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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장은 평등의 적이 아니다 

 


올해 2분기 상·하위 20% 가구 소득 격차가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9월 “소득주도 성장의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내년 2분기엔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본 게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좌파의 실패가 우파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었다. 두 저자는 “신자유주의에 따르면 불평등은 경제적 활력을 위한 대가”라며 “그러나 실상은 불평등이 커지면서 경제적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저자는 “우파의 생각처럼 시장이 더 강화되고 확대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재산권 보호와 계약 보증 이상으로 독점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모두가 참여하고, 경쟁을 통해 자유 교환’하는 시장이 성립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밝힌 본래 의미에서의 시장 말이다.

두 저자는 이를 ‘시장 급진주의(Market Radicalism)’라고 부른다. 방임 시장만으로 사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시장 근본주의(Market Fundermentalism)’와 구별된다. 책 제목을 [레디컬 마켓]으로 정한 이유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방법론이다. 단적으로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되, 상시적인 경매에 부치는, 일명 ‘경쟁적 공동 소유제’를 선보인다. 누구든 시세 이상을 지불하면 자유롭게 임대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독점하는 IT기업을 상대로는 ‘데이터 노동 운동’을 제안한다.

이밖에도 두 저자는 주식시장과 이민제도, 심지어 민주주의 선거제도에서도 시장주의적 처방을 내놓는다. ‘불평등 대 성장’ ‘실업 대 자동화’ 등 딜레마를 가로지르는 발상들에서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 문상덕 기자

201911호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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