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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최악의 실패에도 그럴싸한 계획은 있는 법 

 


참새 한 마리가 한 해 먹어치우는 곡식의 양은 4.5㎏. 쌀을 팔아 핵 기술을 사들이던 중국 공산당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1955년, 농촌에 현지 지도를 나간 마오쩌둥은 날아가던 참새를 가리키며 희대의 교시를 내린다.

“저 새는 해로운 새다.”

직후 착수한 ‘참새 소탕 작전’은 눈부신 승리를 거둔다. 1958년 한 해에만 참새 2억1000만 마리를 잡아들였다. 그러나 승리의 대가는 처참했다. 참새가 사라지자 전국에서 메뚜기떼가 창궐했다. 1960년부터 3년간 최소 3000만 명이 아사한 ‘3년 대기근’의 시작이었다.

공산당 계획경제가 문제였던 걸까? 인류의 온갖 실패 사례를 수집한 저자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실패는 시대와 체제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공화국 로마는 권력 집중을 막겠다며 집정관 두 명이 매일 번갈아가며 군단을 지휘하도록 했다가 카르타고의 한니발에게 처참히 패했다.

시간을 앞으로 당겨 320만 년 전, ‘최초의 직립보행 유인원’ 루시는 나무에서 떨어져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저자는 “앞으로 인류가 펼칠 온갖 바보짓의 예고편이 아니었을까”라며 익살스레 말한다.

저자는 “패턴이 있든 없든 패턴을 찾아내는” 인간의 본성이 실패를 부추긴다고 경계한다. 그런데도 책을 읽다 보면 대략의 ‘실패 패턴’이 읽힌다. 욕심을 선의로, 낙관을 계획으로 포장할 때 실패의 가능성과 규모가 커진다는 것. 예술·과학·외교·정치 등 10개의 주제로 실패의 기록들을 정리했다.

- 문상덕 기자

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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