서는 필자가 아니라 강원도 원주의 재야 역학자 백오(白烏) 선생이 두 번에 걸쳐 서지한 것이 있어 이것을 풀이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신기(神氣)가 보통사람들보다 뛰어난 백오 서지의 적중도가 더 높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분당 직후에 수행한 첫 번째 서지에서는 ‘이지복(頤之復)’ 괘를 뽑았다. ‘이지복’은 산뢰이(山雷頤) 괘의 5효가 동하여 산뢰이가 지뢰복(地雷復) 괘로 변한 것이다. 산뢰이 괘 5효의 효사는 “육오(六五)는 불경(拂經)이나 거정(居貞)하면 길(吉)하려니와 불가섭대천(不可涉大川)이니라”이다. 그 뜻은 다음과 같다.

육오.정도(經道)에 어긋났도다. 바르게 그대로 눌러앉으니 길하리라. 큰 내를 건널 수 없도다.

경도(정도: 正道)에 어긋났다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하여 국민의당을 새로 만든 분당 행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정도에서 벗어나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이 분당 노선에 눌러앉듯이 고집스럽게 곧바로 가면 길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큰 내를 건널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한정을 가했다. 즉, 국민의당이 총선을 통해 제3당이 되는 데 성공할 것이지만 제1야당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분당 노선’을 고수하는 것이 길한 이유는 그 이상의 목표, 즉 야권개편이나 대선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줄기차게 추구하기 때문이다.

공자님은 ‘바르게 그대로 눌러앉으니 길하다는 것은 순순히 위를 따르기 때문이다(象曰 居貞之吉 順以從上也: 상왈 거정지길 순이종상야)’라고 주석했다. 여기서 ‘위’는 상구(上九)인데 상구의 효사는 “먹여 기르는 것으로 말미암아 위기의식을 가지니 길하고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리라(由頤厲吉 利涉大川: 유이려길 이섭대천)”이다. 여기에 ‘큰 내를 건너는’ 대업(야권개편이나 차기 대권의 과업)이 나온다. 따라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국민의당은 더민주가 요구하는 재통합노선에 흔들리면 앞날이 암담해지는 반면, 위(야권 개편이나 차기 대권)만 쳐다보고 분당과 제3당 노선을 똑바로 가면 길하다. 여기서 ‘길하다’는 것은 총선을 통해 바로 야권을 개편하거나 제1야당이 된다는 말이 아니라, 제3당으로 자립하는 데 성공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3월 초 국민의당은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제창한 야권통합 요구에 크게 흔들리면서 앞날이 암담해졌다. 김한길·박지원·천정배 등 일부 현역의원이 이 요구에 반쯤 호응하고 안철수 중심의 대권세력만이 반대하면서 국민의당이 존망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3월 4일 밤 당지도부의 ‘끝장토론’으로 야권통합 요구가 당분간 퇴출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래도 총선이 끝나기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종종 당 내 갈등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원주의 백오는 3월 2일 국민의당이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통합요구에 뒤뚱거릴 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운세를 다시 서지해서 명이지태(明夷之泰) 괘를 얻었다. ‘명이지태’는 명이 괘의 2효가 동하여 명이 괘가 지천태(地天泰) 괘로 변한 것이다.

명이 괘의 2효의 효사는 “육이(六二)는 명이(明夷)에 이우좌고(夷于左股)이니 용증마장(用拯馬壯)하면 길(吉)하리라” 명이 괘는 ‘밝음이 상(傷)하는’ 괘, 즉 ‘어두워지는(암담해지는)’ 괘다. 명이괘 2효의 효사의 뜻은 다음과 같다.

육이. 해가 뜨고 지는 하루 중 대낮인데, 왼쪽 정강이를 다치는 상이로다. 건져 올리는 데 쓰는 말이 힘세니 길하리라.

대낮은 곧 어둠으로 기울어지는 것밖에 남지 않은 변곡(變曲)의 시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때 ‘왼쪽 정강이를 다쳤다’. 이것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창당하고 나서 천정배·정동영·박지원·권노갑 등 호남의 모든 정치거물을 영입함으로써 호남기반 정당의 지연적(地緣的) 정통성을 확보하여 한창 기세를 올리려는 찰나에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야권통합 제의의 직격탄을 맞고 앞날이 암담해진 것을 가리킨다.

수도권 지역 안철수 지지자들 발분(發奮)할 것


▎황태연 교수는 “안철수 대표의 총선운은 개인과 당이 일치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 점쳤다. / 사진·김현동
국민의당의 왼쪽 다리가 다쳤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일부 현역의원이 김종인 대표의 제안에 암암리에 호응하면서 당이 마치 다리 부상을 당한 것처럼 절름거리거나 뒤뚱뒤뚱 동요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가 아니라 ‘왼쪽 다리’를 다쳤다는 것은 치명상을 입은 것은 아니라서 다행히 아직 조금씩 걸을 수 있고 장차 걸음걸이를 회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니까 효사의 전반부는 야권통합론에 타격당한 시점의 국민의당의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건져 올리는 데 쓰는 말이 힘세니 길하리라”는 후반부 효사는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의 향후 총선운세를 보여준다. 건져 올리는 말, 즉 구원해주는 ‘말’은 지지자들을 가리킨다. 이 지지자들은 국민의당을 후원하는 출향·재향 호남유권자,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자, 수도권과 전국의 반노(反盧)·비노(非盧) 전통 야당지지자 등을 망라할 것이다. 명이괘의 내괘(內卦)인 ‘불(火)’이 ‘하늘(天)’로 변했으니 이것은 임금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하늘’이 정치적으로 도성과 경기지역을 뜻하는 한에서 수도권지역의 국민의당·안철수 지지자들이 발분(發奮)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지지자들이 ‘힘이 세서’ 총선결과가 길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길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험지에 빠진 것을 “건져 올리는 것”, 즉 ‘구조’의 차원에서 ‘길하다’는 말이기 때문에 지지자들로부터 구조를 받는 데 성공하는 수준이다. 즉, 야권을 제패하는 것이 아니라 야권통합론을 물리치고 부상당한 왼쪽다리(야권통합에 흔들리는 일부 현역 의원집단)를 끌고 총선을 무사히 치러 야권에서 일정한 세력(교섭단체)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야권통합론은 국민의당을 파산시킬 수 있는 더민주의 강력한 공격의 한 수였다. 그러나 첫 번째 괘에서 이미 알려주었듯이 국민의당은 “바르게 (분당노선에) 그대로 눌러앉아 길할 것”이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총선운에 대한 서지에서 두 번 다 동효(動爻)가 하나인 것은 안철수 개인과 국민의당의 일체성이 김무성과 새누리당, 그리고 김종인과 더민주의 일체성보다 훨씬 강하여 안철수의 개인적 총선운을 따로 보여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의당의 경우는 안철수 대표의 총선운과 당의 총선운이 하나라는 말이다.

각 당 대표의 총선운을 비교하여 종합적으로 점단(占彖)하면, 세 대표 중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총선운세가 가장 좋다. 두 번째 좋은 운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총선운세다. 그리고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총선운세가 가장 나쁘다.

물론 김무성 대표의 좋은 총선운세는 지금까지처럼 김 대표가 인내하고 중도를 지킬 때만 좋은 것이다. 그러나 변괘가 지뢰복(地雷復)이므로 의석수는 현 수준을 거의 그대로 반복할 것 같다. 김무성 대표의 좋은 총선운세는 자신과 계파, 그리고 새누리당에게 공히 좋은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김무성 대표 개인의 총선운은 당과 같은 방향을 취한다.

그러나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총선운은 개인의 행운과 당의 불운이 엇갈려 나타날 것 같다. 김종인 대표는 개인적으로 많은 공을 세우고 얻는 것이 많을 것이지만, 더민주는 이전에 비해 의석수를 많이 잃을 것이다. 특히 수도권지역에서 호남유권자가 이탈해 많은 손실을 입을 것이다.

더민주, 국민의당과 큰 차이 벌려야 대권 바라봐

그러나 호남을 포함한 비(非)수도권 일부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 것이다. 더민주의 친노세력에 대한 수도권 출향 호남인들의 거부감이 재향 호남인의 거부감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더민주의 총선결과는 수도권에서 더 나쁠 것이다. 주역서지를 하지 않더라도 결과가 별로 좋지 않을 것임은 바로 짐작할 수 있다. 수도권의 야권표가 각 지역구에서 두 야당의 후보에게로 나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괘에서 하늘(임금이 있는 땅)을 얻지 못한 더민주의 후보들은 수도권 지역에서 국민의당의 후보들과 비교하여 운명적으로 좀 더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표의 총선운은 개인과 당의 행·불행이 일치되어 나타날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의 총선운세가 김종인 대표가 이끄는 더민주의 총선운세보다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은 총선결과 국민의당의 의석수가 더민주 의석수보다 많을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누누이 공언해온 작은 목표, 즉 제3당으로서의 국민의당의 존립 확보(교섭단체 의석 확보)와 양당체제의 타파에 성공한다는 말이다.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의석수 합계는 우려와 달리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석수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변괘로 보면 새누리당의 의석수가 이전 의석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총선 후에도 더민주는 제1야당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더민주가 국민의당보다 얼마나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할지는 알 수 없다. 그 격차에 따라 양당의 총선직후 운명이 바뀔 것이다. 격차가 적을수록 더민주 내에 생환한 비노 의원들의 큰 소리로 인해 당이 흔들릴 것이고, 이 큰 소리가 안 먹히면 비노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탈당하여 국민의당으로 건너가는 현상이 나타나 당이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격차가 클수록 더민주가 안정화될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총선운세를 보여주는 수지비(隨之比) 괘상으로는 전자가 될 개연성이 더 크다. 택뢰수(澤雷隨) 괘의 내괘, 즉 벼락천둥(震)·움직임(動)을 뜻하는 뢰(雷)괘가 무리·유순·숨음(藏)을 뜻하는 곤(坤)괘로 변하고, 외괘, 즉 택(澤)·기쁨·수설 등을 뜻하는 태(兌) 괘가 험수(險水)를 뜻하는 감(坎) 괘로 변한 것을 보면, 내지(호남과 그 근방)에서는 힘차게 움직여 일부 무리를 얻지만 유순해져 숨게 되고, 외지에서는 기쁨을 잃고 위험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마디. 이 점단들이 100% 적중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것은 어떤 합리적·과학적 판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주역점단이 합리적 판단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대개 합리적 예측이 아니라 주역점단이 옳다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주역점단과 합리적 예측이 일치하는 경우에는 더 왈가왈부할 것이 없겠다. 하지만 어떤 합리적 예측도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고, 이런 경우에는 자고로 주역이 지식인들에게 유일하게 가능한 미래예측으로서 논의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이 기고문은 심오한 주역을 다루기에 너무 짧은 글이다. 이 글은 주역에 나름대로 관심을 가져온 독자를 위한 글로서 정치현장에 실제로 적용되어 쓰이는 주역점단의 간략한 풀이일 뿐이다. 초보부터 높은 수준까지 포괄적 주역지식을 원하는 독자는 필자가 쓴 <실증주역 상·하>(2012)를 참조하기 바란다.

황태연 - 현재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동서양정치철학·정치사상 담당 교수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배와 이성> <실증주역> <공자와 세계> <감정과 공감의 해석학> 등 많은 책을 썼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604호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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