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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고것 참 쌤통’이라는 마음속 소화제 

 


명망 높은 교수님이 올린 SNS 게시물에서 오타를 발견했을 때.

나와 또래인 인플루언서가 불량 제품 판매로 사과문을 올릴 때.

버스 정류장에서 내 앞으로 새치기한 사람이 넘어졌을 때. 분야도 상대도 각기 다르지만 위 상황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남에게 드러내기도, 자기 자신도 인정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바로 남의 불행을 보며 느끼는 은밀한 기쁨,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라고 하는 감정이다. 피해나 손상을 뜻하는 ‘샤덴’과 기쁨이나 즐거움을 뜻하는 ‘프로이데’가 합쳐진 말로, ‘피해를 즐기다’라는 뜻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쌤통 심리’에 가까운 말이다.

오래전부터 샤덴프로이데는 많은 철학자에게 비난받아왔다. 쇼펜하우어는 이를 두고 “철저히 악한 마음과 하찮은 도덕성의 확실한 징후”라며 인간이 가진 최악의 본성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나쁜 소식을 듣고 체기가 쑥 내려가듯 후련해지는 기분, 이 달콤하면서도 찝찝한 마음을 우리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스스로 ‘감정의 역사가’라고 부르는 저자는 어설픈 교훈은 뒤로 미뤄두고 이 감정의 실체를 탐구해나간다.

쇼펜하우어의 생각과 달리, 저자는 샤덴프로이데가 대체로 무해한 즐거움이라고 평한다. 다른 사람도 우리처럼 실패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며, 열등감을 약간의 우월감으로 바꾸어 인생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또 타인의 불행에 기꺼워하면서 우리의 질투가 적의와 앙심으로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막아준다는 완충제 역할도 해준다는 게 저자의 발견이다.

- 심민규 인턴기자

202008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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