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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슈] 潘 가세로 탄력받는 제3지대 ‘필승론’ 

“일대일 구도 만들면 역전 드라마도 가능하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구심점’ 반기문 귀국 후 결집하는 반문(反文) 전선… 김종인·손학규·박지원은 이심전심, 안철수는 ‘고심 중’

제3지대의 지축(地軸)이 흔들린다. 그 ‘구심점’ 중에 하나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해서다. 야권의 한 전략통은 “반 전 총장이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과 연대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일대일 구도를 만든다면 판세를 뒤집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1월 12일 반 전 총장 귀국, 15일 국민의당 전당대회, 22일 손 전 대표 측의 ‘국민주권개혁회의(개혁회의)’ 출범, 24일 바른정당 창당 등으로 대선시계는 숨가쁘게 돌아간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제3지대가 단일대오를 형성해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왼쪽부터)가 각자의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요동쳤다. 2016년 12월 29일 원내대표선거에서 ‘창업주’ 안철수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식 의원이 대패했다. 투표에는 당원권이 정지된 박준영·박선숙·김수민 의원을 제외한 소속의원 35명 전원이 참여했다. 그 결과 호남 중진 주승용 의원이 완승(23표 대 12표)을 거뒀다.

국민의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선거 전날 밤 당직자 몇 사람이 모여 소주를 마셨다. 취기가 오르자 안 전 대표 측 인사가 ‘김성식 의원이 20표 정도는 얻을 것’이라며 결과를 낙관하더라. 당내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진 전망인 것 같아 굳이 대꾸하지는 않았다.”

주 의원의 대승으로 ‘안철수 유일 후보론’이 가라앉고 ‘외연 확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의 주도권도 안 전 대표에서 호남 의원들로 넘어간 듯하다. 비문(비 문재인)·비박(비박근혜)과의 연대를 통한 중도개혁 단일후보를 탄생시키는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호남 의원들은 제3지대의 연결고리인 개헌을 당론(黨論)으로 내세우는 데도 앞장섰다.

潘, 광폭행보 시작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모임인 ‘반사모 3040’(가칭)의 발기인 대회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삼익악기빌딩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반 전 총장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한 의원은 “원내대표선거는 안 전 대표가 우리 당의 유일한 대선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며 “반기문 전 총장 등 여러 후보가 제3지대에서 경쟁하는 과정에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극대화해야 본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제3지대란 국민의당을 포함한 보다 넓은 무대”라고 했다. 국민의당이 곧 제3지대는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의당은 대외적으로 제3지대를 자처하고 있다.

“독자적 신당 창당은 극히 어려울 것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20여 일 전인 지난해 12월 16일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P)>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선을 도울 ‘제3당(third party)’의 움직임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인터뷰는 유엔 전문기자인 콜럼 린치가 진행했다. 제3당은 린치 기자의 표현인 만큼 바른정당인지, 새로운 세력인지, 이른바 제3지대인지는 불분명하다.

“귀국 후 광범위한 사람·그룹과 의견을 교환하겠다”는 반 전 총장의 공언에 화답이라도 하듯 정치권에는 그의 귀국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많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 비문진영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등 뉴DJP 연합 추진그룹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 측은 한동안은 특정세력과 연대하지 않고 독자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단 설 민심을 관망한 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등 메가톤급 변수가 사라질 때까지 제3지대 전체 파이(Pi)를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 비박 의원들의 이탈을 유도하는 한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주가를 올리는 전략이기도 하다. 1월 1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반 전 총장은 “지금 당장은 어떤 정당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김종인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박지원 대표 등과의 ‘광범위한’ 만남에는 제약을 두지 않기로 했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손학규·안철수 등과 만날 용의가 있다. 시간이 없으니까 실질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귀국 몇 시간 전, 박지원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동기이자 아주 가까운 분이 ‘반 전 총장과 얘기했는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는 가지 않겠다. 국민의당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뉴 DJP 연합을 제안하더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측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은 반 전 총장 영입 후 개헌연대를 주도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반 전 총장이 보수의 대표선수로 나서 깃발을 세우면 흩어졌던 보수층이 다시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반 총장이 독자행보로 방향을 틀자 바른정당은 조만간 독자 후보를 선출할 경선을 열기로 했다. 유승민 의원은 1월 25일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다.

승합차에 ‘시동’ 거는 孫


▎정몽준 국민통합 21 의원이 단일화 첫날인 2002년 11월 25일 국회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제3지대는 ▷국민의당+국민주권개혁회의 ▷반기문 합류로 빅텐트 완성 ▷바른정당과 연대 등의 단계를 거쳐 몸집을 불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구상대로 된다면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의 일대일 구도가 가능해진다.

반 전 총장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중 향후 제3지대의 주도권을 잡는 쪽과 연대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두 당 모두 반 전 총장이 당장 합류해주길 바라겠지만 반 전 총장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 두 세력 중 지금보다 확실하게 도드라진 쪽과 손을 잡은 뒤 다른 한쪽을 전부 또는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2002년 이후 대선에서 제3후보 가운데 가장 위협적이었던 인물은 2002년 정몽준과 2012년 안철수일 것”이라며 “정몽준은 노무현과의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하는 바람에 본선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여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 전략만은 성공을 거뒀다. 반면 안철수는 일찌감치 야당후보의 길을 택함으로써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에게 흡수되는 결과를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전계완 정치 평론가는 “반 전 총장으로서는 강성 보수와는 선을 긋고 중도를 잡는 것이 정치지형을 넓히고 나아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제3지대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한마디로 모래알이라는 것이다. 비문·비박이라는 점 말고는 세력들 간에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개헌이 끝까지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부호를 달기도 한다. 승합차는 그럴 듯한데 ‘시동’을 걸 사람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비문의 대표 격인 손학규 전 대표가 시동 걸기에 나섰다. 이른바 손학규발(發) 빅텐트다. 손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 안철수 전 대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의 빅텐트가 가능하다”며 연일 불을 지피고 있다.

2년여의 칩거(蟄居)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정계에 복귀한 손 전 대표는 1월 22일 ‘개혁회의’를 출범시킨다. 일각에서는 다소 모호하던 제3지대에서 안개가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다당제 연합정치가 우리나라 정치의 미래다. 2~3월에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제3지대에는 국민의당과 손 전 대표를 비롯해 바른정당,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산개(散開)해 있다. 서로 연대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우선 반문(반 문재인)의 선봉(先鋒)인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개혁회의’ 출범 후 통합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양측의 통합이 연착륙할 경우 제3지대 정계개편의 주도권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포럼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양측이 그리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민주당 내 비문 성향의 현역의원 10명가량 선도(先導) 탈당 후 ‘개혁회의’ 합류▷‘개혁회의’의 정당 기틀 구축 ▷국민의당과 ‘개혁회의’의 당대당 통합을 통한 신당 탄생.

이런 그림은 양측 모두에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으로서는 비례대표직 승계와 국고보조금 사수(死守)가 절실하고, ‘개혁회의’ 입장에서는 흡수 합당 모양새는 피하고 싶다.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국민의당과 ‘개혁회의’가 창당하는 신당의 규모는 50석 안팎이 된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민주당 전체 의원 121명 가운데 비문 성향의 의원이 줄잡아 40~50명 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당장 ‘모험’을 택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민주당 지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35~4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문 성향의 한 의원은 “손 전 대표의 ‘개혁회의’는 정당이 아니다. 따라서 탈당하지 않고도 지원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의원에게 정권교체와 배지 둘 중 하나만 택하라면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탈당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비주류에 원심력 작용할까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개헌토론회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럼에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비주류 측의 이탈은 막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진우 소장은 “민주당은 과거 10년 집권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3선 이상의 의원들이라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권력 ‘금단현상(禁斷現象)’을 심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대선정국에서 친문의 패권이 심화된다면 설 자리가 좁아진 비주류들로서는 제3지대로 몸을 옮겨서라도 집권 승부수를 띄우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전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박지원 대표도 월간중앙과 만난 자리에서 “비문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곧 5당 체제가 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5당 체제란 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바른정당 그리고 ‘비문 신당’을 의미한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정치학) 교수는 “대선은 단 한 사람을 뽑는 선거다. 본선에는 많아야 3~4명만이 오르게 될 것”이라며 “제3지대의 경우 지금은 군웅할거(群雄割據)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본선이 가까워오면 하나 둘 낙마자가 생길 것이고, 결국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력후보 중심으로 통합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게 될 것이다. 도중하차한 예비후보는 유력후보의 섀도캐비닛(예비내각) 일원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제3지대 예비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는 1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단배식에 불참했다. 국민의당은 마포에서 여의도 국회 앞으로 당사를 옮기는 등 대선 필승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정작 ‘창업주’인 안 전 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좀처럼 개인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데다 최측근인 김성식 의원마저 원내대표선거에서 참패를 당하자 안 전 대표의 충격이 상상 이상이었다는 후문이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가 펩시콜라에서 영입한 존 스컬리에게 쫓겨난 격”이라는 뼈있는 농담까지 나왔다.

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호승 시인의 ‘넘어짐에 대하여’라는 시를 올렸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한 번만 넘어지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넘어졌다고 주저앉지 않고 일어서고 또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면 끝내 이길 수 있다”며 자기최면을 걸었다.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개혁보수신당의 당명이 바른정당으로 결정되는 과정을 공개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 전 총장과의 연대론이 거세지자 안 전 대표는 자강론(自强論)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외부세력과 연대를 논하기 먼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논리다.

안 전 대표가 2017년 대선을 ‘문재인 대 안철수’ 대결이라는 양자구도로 규정한 것도 ‘반기문 연대론’을 차단하기 위한 강수로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1월 10일 경북도당 개편대회에서 “역사적으로 스스로의 힘을 믿지 않고 연대를 구걸한 정당이 승리한 적이 없었다”며 “우리가 가진 힘을 믿고 스스로의 힘으로 정권교체와 구체제 청산의 역사적 임무를 완수하자”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가 대선을 양자대결로 규정지은 이면에는 ‘반기문 도중하차’가 전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중하차’란 반 총장이 혹독한 검증과정에서 결국 완주하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초조해진 安, 스티브 잡스 될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타임리서치의 박해성 대표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반 전 총장이 검증과정에서 주저앉게 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만일 반 전 총장이 주로(走路)에서 이탈한다면 보수층인 새누리당·바른정당에서 후보를 낸다 해도 큰 의미가 없게 된다. 그럴 경우 문 전 대표보다는 자신의 확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낙마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상적인’ 대선이라면 몰라도 이번에는 조기대선이라는 특수상황이다. 검증 기간이 짧은 만큼 어지간한 혹한(酷寒)이 몰아치지 않으면 반 전 총장이 끝까지 견뎌내며 완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 전 총장과 안 전 대표가 끝내 손을 잡지 않는 다자대결 대선도 가정해볼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다자대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결선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세웠다. 이에 대해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결선투표라는 것이 기간이 길기 때문에 본선거에서는 가능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궐위(闕位)선거라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정훈 교수는 “안철수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주장하는 것은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 자신이 문 전 대표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대선이 다자대결로 전개되면 자신이 2등은 할 수 있고, 결선투표를 통해 역전승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개헌을 위한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고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여야 대선후보들이 “2022년까지 5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에 맞춰 물러나겠다”고 공약(公約)하자는 것이다. 주요 대선주자 중에는 문재인 전 대표만 반대하고 있다. 개헌 논의에는 제3지대 정계개편의 불씨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불붙는 개헌론


국회는 지난해 12월 29일 본회의를 열어 개헌특별위원회 설치안을 통과시켰다. 1987년 이후 30년 만의 특위 설치다. 1948년 제헌 이후 지금까지 9차례 개헌 중 당시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주도권을 행사해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 개헌은 3차(1960년·2공화국)와 9차(1987년·6공화국) 두 번뿐이었다. 9차 때도 대선후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5년 단임 대통령제가 탄생했다.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이 이뤄지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권한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원집정부제 등으로 개헌하면 대통령 권한이 축소된다. 이 경우 기존 대통령이 남아 있다면 국정운영과 관련해 마찰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개헌 전에 기존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해 물러난 뒤 새 헌법 공포와 함께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개헌 찬성파들은 대체로 개헌을 위한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론에 공감한다. “친박·친문을 제외한 비(非)패권 세력이 모여 새 판을 짜보자”는 제3지대 그룹도 대부분 ‘개헌+임기 단축’에 동의하고 있다. 민주당 내 김종인 전 대표 등 개헌파들이 결국 문 전 대표와 결별하고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전 대표가 ‘개헌+임기 단축’에 끝까지 반대하면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기 싫어하는 패권세력임이 입증됐다”며 제3지대에 합류할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18대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이나 제119조 경제조항처럼 이념적 대립이 첨예한 문제를 제외하고,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처럼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개헌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진우 소장은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개헌이 실제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국민의 70% 이상이 개헌을 희망하는 만큼 대선정국에서 개헌은 살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진단했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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