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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주말 이틀이면 깨치는 경제학 개론 

근로시간 줄이면 정말 일자리 늘어날까? 

눈앞만 보는 오류 벗어나 경제 현상·정책 입체 분석

▎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 / 헨리 해즐릿 지음 / 김동균 옮김 / DKJS / 1만6000원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했다. 뭐든지 모르면 불안하다. 경제학을 모르면 뭔가 허전하다. 새로운 비즈니스마다 ‘대박’을 터트리며 ‘미다스의 손’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고경영자(CEO)도, 경제신문을 읽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고수익 주식투자자도 경제학 이론에 대해 통괄적(統括的)인 지식을 뽐낼 수 없으면 0.2%가 빠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나온 책이 [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1946)이다. 1946년 출간 이후 10여개 언어로 100만 권 이상 팔린 이 책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보수파 경제학의 바이블이다.

원제 ‘Economics in One Lesson’을 의역하면 ‘수업 한 번으로 끝내는 경제학’이다. 영문판 218페이지, 한글판으로 263페이지다. 주말에 통독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제학 개론 교재다. 경제학자들도 틈날 때마다 읽는 책이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974년)와 밀턴 프리드먼(1976년)이 극찬한 책이다. 하이에크는 “경제학 문외한도 짧은 시간에 경제학 기본원리를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에 조예가 깊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책’이라는 반론이 있다. 칼럼 형식으로 썼기 때문에 따분하지 않고 경쾌하다. 학창시절 미시·거시 경제학, 경제사 수업을 정도는 들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경제학은 하나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을 좌파·진보 경제학, 우파·보수 경제학으로 과연 나눌 수 있는지 의문이다. 상대적으로 우파·보수파 진영에 속하는 저자는, 일단 ‘나쁜’ 경제학과 ‘좋은’ 경제학으로 경제학을 구분한다. 저자에 따르면 ‘나쁜’ 경제학은 소수 집단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모든 집단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한다.

[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은 24개 세부 강좌로 구성됐다. ‘기계화와 자동화: 기술이 실직을 부른다?’ ‘일자리 창출 정책: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가 늘어날까?’ ‘산업 보존 정책: 성장하는 산업, 쇠퇴하는 산업은 필수적이다’ ‘최저임금법: 최저임금법을 강화할수록 악영향이 커진다’ 등이 눈길을 끈다.

저자 해즐릿의 공격 대상은 케인스 경제학, 국가주의 경제학이다. 얼핏 보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경고를 담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해즐릿이 자유한국당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별로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저자 헨리 해즐릿(1894~1993)의 첫 저서는 21세에 출간한 [Thinking as a Science(생각하기라는 과학)]였다. 20권의 책을 더 썼다. 책으로 출간되지 않은 글까지 포함하면, 대략 1000만 단어로 추산되는 분량을 썼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1970년) 폴 새뮤얼슨(1915~2009)이 해즐릿의 칼럼을 읽고 경제학을 전공하게 됐다는 일화가 있다.

대학을 몇 달 다니다 중퇴하고 언론계에 투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913~1916)·뉴욕타임스(NYT, 1934~1946)·뉴스위크(1946~1966) 등 14개 매체에서 1913년에서 1969년까지 일하며 서평·문학비평·경제칼럼·논설을 썼다.

- 김환영 중앙콘텐트랩 대기자 whanyung@joongang.co.kr

202003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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