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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특별기획] 주변국이 보는 주한미군의 거취 

주한미군과 북·미 평화협정의 공존 가능할까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통일 독일에 여전히 미군 주둔 중…상황 호전돼도 한반도에 필요
트럼프, 재선 의식 ‘시리아 철군’하듯 철수·감축 카드 불쑥 꺼낼 수도


▎2017년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한·미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년 1월 19일 미국 백악관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고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집한 국가안보회의(NSC)가 열렸다. 회의에는 당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35억 달러나 쓸 이유가 있느냐”며 철수를 주장했다. 그러자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은 가장 강력한 자유의 보루이며 (주한미군 주둔) 이익은 상당하다.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했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시절 워터게이트 특종을 터뜨린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에 기술된 일부 내용이다.

매티스 장관은 알래스카에서는 15분 걸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 탐지를 주한미군은 7초 내에 수행하는 특수 정보 임무 등을 설명하면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의 ICBM에 대응하려면 초기 탐지가 매우 중요하다. 빨리 탐지하면 요격 수단을 동원할 시간이 충분히 있어 격추 확률이 높아진다. 낙하 예상 지역 내 민간인을 대피시킬 시간도 벌 수 있다. 때문에 주한미군이 북한의 ICBM을 발사 7초 만에 탐지할 경우 미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매티스 장관은 이런 점을 들어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만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주둔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 군대를 (한국에) 보내고 그곳에 들어가 그들을 방어할 태세를 갖춘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얻는 게 하나도 없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미친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때도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해주는데도 한국은 방위비를 쥐꼬리만큼 낸다”고 주장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면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일성 “주한미군, 한반도 전쟁 재발시킬 암 덩어리”


▎19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변영태 당시 외무장관(오른쪽)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옵션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보도까지 나와 파문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비용을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준비하라고 국방부에 명령했다고 보도했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말도 들은 바 없다고 부인했었다.

주한미군은 1953년 정전 협정 체결 직후 32만5000명에 달했다. 이후 주한미군은 1969년 6만1000명으로 감축됐으며, 1990년대에는 3만6000명 선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2008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이래 현재까지 그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문제가 북한 비핵화와 이에 따른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맞물려 남·북한은 물론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뜨거운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주장해온 종전선언이 유엔군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게 논쟁의 핵심이다. 종전선언은 주한미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김일성은 그동안 ‘종전선언→유엔사령부(유엔사) 해체→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김일성은 미국을 ‘최대·최고의 적대 대상’으로 삼았고,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전쟁을 재발할 암덩어리로 규정해왔다.

김일성은 1972년 김일성정치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사람의 머리에 쓰는 갓은 두 개의 끈 중에서 하나만 잘라도 바람에 날아 간다”면서 “남조선 정권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갓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데, 이 중 어느 하나만 잘라버리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일성의 이른바 ‘갓끈 전술’에 따라 북한 정권은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해 왔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고려연방제 통일론’을 주장하며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자주는 외세의 배격, 즉 미군 철수를 포함한다. 평화는 전쟁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 체결을 의미한다. 민족대단결엔 국가보안법 철폐와 공산당 합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남북 정상이 지난해 9월 19일 합의한 평양선언도 같은 범주에 있다. 평양선언은 1972년 7월 4일 발표된 남북 공동성명서의 조국통일 3대 원칙, 2000년 6월 15일에 나온 남북공동선언에 명시된 ‘우리 민족끼리의 자주적 통일’, 2007년 10월 4일자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및 판문점선언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평양선언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나가는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평양선언의 부속 문서로 채택된 남북군사합의서에는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명기했다.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것은 김일성이 제시한 한반도 중립국과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남북군사합의서는 북한의 ‘민족끼리’ 전략에 그대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군사합의서의 상당 부분이 유엔사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엔사 권한과 상충되는 남북군사합의서는 북한이 의도하는 ‘모든 외국 군대 철수’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中, 비핵화 내세우며 눈엣가시 제거 요구할수도


▎지난해 6월,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서 열린 주한미군사령부 개관식에서 미군 장병들이 예포를 발사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 정권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바란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일종의 ‘교란 전술’이라는 평가를 낳는다. 실제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03년 발간한 회고록 [마담 세크레터리](Madam Secretary)에서 “2000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을 만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묻자, 김정일이 탈냉전 뒤 미군이 동북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미국 각료로는 처음 북한을 공식 방문했던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어 “김정일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북한과 남한에 모두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기술했다.

김정은이 1월 1일 신년사에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과 ‘외부 전략자산 등 전쟁장비 반입 중지’를 요구한 것도 사실상 주한미군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정권은 또 종전선언 이후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종전선언이 되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 유엔사 창설의 이유가 사라진다는 논리다. 북한의 이번 주장은 유엔사 해체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하려는 속셈이라고 보수진영에서는 해석한다.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은 그동안 주한미군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해왔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 지도부는 김정은 정권이 붕괴될 경우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통일 한국’과 국경을 맞대야 한다는 점을 가장 경계해왔다. 특히 중국은 주한미군을 자국을 겨냥한 군사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이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격렬하게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 주석은 1월 8일 인민대회당에서 4번째 방중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갖고 혈맹 관계를 재확인했다. 당시 시 주석은 김정은에게 “중국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조선 동지들의 믿음직한 후방이며 견결한 동지, 벗으로서 쌍방의 근본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정세안정을 위해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중국이 한국전쟁 정전협정 서명의 당사자이자 북한의 후견인으로서 한반도 문제에 확실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도는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이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경우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시 주석으로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등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은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 혹은 평화협정 체결 이후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철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평화협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면서 “주한미군 철수도 평화체제 구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주한미군은 한국전쟁과 냉전의 산물”이라면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가 정착되면 주한미군은 미국에도 계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펑쥔 베이징대 교수도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선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위기 컨설팅 전문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아시아 수석 정치분석가 휴고 브레넌은 “중국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日 극우파 “주한미군 철수하면 핵개발해야”


▎1953년 7월23일 평양에서 20㎞쯤 떨어진 산골의 인민군 최고사령부에서 김일성이 정전협정에 최종사인을 하고 있다.
일본은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군의 한국 주둔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며 북한 비핵화의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주한미군 철수 또는 축소는 일본과 주변 지역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이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하는 이유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방어선이 후퇴함으로써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와 직접 마주보는 ‘최전선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극우파는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핵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지금까지 미국이 일본을 대신해 중국을 견제해 주었으나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일본 스스로 중국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타니 데쓰오 일본 국제문제 연구소 주임연구원은 “현재의 주한미군은 한국전쟁 당시 구성됐던 유엔군이 모체이고, 주한미군은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으로써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만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그 후에는 더 이상 한반도에 머물 정당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 이후 주일미군과 미·일 동맹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검토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한·미동맹 차원에서 주둔하고 있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는 무관하다. 유엔사령부 해체도 미국의 소관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종전선언을 하면 주한미군과 유엔사 존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선전·선동과 반미 여론까지 확산되면 한·미동맹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을 할 명분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훈련을 하지 않으면 주둔 자체가 어렵게 된다.

한·미동맹에서 주한미군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은 별의미가 없다. 동·서독이 통일됐는데도 미군이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것처럼 주한미군의 존재는 한국의 국가 안보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허점을 주한미군이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한미군의 철수나 감축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리스크를 줄 수 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반도에는 거대한 힘의 공백이 생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 과정을 지원할 세력 없이 한국이 단독으로 이를 주도할 역량은 없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남북의 무력충돌을 방지할 국제기구와 이를 지원할 군사력이 없다면 자칫하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한·미동맹을 다자안보협력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동북아 국제정세의 패권 경쟁을 고려하지 않은 ‘공상(空想)’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 과연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이 다자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유럽 국가들은 냉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패권국들이 참여하는 다자안보협력체는 헛된 꿈


▎주한미군 훈련 모습.
미국 조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려고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법안이 제정되거나 발의된 상태다. 미국 하원 초당파 그룹은 지난 1월 30일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내용의 ‘미·한 동맹 지원 법안’을 발의했다. 톰 맬리나우스키 의원(민주당)과 밴 테일러 의원(공화당)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는 만일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려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한국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미군 감축에 따라 미국의 이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한반도에서의 충돌을 억제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확인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법안은 또 국방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들과 미군 감축을 협의해야 하며, 합참의장과 함께 ‘북한이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완료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조건도 들어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2만20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려워진다. 이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데다 의회 내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워낙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안 통과에 별다른 장애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8월 주한미군 병력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2019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19 회계연도에 적용되는 한시법이고, 국방 예산 용처에 관한 세출법이어서 주한미군 감축을 막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의 전직 군 장성과 외교·안보 담당 관리들 및 한반도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과 평화조약이 체결돼도 한·미 안보동맹에는 아무 영향도 없다”면서 “주한미군의 지휘통제 체계와 정보 역량, 공군 전력 등은 장기간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 전 사령관은 “냉전이 오래 전에 끝났는데도 미군이 여전히 독일에 주둔하고 있다”면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에 일정 규모의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잭 킨 전 육군 참모차장도 “평화협정을 통해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따른 위협을 줄이고 핵과 탄도미사일이 폐기된다고 해도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미래 좌우할 최대 변수는 트럼프


▎미 육군의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 사진:연합뉴스
북한과의 실무 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대표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논의 대상도 아니고 논의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의 이 발언은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상응 조치와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건 대표는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종전 선언을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 침공이나 정권 전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의 의도는 종전선언으로 북한이 핵개발의 이유로 삼는 체제 불안을 덜어줌으로써 북한 비핵화 진전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와 감축 문제에 가장 큰 위험 요소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미국 조야의 반대 여론 때문인지는 몰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2월 3일 CBS 방송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다른 얘기는 한 번도 안 했다”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아마도 언젠가는 (철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면서 “그곳(한국)에서 군대를 유지하는 것은 아주 비용이 많이 든다. 한국에 4만 명이 주둔 중인데 그것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답변은 과거 발언으로 볼 때 사실과 다르다. 병력규모도 틀리게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는 아니더라도 감축을 한반도 평화 정착의 상징이자 외교적 업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처럼 독단적인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계속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최근 시리아에서 철군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 철수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해외 주둔 미군의 비용과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할 것을 주장해왔다. 시리아 철군에 반대하면서 매티스 장관이 퇴임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할 참모가 없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장래는 불투명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은 비핵화와 관련이 없고 한·미 양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거래의 카드’로 사용하지 않도록 한·미간의 긴밀한 조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1903호 (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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