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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CEO in KOREA(12)] 3代째 ‘기술의 효성’ 계승하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소재 산업 씨앗 심는 도전 계속할 것” 

탄소섬유·폴리케톤 등 신소재 개발과 글로벌 경영으로 새로운 50년 준비
투명경영 위한 지주회사 체제 확립… 야구의 팀워크 정신을 경영에 투영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오른쪽)의 궁극적 목표는 “기술이 자부심인 회사”에 있다. / 사진:효성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두 개의 별을 쏘아 올린 사나이’로 일컬어진다. 대한민국 기업사에서 효성(曉星)과 삼성(三星), 두 글로벌 대기업의 ‘창세기’를 논할 때 조홍제의 이름은 빠질 수 없다.

방기철 선문대 교수가 쓴 [한국역사 속의 기업가]에 따르면, 190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조홍제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936년 고향 마을인 군북면의 금융조합장으로 선출됐다. 이 시기, 조홍제는 사업가보다 투자자 마인드가 강했다. 1948년 12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에게 당시 돈 800만원을 빌려줬다. 이병철의 형과 조홍제는 친구 사이였다. 친구의 동생을 돕는 인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때 빌린 돈은 나중에 삼성물산의 투자금으로 변환됐다. 둘의 인연은 1961년까지 지속됐다.

투자와 동업을 병행한 이병철과 조홍제의 ‘동맹’ 속에서 삼성의 몸집은 계속 커졌다. 1958년에 재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1961년 5·16 쿠데타 등 시대의 풍파 앞에서 둘은 결별 수순을 밟았다. 조홍제는 소송 없이 관계를 정리했다. 삼성을 떠나는 과정에서 조홍제는 1962년 회사를 하나 만든다. 무역회사 효성물산이었다. 그의 나이 56세 때였다.

홀로서기에 나선 조홍제는 1966년 11월 3일 나일론 원사를 생산하는 동양나일론을 세웠다. 효성그룹은 이때를 창업 원년으로 삼는다. 1968년 울산에 나일론공장을 지어 생산을 개시했고, 이는 효성의 모태가 됐다.

56세에 효성 만든 조홍제 창업주

조홍제 창업주는 ‘산업을 중심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산업입국(産業立國) 정신을 창업의 목적으로 삼았다. 그로부터 54년이 흐른 2020년 효성은 세계 30개국, 100여 개 생산 및 판매법인·지점에서 약 2만5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온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용 원단 등의 핵심 소재 산업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독자적 기술력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효성 경쟁력의 양 날개로 꼽힌다. 3세 경영자인 조현준 회장 체제에서 효성은 탄소섬유와 폴리케톤 등 첨단 신소재, 에너지 효율화 및 IT 솔루션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을 탐색하고 있다.

글로벌 효성의 기원은 동양나일론이었다. 당시 화학섬유산업은 고유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았다. 초기 투자액이 큰 만큼 불확실성이 높았다. 그러나 조 창업주는 오히려 가능성을 봤다. 1966년 동양나일론을 시작으로 화학섬유 계열 회사들을 연이어 설립했다. 원사 생산부터 염색, 가공까지 가능한 ‘섬유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울산 공장은 1967년부터 착공했다. 당시 조 창업주의 큰 아들인 조석래 감사(현 효성그룹 명예회장)는 건설본부장으로 부임해 공장 건설을 지휘했다. 효성은 울산 공장을 토대로 섬유 사업을 확대, 한국 1위 화학 섬유 기업으로 성장했다.

울산 공장을 지을 때의 비화는 조홍제의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만에 하나 시험가동에서 불량품이 나올 사태를 대비해 자기 소유의 땅을 팔아 따로 자금을 마련해둔 것이다.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 자금줄이 막힐 것을 염려해 미리 돈을 비축해놓은 것이다. 사업하는 사람은 빚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는 세간의 통념과 달랐다.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해놓고, 그 대책까지 세워놓은 다음에야 실행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 포로 중, 비관론자가 가장 오래까지 살아남아 귀환했다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이미 체득한 셈이다.

조 창업주의 포석대로 효성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는 수출기업으로 커나갔다. 기술중심 경영을 위해 1971년 국내 최초의 민간기업의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현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이때부터 시도한 것이다. B2B(기업 간 거래) 위주인 효성의 생산품들은 일반 국민에게 낯설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품목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 성공 케이스가 합성섬유의 일종인 스판덱스다. 효성은 3년간의 숱한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1992년 한국 최초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4번째였다. 스판덱스로 호황을 누리던 효성은 2000년대 중반부터 도전에 직면한다. 중국이 저가 제품의 물량 공세로 나선 것이다. 중국의 공세에 밀려 여러 업체가 무너졌지만, 효성은 가격경쟁력으로 맞서지 않았다. 더 기능적인 제품 개발로 차별화에 나서는 전략으로 나갔다. 그 결과, 2010년 이 부문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조홍제 창업주의 기술경영은 아들인 조석래(85) 명예회장으로 이어졌다. 조 창업주는 197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장남 조석래는 효성, 차남 조양래(83)는 한국타이어, 삼남 조욱래(71)는 효성기계를 각각 맡아 분리했다. 조욱래 회장은 업종을 전환해 현재 부동산개발임대업체인 DSDL의 회장이다. 프레이저플레이스 호텔이 DSDL의 주력이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아들 둘(현식, 현범)을 뒀는데, 차남 조현범(48)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아들 셋을 낳았다. 이 가운데 장남인 조현준(52)은 효성의 3세 경영을 이끌고 있는 현 그룹 회장이다. 막내인 조현상(49) 사장은 그룹 사장 겸 전략본부장 등을 맡고 있다. 차남 조현문(51)은 형과의 분쟁 끝에 회사를 떠나 있는 상태다.

“아무도 안 하는 것을 하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은 2019년 8월 전주에서 열린 탄소섬유 협약식에 참석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설명을 들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조홍제 창업주는 1984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조 창업주가 일찌감치 아들들에게 회사를 나눠줬기 때문에 형제간 분쟁은 없었다. 조석래 회장은 “아무도 안 할 때 (그 사업 영역에) 들어가라”, “오직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론의 경영자였다.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던 스판덱스 사업에서 고수익을 얻어낸 원동력이었다.

1997년 한국 기업들을 사지로 밀어 넣은 IMF 경제위기 때 조석래 체제의 효성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핵심사업 이외는 다 접은 것이다. 섬유, 화학, 중공업, 정보통신, 무역 사업그룹을 제외한 비주력사업은 통합하거나 매각했다. 내부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했다. 중국, 베트남 등에 스판덱스 생산 공장을 세웠다. 특히 베트남 공장은 세계 최대 공급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08년에는 터키, 2011년에는 브라질에 공장을 완공했다. 이로써 아시아는 물론, 유럽·중동·북아프리카부터 중남미 시장까지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생산 네트워크가 확보됐다.

효성이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또 하나의 분야는 타이어 보강재의 일종인 타이어코드다. 세계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효성은 2003년 중국에 생산 공장을 준공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미셸린, 굿이어 등 타이어 톱 메이커들과의 장기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효성의 타이어코드 사업 부문은 중국, 베트남 외에 미주와 유럽 기반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세계 1위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2016년 12월 효성 회장에 취임했다. 2016년은 그룹 창사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조 회장 체제에서 효성은 “새로운 50년 역사”를 선언했다. 신소재 원천 기술 확보를 도약의 엔진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조 회장은 1968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했다. 중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닌 뒤 미국 세인트폴 고교로 유학을 갔다. 미국 예일대와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특하게도 경영학이 아니라 정치학을 전공했다. 이후 조 회장은 바로 효성에 입사하지 않고, 해외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일본 미쓰비시상사, 모건스탠리 도쿄 지점 등을 거쳐 1997년 효성 T&C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이듬해 효성 경영혁신팀 이사로 승격됐다. 2000년 상무, 2001년 전무, 2003년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 코스를 거쳤다. 2007년 사장이 됐고, 2017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은 20여 년간 전략본부 임원, 섬유·무역·정보통신 PG장 등을 역임했다. 성과 중심의 조직체계 재편, 경영시스템 개선, 스판덱스·타이어코드·중공업·정보통신 등 주력 사업 부문의 글로벌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 구축을 이끌며 회사를 성장시켰다”고 소개했다.

조 회장은 취임 당시 “조석래 명예회장의 기술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기존 주력산업 분야와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IT 솔루션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의 소리는 경영 활동의 시작과 끝”이라고 소통 경영을 강조했다.

‘미래 산업의 쌀’을 개발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오른쪽)은 2019년 11월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배트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선물 받았다. / 사진:효성
효성은 스판덱스의 실적에 힘입어 2016년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2010년 세계 정상이 된 스판덱스는 10년째 1등을 지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5%에 달한다.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를 주력으로 삼은 효성은 2014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2018년 2조원도 돌파했다. 타이어코드 역시 2000년부터 19년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45%를 넘는다.

2020년 1월 2일 마포 본사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조 회장은 “AI의 발전으로 singularity(특이점,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지점)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나무만 봐선 알 수 없다. 크게 숲을 보는 시야를 가지고 빠른 변화를 알아내고, 선도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고객의 목소리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회장 취임 때의 다짐과 같은 맥락이다.

효성이 개발하는 주력 신소재는 탄소섬유다.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탄소섬유를 2011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2013년 5월,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간 생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건립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2000년대 초부터 탄소섬유 개발을 지시했다. 그 방향성은 조현준 회장 체제에서도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섬유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탄소섬유의 원천기술을 2011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전라북도, 전주시, 한국탄소융합기술원 등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4번째이자 한국 기업 최초로 ‘탄섬’을 세상에 내놨다. 탄섬은 2013년부터 생산됐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 건축용 보강재, 우주항공 등 첨단 미래사업에 활용된다. 특히 수소자동차 연료탱크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25%이지만 10배의 강도, 7배의 탄력성을 갖추고 있어 수백 배의 고압을 견뎌야 하는 수소연료탱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효성은 2030년까지 수소연료탱크용 탄소섬유 시장이 1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 회장은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탄소섬유 협약식’을 열었다. 2028년까지 탄소섬유 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해 기존 2000t 규모의 생산을 2만4000t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 생산을 위해 2020년 1월 연간 생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했다. 2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 회장은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다음과 같은 포부를 밝혔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에서 세계 1등이 가능했던 이유는 소재부터 생산·공정까지 독자 개발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기술적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소재 사업의 씨앗을 심기 위해 계속 도전을 하겠다.”

효성은 2013년 11월 세계 최초로 친환경 고분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케톤의 개발과 상용화를 현실화했다. 폴리케톤은 기존 나일론, 알루미늄 등의 소재에 비해 물성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자동차, 전기·전자 부품의 핵심 소재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울산 공장에서 연간 생산 5만t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효성은 폴리케톤을 완성하고자 약 50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0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 10대 일류소재기술 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화학섬유 분야에서 탈수소화(DH) 공정을 바탕으로 화학 분야의 원천기술인 폴리프로필렌을 개발했다. 2009년에는 LCD용 TAC필름을 개발했고, 울산에 공장을 세웠다. 2013년에는 충북 옥산에 TAC필름 2호기 공장을 가동했다. TAC필름은 TV·모니터·휴대폰 등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LCD 부품인 편광판을 보호해주는 소재다. 디스플레이 전자기기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색과 영상은 편광판으로 투과된 일정 방향의 빛이 패널을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편광판의 주요 요소인 편광 소자는 얇은 막으로 구성돼 있기에 투명하면서도 강도가 뛰어난 TAC필름으로 편광소재를 보호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수출 강자로


▎인도 현지에서 가동 중인 효성의 스판덱스 생산 공장. / 사진:효성
효성이 TAC필름 산업에 진입하기 전까지 한국은 일본에서 전량을 수입했다. 효성이 2009년 TAC필름을 출시하고 10여 년이 흐른 현시점에서 일본과 동등한 수준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조 회장은 “기술이 자부심인 회사로 만들겠다”며 “기술경쟁력이 효성의 성공 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천기술을 확보한 뒤,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 효성의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전략이다.

조 회장은 중국·베트남·인도·사우디·멕시코 등을 방문해 글로벌 경영을 확장하고 있다. 2019년 11월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브라도르 정부는 복지정책인 ‘Rural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멕시코의 복지 사각지대 지역에 ATM기를 설치해 수혜자가 직접 지원금(현금)을 찾아가도록 하는 정책이다. 멕시코 총인구의 17%에 달하는 2000만 명의 서민들이 ‘Rural 프로젝트’ 대상자다. 효성은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약 8000대의 ATM기(2030억원 규모)를 전량 수주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조 회장은 “전력 인프라 사업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조 회장은 2018년 2월 베트남 응우웬 쑥 푸언 총리와 접견했다. 효성은 베트남 호찌민 인근 연짝공단과 중부 꽝남성에서 각각 타이어코드, 스판덱스 등 핵심 제품을 생산 중이다. 남부 바리우붕따우성에서는 폴리프로필렌 생산시설 등을 건립 중이다. 같은 시기, 조 회장은 인도 뭄바이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효성은 마하라슈트라주 아우랑가바드시 인근에 효성의 인도 내 첫 번째 스판덱스 공장 건립을 약속했다. 세계 최대의 섬유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2019년 9월 연간생산 1만8000t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을 완성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조 회장은 2018년 8월에는 위안자쥔 중국 저장성장과 만났다. 효성은 이곳에 1999년 스판덱스 공장을 세웠다. 중국 공략의 거점이다. 효성이 2010년 스판덱스 글로벌 1위로 올라서는 데 중추적 기능을 했다. 조 회장의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도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장(현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바 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9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조 회장도 청와대를 방문하는 기업인들 명단에 포함됐다. 효성은 2019년 3월 세계 최대의 종합석유화학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와 만나 사우디에 탄소섬유 공장 건립 등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듭된 송사 벗어나 투명경영 안착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2019년 5월 발표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자료에 의하면, 효성의 재계 순위는 22위다. 자산 총액은 전 년 대비 1조8000억원이 증가한 13조4000억원에 달한다. 조현준 체제에서 기술력과 글로벌 영업으로 성장 중이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투명 경영에 관한 일각의 의구심이 그것이다.

조 회장은 2014년부터 송사에 휘말렸다.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200억 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친형인 조 회장을 고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조 회장은 2018년 1월 불구속기소 됐다. 2019년에는 조세 포탈 혐의 등 각종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회삿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대납 혐의로 조 명예회장과 조 회장이 함께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2019년 12월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조 회장을 또 한 번 불구속기소 했다.

이에 대응해 효성은 조현준 회장 취임 후 2년 동안 지배구조 개선에 공을 들였다. 2018년 6월 지주회사 ㈜효성과 4개의 사업회사(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로 인적 분할하는 체제 개편을 마무리했다. 소위 ‘뉴 효성’ 선언이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각 분할회사는 책임 경영에 주력할 수 있다. 조 회장은 ㈜효성의 대표이사직만 맡고, 4개의 사업회사는 전문 CEO에게 책임경영을 맡기는 체계다.

조 회장은 2018년 9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을 넘겼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아울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맡겼다. 이사회 산하에는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내부 회계 관리도 강화했다.

조 회장은 지주회사인 ㈜효성의 지분 21.9%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에 참여하는 막냇동생 조현상 ㈜효성 사장은 21.4%를 가지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은 9.4%로 나타났다. 조 회장과 동생인 조 사장의 지분이 비슷하지만, 아직까진 잡음 없이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 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 철학을 말할 때, 곧잘 야구 등 스포츠를 접목해 생각을 표출한다. 2017년 회장 취임 당시에도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되, 반드시 승리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이 좋아하는 말이 “All for one, One for all”이다. 실제 조 회장은 세인트폴 고교 시절 야구팀 주장을 맡았다. 효성에서도 사내 직장인 야구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났을 때, 메이저리그 텍사스의 추신수 사인이 들어간 야구 배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유독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플레이가 데이터로 남는 개인경기이자, 팀워크로 승패가 갈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야 승리하는 야구처럼 기업 경영도 실질적 성과가 있어야 생존과 발전이 가능하다”며 “야구에서 9회 말 투아웃에서도 역전의 기회가 있듯, 경영에서도 끝까지 해봐야 결과를 안다는 심정으로 도전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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