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신간] 서울에 카페보다 광장이 필요한 이유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서종민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7500원
도시에 사는 수많은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사회학 전문가들은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의 부재’를 꼽는다.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쉼을 얻으려고 찾아간 공간의 대부분이 ‘돈’을 내야 이용 가능한 곳이 됐다. 잠시 몸을 녹이기 위해서 들어간 카페에서도 4000원 이상의 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눈치가 보이기 일쑤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오늘날의 시민들은 평소에 어울리는 사람들 외에, 다른 계층의 사람과 서로 섞이고 어우러지는 공간을 서서히 잃어버리고 있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애당초 도시의 불평등과 고립의 문제가 사람의 문제가 아닌, 도시 계획의 문제임을 꿰뚫어 본 사람이다. 그는 민주사회의 미래가 공동의 장소, 즉 필수적인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바탕 위에 세워진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책 속에서 ‘광장’이나 ‘도서관’ 혹은 길거리 ‘벤치’처럼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공통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융합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조성할 도시 공간을 제안한다. 그는 이렇게 계획된 도시 환경이야말로 도시 불평등을 해소하는 핵심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는 범죄·교육·정치·환경 등 우리가 마주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이러한 ‘공공장소’가 일조한다고 믿는다. 동네 카페나 공원에서 이뤄지는 지역적 교류는 우발적 범죄를 예방하고, 더 나아가 건전한 민주사회 도시의 출발점이 된다.

책 속에는 오랫동안 저자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해온 사례들이 소개돼 있다. 갖가지 잣대와 경계들로 나눠진 채 분열돼 온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안을 ‘공간’의 개념을 이용해 명쾌하게 풀어냈다.

- 박호수 인턴기자

202001호 (2019.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