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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슈퍼예산 둘러싼 제로섬 게임의 민낯 

 


▎워 오브 머니 / 정창수 지음 / 이매진 / 1만3800원
2017년 정부 예산에서 새로 편성된 예산은 얼마일까? 저자인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이 집계한 비율은 단 1.7%. 나머지 예산 98.3%는 똑같이 반복하는 데 쓴다는 뜻이다.

1% 남짓인 새 예산안조차 의원들의 관심을 끌긴 쉽지 않다. 소속 정당을 위한, 소속 지역구를 위한 사업 따내기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그러나 실상 “한 지역이 이득을 얻으면 다른 지역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그런데도 매년 국회에선 다음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쪽지 예산’과 ‘카톡 예산’을 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소위에서 밀실 심사를 벌이고, ‘나눠 먹고, 쪼개 먹고, 혼자 먹는’ 선심성 지역 예산을 챙기고, ‘습관성 추경 증후군’에 힘을 보태고, 표 욕심에 이익 집단의 구린 돈을 지키는 빌런(악당)들.”

총선마다 이런 예산 악당들을 응징하겠다며 출사표를 내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인재영입·대안정당 등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승전보를 듣기엔 여간하지 않다. 저자는 “판마다 버티고 선 악당들을 시민이 참여해서 없애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가 지목하는 ‘예산 악당’은 국회 말고도 세 집단이 더 있다. 관료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이다. 책은 이들 악당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예산을 사유화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적자 국채 발행을 둘러싼 내부고발 사태, 지방의 산업단지·지역축제 복마전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악당들이 그려놓은 지도를 그대로 따라갈 것이냐”고 물으며 “시민들이 직접 나침반 쥐고, 망원경 들고 길을 가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 문상덕 기자

202003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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