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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카카오 승자 독식 vs 시민적 요구 

생존권이냐 공유경제냐 카풀 논란 평행선 접점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승차거부에 등 돌린 여론, 원인은 사납금제
10년 후 자율주행 시대 대비 위한 사회적 해결 절실


▎2018년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카풀 도입 논란이 해를 더해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현재의 생존권’과 ‘미래를 향한 준비’간 대립 평행선은 끝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2명의 택시기사가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불상사가 발생하자 이 사업을 추진하던 카카오는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했다.

정부는 카풀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은 카풀 도입의 근거로 출·퇴근 시간대의 택시 수급 불균형 문제를 들었다. 김 장관은 “서울시의 택시 수급 불균형 상황을 보면 아침 출근 시간대와 저녁 시간에 택시를 타려고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은데 그 시간대에는 택시가 적고 낮에 사람들이 다 출근한 시간대에는 택시가 굉장히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대략 2배 정도”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현행법상 카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2015년부터 법에 따라 카풀 알선 영업과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카풀은 시민적 요구”라는 것이다.

카풀 도입을 시도했던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기존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힘든 시간대, 장소 등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승차난이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확인했고, 카풀 서비스는 그 부족분을 채워줄 뿐 택시 업계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택시 업계는 “카풀 서비스 도입은 기존 사업을 도태시키는 약탈 경제”라며 “카카오가 교통 서비스 수익을 독점하는 승자 독식 구조”라며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택시 업계가 카풀 도입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랭하다. 2018년 10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500명에게 카카오 카풀앱 서비스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56.0%로 집계됐다. ‘택시 기사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찬성 응답의 절반 수준인 28.7%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한 달 기준 택시 이용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택시’ 이용 및 ‘카풀’ 서비스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택시 고객 중 59.2%는 ‘카풀 서비스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은 12.5%에 그쳤다. 3개월 사이에 카풀 도입 찬성 여론은 높아진 반면 반대 여론은 감소한 모습이다.

택시업계 자성보다 볼멘 소리에 여론은 싸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8년 12월 14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카풀 관련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택시 업계의 반대가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고질적인 승차 거부와 불친절 때문이다. 지난해 국감 당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택시 불편 민원신고의 유형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승차 거부, 불친절, 부당요금 징수 등 택시와 관련된 시민 불편이 11만4000건에 달했다. 불친절과 관련된 민원 접수가 3만8335건(33.6%)으로 가장 많았고, 승차 거부 3만5570건(31.2%), 부당요금 징수 2만3005건(20.2%)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 택시 대수가 7만 2000여 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건수다.

실제 승객들의 불만은 이보다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차 거부 신고가 실제 처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빈 차임을 확인하고 행선지를 말했는데 못 간다고 할 경우에는 음성 녹음하고, 말없이 그냥 갈 경우 동영상을 찍어두면 처분할 때 도움이 되지만 실제 녹음과 녹화가 이뤄지기란 쉽지 않다.

이런 영향으로 택시 이용 불편과 관련한 민원이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과징금이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았다. 승차 거부 등 택시 관련 시민 불편 민원신고 접수 건수 총 11만3989건 중 과징금이나 과태료,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9.5%인 1만842건에 그쳤다.

승객의 불만을 자아내는 승차 거부와 불친절은 택시 업계의 열악한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법인택시의 경우 사납금은 업체마다, 주·야간별로 다르지만 보통 12만~15만원 수준이다.

서울에서만 개인택시 10년, 법인택시 15년 등 25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사납금을 채우려면 12시간 동안 30번 정도 승객을 태워야 한다.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해서 받는 금액은 월 150만원 안팎이다. 개인택시 기사들도 월 200만원을 손에 쥐면 잘 번 셈이다. 정부에서는 택시기사 평균 수입이 200만원이라는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 허다하다”고 밝혔다.

장거리만 선호, 승차난 부추기는 카카오택시의 역설


▎1월 14일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택시기사 故 임모씨 분향소 앞에서 불법 카풀영업 척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택시4개단체원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현장의 택시기사들은 승차 거부와 불친절의 원인으로 사납금제를 우선순위로 꼽는다. 서울 은평구에 차고지를 둔 박 모씨는 “현 요금체계에서 사납금을 채우려면 장거리 손님을 받는 것이 유리하고 승차 거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12시간 동안 최대한 승객을 많이 태워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는 증가하고 불친절하게 되는 악순환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들이 장거리 운행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연구결과로도 나와있다. 서울연구원이 2017년 2월에 발표한 ‘앱택시 활성화 따른 택시 운행 행태의 변화와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앱택시 보급으로 회당 평균 이동거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앱택시는 호출택시의 일종으로 손님이 부르면 가는 방식이다). 순항배회 영업(돌아다니다가 손님을 발견하면 태우는 방식)을 하는 택시의 경우 10㎞ 이상 장거리 영업 비율(18.0%)보다 5㎞이하 단거리 영업 비율(62.5%)이 더 많았다. 반면 앱택시의 경우는 장거리 영업이 45.9%이고, 단거리 영업은 24.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목적지가 표시되는 앱택시 특성상 장거리 운행을 선택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알 수 있다. 2018년 10월 공개된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운행된 총 5억5000만 건의 운행 중 운행거리 5㎞ 이상이 5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행거리 5~10㎞가 29.2%, 10㎞이상이 26%를 차지했다. 5㎞ 미만 운행비율(44.8%)보다 10%p 이상 높은 수치다. 카카오택시 승객의 1회 운행 당 평균 이동거리는 8.3㎞로 나타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택시 등장 이후 택시기사의 소득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이전의 택시기사들의 일평균 소득은 11만894원이었지만 카카오택시가 출시된 지 3년 반이 지나 최근에 카카오택시 이용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의하면, 일평균 소득이 15만2436원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카카오는 “37.5%의 택시기사 소득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카카오택시의 순기능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 전문가는 “장거리 운행이 증가함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카카오택시 앱을 통해 기사들이 특히 심야 시간에 목적지를 가려받기 시작하면서 승차난을 가중시켰다고도 볼 수 있는 결과다. 카카오가 승차난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일선 현장도 비슷한 목소리다. 한 기사는 “금요일, 토요일 저녁, 사람이 붐비는 강남 지역의 뒷골목에는 시동은 꺼놓고 앱만 쳐다보고 있는 기사들이 상당하다. 장거리 목적지만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며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같은 기사로서 심정은 이해하지만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택시 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카풀을 도입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은 안전문제다.

지난해 11월, 앱을 통해 카풀을 이용한 한 여성이 운전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를 신고한 여성은 차량 운전자가 강제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고 입을 맞추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글을 올려 “남자 드라이버가 앱을 악용해 여성을 성추행하고 성폭행까지 저지를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몰려온다”고 카풀 앱의 안전성에 의문을 표했다.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서는 살인과 성폭행이 발생했다. 지난해 8월 디디추싱 앱을 이용한 여성 승객에 대해 강간 및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카카오 카풀 크루로 등록하려면 본인 사진, 운전면허증, 7년 이하 차량 등록증(경·소형차 및 렌터카는 제외), ‘대인배상2’ 가입 사실이 적힌 차량보험증 등을 내면 된다. 범죄 이력은 확인하지 않는다. 현행법 상 범죄 경력 조회는 수사, 병역, 공무원 임용 등 특정한 목적에 한해서만 허락되기 때문에 사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에서 크루의 범죄 이력을 확인할 길이 없다.

카풀 허용돼도 승객안전·보험처리 첩첩산중


▎2018년 10월,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권 결의대회가 열린 날, 출근시간 무렵의 서울 세종대로가 평소보다 한산해 보인다. / 사진:연합뉴스
사고시 보험처리 문제도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택시는 사업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인명 사고가 발생해 이용객이 다치면 보험에서 보상할 수 있다. 하지만 카풀 서비스의 경우 사업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이를 대비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운전자를 모집하면서 ‘대인배상2’에 가입된 사람만 받고 있다. 대인배상2의 경우 대인배상1보다는 보장 폭이 넓긴 하지만 결국 개인용 자동차보험이다. 이 같은 개인 보험은 ‘유상운송행위’가 아닌 대가성이 없는 카풀일 경우에만 보상이 가능하다.

문제는 카풀의 유상운송행위 포함 여부다. 통상 유상운송 행위는 ▷유류비나 유지비 등 운행 실비 이상의 대가를 받거나 ▷차량과 승객을 중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네트워크 회사에 의해 고용된 경우 ▷하루 2회 이상 운행할 경우(반복성)를 의미한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 “카풀하다 사고를 당하면 종합보험에 들어있더라도 보험처리가 안 된다”며 “보험 약관에 영리를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피보험 자동차를 사용했을 때, 즉 유상운송일 때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앱을 설치한 것 자체를 반복적인 영리 행위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량 공유로 인해 교통체증이 줄어들고 대기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11월 ‘2018 공유경제 국제 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한 트레버 숄츠 뉴욕 뉴스쿨 문화미디어 교수는 “우버가 처음에 했던 약속과 달리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교통체증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차량을 공유하면 도로에 차가 줄어 교통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막상 우버가 도입되자 뉴욕시 주변의 차들이 돈을 벌고자 몰려들면서 뉴욕의 차량이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역시 마찬가지다. 공인 택시 블랙캡은 약 2만1000대로 그 수가 제한돼 있지만 우버 등록 차량은 약 4만 대로 무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이를 지적했다. 그는 “카풀이 허용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도 너도 나도 기름값 벌겠다고 차를 끌고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지 않아도 교통체증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공회전을 하며 나오는 매연 등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상상하기도 싫은 광경이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연일 카풀 도입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의원은 카카오 카풀의 모델인 우버를 두고 “말만 공유경제, 혁신경제의 탈을 썼을 뿐, 실은 약탈 경제이고 국민 세금을 탈루하는 세금 탈루 경제”라며 “국가기관도 아닌 사기업이 운송체계를 장악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한다.

“데이터 확보에 수수료까지? 못된 심보”


▎2018년 12월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택시·카풀 문제 관련 사회적대타협기구 출범을 위한 간담회에서 택시 업계 대표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는 또한 에어비앤비, 배달앱 등 공유경제로 포장된 새로운 플랫폼 업체를 거론하며 “이런 업체에서 문제가 생기면 정부로서 관리하고 대처할 방법이 없다”며 “실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조그마한 가게들, 동네 피자가게, 택시 운전기사와 같은 분들을 상대로 푼돈을 쥐어짜는 약탈 경제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성토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하려는 카풀은 진정한 공유경제 모델이 아니다”라며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20%의 수수료까지 챙기겠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기존의 렌트카 사업과 다를 바 없다”고 일갈했다. “초기 공유경제의 개념은 생산된 제품을 나눠 쓰는, 소위 소비에 있어 협력이 초점이었다. 하지만 앱스토어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지금은 기업 밖에 있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공유경제가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카카오의 행태는 불합리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카카오가 21세기형 기업이라고 한다면 종래의 전통적인 제조업체와 차별점을 둬야 한다”고 다그쳤다. 즉 데이터 확보를 통해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카카오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객(소비자)과 그것을 중개하는 택시 사업자와 이익을 공유하려는 생각을 가져야만 문제가 풀린다. 다시 말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대신에 수수료를 포기해야 한다. 수수료보다 데이터가 훨씬 더 중요한 자원이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이미 무인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자율자동차 부문 웨이모(Waymo)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웨이모 원’이라는 앱을 통해 호출을 하고 자율주행하는 무인 차량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오작동을 대비해 웨이모 엔지니어가 운전석에 앉는다. 초기 단계라 서비스 반경은 피닉스 주변 160㎞로, 이용자는 400명으로 한정했다. 웨이모는 약 10년 동안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를 웃도는 금액을 자율주행차에 투자해왔다. 미국 25개 도시 공공도로에서 600대에 이르는 차량으로 현재까지 1000만 마일 이상 시험주행을 했다.

택시 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공유경제 발 디뎌야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 10일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분야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8년 11월 ‘디지털 경제 포럼 2018’에 발표자로 나선 이재웅 쏘카 대표는 “앞으로 11년 후인 2030년엔 우리나라 택시 전체가 자율주행 택시로 바뀐다는 전망이 있다. 11년 뒤엔 더 이상 지금의 쏘카, 타다 등 카풀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무인 자율주행 택시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택시 업계, 카카오가 평행선만 달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택시 도봉지부 조합원 이우진씨는 “할증 시작 시간 11시로의 변경과 할증시간 인원 할증(1인초과 1인당 1000원) 등 몇 가지 조치만 있어도 장거리 운행을 선호하는 기사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장거리 주행에 의한 과로 방지와 기사 처우 개선에도 큰 도움이 돼 교통사고 예방을 통한 승객 안전은 물론 승차거부, 불친절, 과속, 난폭운전 등 승객 불편사항 근절에도 큰 해결책이 된다는 말이다. 그는 “새 시도를 통해 택시 산업을 정상화시키고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 수순”이라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택시 산업의 병폐를 고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그는 택시가 많아 문제라면서 카풀을 도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며 택시 공급 과잉, 승차난 등을 정부가 방치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최소한의 생활 유지가 가능한 요금 인상, 할증 확대를 통해 택시를 고급 교통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전문가의 제안이다. “무엇보다도 감차를 통한 구조조정이 최우선이다. 10년 후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많게는 2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감차를 통해 직업 전환과 사회 안전망의 토대를 쌓으며 택시 업계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김예지 창조경제연구회 연구원은 “현 상황은 택시 업계의 생존권과 소비자 혜택의 갈등”이라며 “택시 업계를 위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나 일자리 안전망이 충분치 않거나 합의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카풀 및 공유경제 서비스를 허용한 나라의 특징을 보면 소비자의 권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한국도 27만 택시 업계의 생존권이 부각되다 보니 소비자 권익이 평가 절하된 부분이 있다는 게 김예지 연구원의 관전평이다. “정치적 이익이나 다수의 기득권에 의해 정책 방향이 바뀌면 안 된다. 기대수익에 대해서는 기업에 중과세로 부과함으로써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등 국가 전체의 이익을 보고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 공유경제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규제혁신을 위해 정부가 쭉 노력해 왔지만 규제혁신은 이해집단 간의 가치관 충돌이 생기게 된다”며 “대표적인 게 카풀을 통해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이라며 직접 카풀 논란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규제가 풀림으로써 있게 되는 손해와 이익의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해묵은 택시 산업의 혁신과 공유경제 확산의 기로에 서있다고 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10년 후 우리는 어떤 택시를 타고 있을까.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1902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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