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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리포트] ‘글로벌 TOP5 담배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KT&G 

저타르·초슬림 틈새시장 공략해 러시아·몽골 시장 접수하다 

현지 맞춤형 개발, 브랜드 경쟁력 앞세워 신시장 성과 뚜렷
2025년까지 200개국 진출… ‘Global Big4’ 달성 위해 박차


▎KT&G는 러시아 시장에 없던 저타르·초슬림 ‘에쎄’를 출시하면서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 / 사진:KT&G
국내 1위 담배회사 KT&G(대표이사 사장 백복인)가 러시아·몽골 등 신(新)북방국가에서 담배 한류를 이끌고 있다. KT&G는 20여 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해외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과 현지 맞춤형 제품을 앞세워 러시아·중동 등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그 결과 해외 매출로만 연간 1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러시아에서는 ‘에쎄(ESSE)’가 초슬림 대표 담배로 자리 잡았다. 현지화 제품의 지속적 출시를 통해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전 세계 4위의 담배 시장인 러시아는 규모가 크고 매력적이나 리스크도 많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등으로 2008년 이후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담배회사들 때문에 후발주자가 시장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KT&G가 1996년 러시아에 진출했을 당시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이에 KT&G는 정공법 대신 틈새시장 공략을 택했다. 고(高) 타르 제품 위주인 러시아에서 ‘저(低)타르’와 ‘초슬림’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승부한 것이다.

KT&G는 2002년 러시아 시장에 초슬림 담배 ‘에쎄’를 출시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0년대 초반 고타르 제품 위주였던 러시아에서 초슬림 담배는 볼 수 없던 제품이었다. KT&G는 탄탄한 제품력을 기반으로 저타르·초슬림이라는 새로움을 더한 ‘에쎄’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에쎄’의 판매 규모는 연간 총 31억 개비에 이른다. 출시 이듬해인 2003년 1.2억 개비에 비하면 2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제는 모스크바 거리에서 에쎄를 입에 문 흡연자를 쉽게 볼 수 있으며, 모스크바 담배 판매점의 90%가 에쎄를 취급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매출을 이끄는 효자 상품은 2014년 출시된 ‘에쎄 체인지(ESSE Change)’다. 초슬림 캡슐형 제품으로 출시돼 현지 시장에서 차별화된 맛과 품질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4년 전 출시된 ‘에쎄 체인지’는 2018년에만 8억 개비가 팔렸다. 2014년 2000만 개비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40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 에쎄 체인지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으로 출시한 시리즈 제품인 ‘Secret(시크릿)’, ‘W’, ‘M’, ‘S’ 등 신제품들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러시아는 KT&G가 담배를 수출하고 있는 70여 개국 가운데 ‘에쎄 체인지’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곳으로 성장했다. 또 2018년까지 러시아에서 16종의 제품을 판매하던 KT&G는 높아지는 에쎄의 인기와 다양해지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2019년 에쎄 체인지 ‘M’, ‘S’, ‘Crystal’, ‘Club’ 등 신제품 6종을 추가로 선보였다.

저타르·초슬림 ‘에쎄’ 시리즈, 러시아서 폭발적 성장세


▎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는 ‘에쎄’ 제품. / 사진:KT&G
KT&G는 지난 2010년 불확실한 러시아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성을 내다보고 러시아 칼루가 주(州)에 1억 달러를 과감하게 투자해 현지 공장도 세웠다. 2017년부터는 러시아 주변국으로의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러시아 현지에서의 수출도 본격화됐다. 러시아가 주변 국가들과 맺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협정에 따라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7년 12월 러시아를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첫 수출을 개시한 KT&G는 이듬해 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 등으로 대상 국가를 늘려갔다. 수출량은 첫해 1억4000만 개비에서 2018년 8억6000만 개비로 급증했으며, 2019년에는 약 10억 개비 이상의 수출 물량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G 러시아 법인은 현지에서 다양한 상생활동을 펼쳐 모범 사례로도 인정받고 있다. 2016년 우수 사회공헌 기업(주러 대한민국 대사), 2017년 우수 사회공헌 기업(칼루가 주지사)으로 선정됐으며, 2016년에는 근로 환경 우수 준수기업(노동감독청장)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몽골에서도 담배 한류의 열풍은 거세다. 2018년 KT&G는 몽골로의 담배 수출량 10억 개비를 돌파했다. 이는 2010년 2억4000만 개비와 비교해 4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2000년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러시아에서와 마찬가지로 KT&G는 고타르 제품이 대부분인 몽골 현지 시장에 ‘에쎄(ESSE)’를 앞세워 초슬림 시장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에쎄’는 현지 업체가 생산하는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가격이 두 배를 웃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량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몽골 내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몽골 현지 맞춤형 에쎄 시리즈 개발로 선풍적 인기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판매점에서 점주가 고객에게 KT&G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KT&G
KT&G의 몽골 수출은 지난 2002년 ‘에쎄 블루(ESSE BLUE)’가 출시되며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에쎄’는 출시 초기 시장 내 최초의 초슬림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또 고타르 위주의 시장에 저타르의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세우고 가격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다.

최근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은 ‘에쎄 체인지’다. 지난 2013년 출시돼 기존에 없던 독특한 맛으로 20~30대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제품은 판매가 지속해서 증가해 내년에는 초슬림 1위 제품인 ‘에쎄 블루’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T&G 제품은 몽골 흡연자 5명 중 1명이 선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초슬림 시장에서의 강세와 더불어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맞춤형 제품을 출시해 시장 안착을 이끌었다는 것이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저타르인 국내 제품을 몽골 현지 시장 특성을 반영해 고타르 제품으로 새롭게 개발하기도 했으며(국내용 : 에쎄 체인지 1mg → 몽골 수출용 : 에쎄 체인지 3mg), 선호도가 높은 저가·레귤러 타입의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국내에선 얇고 긴 슬림 담배를 굵고 짧게 레귤러 사이즈로 변경한 ‘센스(SENSE)’를 출시하기도 했다.

KT&G는 초슬림 담배인 ‘에쎄’ 위주에서 시장을 더욱 확대하고자 레귤러 타입의 ‘레종 프렌치블랙’ ‘레종 휘바’ ‘한라산’ ‘센스’ 등도 새롭게 출시했다. ‘한라산’은 한국 문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호감도를 고려해 한국에서 판매되는 한글 제품명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레귤러 사이즈에 맞게 제품의 길이는 줄이는 등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몽골 시장에서 최초의 한정판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만족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2018년 ‘에쎄 체인지’, ‘에쎄 블루’의 한정판 제품을 선보인 것이 첫 시도이며, 제품 디자인에 한국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적용해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KT&G는 몽골 시장 확장 전략으로 영업망과 인력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몽골은 인구 320만 명 중 150만 정도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다. 현재 도심 중심의 영업망 관리를 지역으로 확대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한국 제품을 알리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2018년 창립 31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은 ‘도전과 성장’, ‘변화와 신뢰’, ‘상생과 협력’의 3대 경영 어젠다를 제시하며 오는 2025년까지 ‘Global Big4’ 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중심의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도전과 성장 경영’을 펼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글로벌 비전 선포식’에서는 2025년까지 해외 판매 규모를 4배 이상 늘리고 주력 시장인 중동과 러시아 외에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KT&G는 아시아태평양·미주·아프리카·유라시아 4대 권역에 지역본부를 설립해 해외 소비자 요구에 맞는 브랜드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단계적으로 실행 중이다.

우선 KT&G는 해외 신시장 적극 공략을 위해 글로벌 조직을 재정비하고 글로벌 TOP4 비전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G는 2019년 7월 글로벌본부(CIC) 조직개편을 단행해 신흥시장 개척과 현지 브랜드 관리를 위한 정규조직 4개 팀을 신설했다. 축적된 신시장 개척 노하우와 현지화 역량을 집중해 빠르고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을 펼쳐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해외매출 1조원 돌파… 이젠 글로벌 TOP4!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판매점에서 점주가 고객에게 ‘에쎄 체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KT&G
KT&G는 빠른 성장세로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국내 수요 정체 상황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적극적인 시장 탐색과 신시장 개척에 나섰던 KT&G는 2017년에 해외 판매액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 아프리카·중남미 등 신시장에서 전년보다 15% 증가한 208억 개비를 판매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에서도 전년 대비 14% 오른 121억 개비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맞춤형 신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유통망 확대 등에 총력을 다한 결과 2018년에는 전년보다(44.9억 개비) 8% 증가한 48.7억 개비를 판매했다. 중남미·아프리카 권역에서도 지속적인 시장 개척과 다양한 제품 출시로 2018년 75억 개비를 판매해 전년 대비(54억 개비) 40% 증가한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1988년 수출을 시작한 KT&G는 이제 ‘세계 5위’의 글로벌 담배 기업이 됐다. 1999년 당시 26억 개비에 불과하던 해외 판매량은 민영화를 계기로 비약적으로 늘어 18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이러한 성과는 국내 담배 시장 개방 이후 다국적 기업들의 거센 공세를 방어하며 30여년간 축적한 품질 우선 경영과 마케팅 역량에 기반을 뒀다는 평가다. 그간 KT&G는 주력 시장인 러시아와 중동 등에서 ‘에쎄(ESSE)’와 ‘파인(PINE)’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최근에는 신시장 위주로 현지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며 판로를 확대해왔다.

KT&G는 공격적인 신시장 개척을 통해 2020년까지 해외진출 국가 수를 100개국으로 확대하고, 이어 2025년까지 약 200여 개국까지 진출 국가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국내시장의 경우, KT&G는 다국적 담배 기업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 현재 시장점유율 약 60%를 지켜내고 있다. 전 세계 담배 시장에서 이렇게 자국 시장을 수성하고 있는 로컬기업은 KT&G가 사실상 유일하다. ‘브랜드 매니저 시스템’ 운영 및 ‘품질 실명제’ 등을 통한 제품 차별화 노력이 빛을 발한 것으로, KT&G는 국내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수성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그동안 차별화된 현지 맞춤형 개발과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수출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며 “앞으로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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