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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연인에게서 온 문자 ‘답장 데드라인’은 몇 분? 

 


1930년대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를 구했을까? 오늘날 연애처럼 외모나 재력이 우선순위였을까? 19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사회학자 제임스 보사드는 지리적 근접성에 주목했다. 당시 필라델피아에 사는 부부 5000쌍의 혼인 신고서를 살폈더니, 결혼하기 전 같은 건물에 살던 부부가 여덟 쌍 가운데 한 쌍(12.64%)이나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사랑에 단호해졌다. 1991년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자 중 86%, 미국 여자 중 91%가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지 않은 상대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왜 청춘들이 타협하지 않는 순애보로 변모한 걸까? 저자들은 새로운 기술이 초래한 새로운 사랑법에 주목한다. 유명 스탠드 코미디언인 아지즈 안사리와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일본 도쿄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수많은 도시에서 수백여 건에 달하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SNS 세대의 사랑법’을 규명해나간다.

한국 사회에도 익숙할 대목은 문자 메시지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포함하는 문자 메시지다. 저자들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전화 통화 때보다 훨씬 빠른 응답에 길들었다”며 “즉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어떤 지체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이 집계한 답장의 데드라인은 15분. 이를 넘기면 서로의 진심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저자들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가장 내밀한 감정인 사랑이라도 사회 흐름과 공명하기 마련이라는 것. 그러니 매 순간 상대의 진심을 확인하려는 조급증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자는 것.

- 문상덕 기자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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