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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미국 톱 전략가 앤드루 마셜 전기 

20년 앞서 ‘아시아 중심 전략’을 구상하다 

소련의 군비 출혈 유도하는 전략으로 냉전 승리 이끌어
1970년대 카터 정부 시절엔 주한미군 철수 반대


▎제국의 전략가 / 앤드루 크레피네비치, 베리 와츠 지음 / 이동훈 옮김 / 살림 / 2만원
매스터마인드(mastermind)는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메리칸헤리티지 사전에 따르면 매스터마인드는 “특히 복잡하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매우 총명한 사람(A highly intelligent person, especially one who plans and directs a complex or difficult project)”이다.

20세기, 21세기 세계사·미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매스터마인드 중 한 명은 앤드루 마셜(1921~2019)이다. 올해 3월 26일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신간 [제국의 전략가]는 마셜을 대중 앞에 화려하게 데뷔시켰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2012년 마셜을 ‘세계 100대 사상가’로 선정하기는 했다. 하지만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전설로 불리는 마셜의 존재는 극소수 워싱턴 내부자(insider)만 알았다.


▎전설적인 미국 외교·안보 사상가 앤드루 마셜. / 사진:미 국방부 장관실
저자인 앤드루 크레피네비치와 베리 와츠에 따르면, [제국의 전략가]는 앤드루 마셜의 전기이자 ‘지성사’다.

마셜은 미국 국방장관 직속 총괄평가국(ONA) 국장으로서 8명의 미국 대통령과 13명의 국방장관의 안보전략 조언가로 1973년에서 2015년까지 42년간 ‘장기 집권’하고 2015년 93세 때 ONA에서 은퇴했다. ONA는 미 국방부 내부의 싱크탱크였다. 카터 대통령 시절엔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했다.

정권 교체와 무관한 붙박이었다. 비결이 뭘까. 첫째, 그는 ‘감투’에 관심에 없었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허명(虛名)을 추구하지 않았다. 둘째, 미국에 가장 중요한 문제에만 집중했다. 마셜은 베트남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 대테러 전쟁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셜의 주된 관심사는 미·소 냉전과 앞으로 다가올 미·중 냉전과 디지털 혁명이 전쟁에 미칠 영향이었다. 그는 미국의 생존과 번영에 가장 중요한 영역을 다루는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였다.

셋째, 그는 통섭의 사상가였다. 마셜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학사·석사를 받았다. 매일 인문사회과학과 과학책을 읽었다. 부하들에게도 광범위한 독서를 요구했다. 통섭에서 나온 그의 분석은 대체 불가능했다.

그는 수억 달러의 예산을 주물럭거렸다. 예산을 활용해 수많은 제자, 차세대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양성했다. ONA 국장으로 일하는 동안 고작 24편의 보고서만 제출했다. 하지만 그의 지휘와 기획으로 탄생한 24편의 보고서는 세계사를 바꿨다. 마셜의 임무는 미국의 국익에 중요하게 될 질문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이에 답하는 것이었다.

마셜의 보고서들은 아직도 비밀문서로 분류돼 있다. [제국의 전략가]는 일반 대중이 이제는 알아도 되는 내용만 수록했다. 그는 소련의 패망, 즉 미·소 냉전 종식을 기획한 전략가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소련 경제 규모와 소련 경제에서 국방이 차지하는 비중 추산이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했다. 미국이 소련을 강하게 압박하면 소련은 망한다고 내다봤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우리 속담처럼 소련은 버티지 못했다.

소련·동구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다음, 마셜은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앞으로 다가올 미·중 군사 대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웃음거리였다. 아시아 중심 전략(Pivot to Asia)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마셜은 중국이 가장 중시하는 미국 전략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미·중 패권 경쟁과 한·일 갈등, 북핵 문제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 독자도 [제국의 전략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 김환영 중앙콘텐트랩 대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201911호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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