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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출생 증명도 없던 산골 소녀 타라의 기적 

16세에 학교 공부 시작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다 

아버지가 강요한 세상 깨고 자신을 찾은 ‘교육 사건’ 실화 회고록

나라마다 교육 제도는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한국만큼 교육열이 높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도 모자라 학원에서 밤늦도록 공부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배움의 발견]은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일어난 ‘교육 사건’을 그린 실화 회고록이다.

남북한을 다 합친 넓이에 인구 170만밖에 되지 않는 미국 아이다호주는 교육환경부터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산골마을 벅스피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지은이 타라 웨스트오버는 벅스피크 집에서 7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났으며 아홉 살이 될 때까지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자랐다. 모르몬교 열성 신자인 아버지는 타라를 포함해 자녀 4명은 아예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타라의 아버지는 종말과 심판의 날을 준비하면서 해가 빛을 잃고 달이 피로 물드는지를 살피면서 살았다. 교통사고로 치명적인 화상을 입거나 뇌진탕을 입어도 병원에 가기를 거부하고 민간요법에만 의존했다. 인간이 다스리는 세상이 망한다 해도 그들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을 터였다.

아버지는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며 제도권 교육에 반대했다. “학교에 보내는 건 악마에게 아이들을 통째로 넘기는 거나 마찬가지 일”이라는 것이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헌신을 내세우는 아버지는 딸 타라에게 “여자가 있어야 할 곳은 가정”이라고 윽박질렀다. 타라의 할머니가 “야만인들처럼 산이나 헤매고 다니는 대신 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배움의 발견]은 가정에서 보잘것없는 홈스쿨링의 경험밖에 없던 타라가 모르몬교 계통의 브리검 영 대학을 거쳐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박사 학위를 따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폐철 처리장 일을 거들고 산파이자 동종 요법 치유사인 어머니를 돕던 타라는 16세 되던 해 타일러 오빠로부터 “집 바깥의 세상은 넓다”며 “학교로 가라” 는 조언을 듣는다. 아버지 몰래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 중 하나인 ACT 준비에 들어가지만 독학으로 입시 공부하기란 너무나 벅찼다. 그러나 타라는 굴하지 않고 재도전한 끝에 브리검 영 대학에 합격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오랫동안 일반 사회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했던 탓에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었다. 가느다란 어깨끈이 달린 몸에 딱 붙는 흰색 탱크탑을 입은 첫 하우스메이트인 ‘이방인’과의 만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수강신청도 제대로 못 해 곤욕을 치렀고 미국사 첫 쪽지시험에선 한 문제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괴물 취급받던 타라는 낙제도 했다. 그는 일기장에 “어릴 때 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허락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쓰기도 했다.

이런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타라는 브리검 영 대학 역사학과 최우수 학생으로 졸업하고 세계 최고의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는다. 그를 지도한 교수는 “타라 학생은 가짜 사금파리가 아니라 순금”이라는 칭찬도 한다. 종말을 기다리는 모르몬교 가정 출신의 산골소녀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배움의 발견]은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같은 유명 인사들로부터도 극찬을 받았다. 좋은 점수를 얻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이상’인 한국의 교육과 타라의 배움 과정은 대조적이다. 그렇지만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교육의 본질에 대해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해 줄 것이다.

- 한경환 중앙SUNDAY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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