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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사공’이 많아 더 잘 나간 조직의 실화 

만년 꼴찌 미 핵잠수함서 무슨 일이… 

지도자 리스크 줄이는 ‘리더-리더’ 모델 제시
‘전 조직원 간부화’로 1년 만에 놀라운 성과


모든 조직체의 흥망에서 최대 변수는 지도자·지도력이다. 특히 왕조시대에서 성군(聖君)·명군(名君)·명군(明君)이 임금이면 태평성대, 암군(暗君)·폭군(暴君)·용군(庸君)이 임금이면 난세였다. 민주주의는 국가 차원의 ‘지도자 리스크’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턴어라운드]는 ‘리더-팔로워(leader-follower)’ 모델을 대체하는 ‘리더-리더(leader-leader)’ 모델을 제시한다. ‘맡기는 리더십,’ ‘권한위임 리더십’의 범주에 속하는 리더십이다. 조직체의 모든 구성원을 추종자가 아닌 지도자로 만들자는 것이다.

미 해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저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미 해군 핵잠수함 산타페는 연례 평가에서 만년 꼴찌였다. 저자인 L 데이비드 마르케가 함장으로 부임하고 단 1년 만에 1등으로 도약했다.

함장 부임 후 마르케 함장이 처음으로 한 일은 돌아다니며 대화하는 일이었다. 승조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넓은 개방형’ 질문을 던졌다. 팀원에게 “여기서 하는 일이 뭔가?”라고 물으면, “위에서 시키는 것은 뭐든지 다 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미 해군 전통에서는 ‘정답’이었지만 마르케가 바라는 답이 아니었다.

상관의 명령이나 지시가 없으면 승조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허가를 요청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리더-리더’ 모델을 도입한 이후 승조원들은 이렇게 말하게 됐다. ‘제 의도는 이렇습니다.’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저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가 산타페함을 방문했다. 코비는 ‘추천의 글’에 이렇게 썼다. “그날 하루 종일 사람들은 끊임없이 함장에게 와서 이런저런 계획을 보고했다. 함장은 가끔 한두 가지 질문을 던졌을 뿐, 대개 ‘알았네’라고만 대답했다. 그의 허락이 필요한 일은 오로지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결정뿐이었다. 빙산의 나머지 거대한 부분(즉 95%의 결정 사항)은 함장의 개입이나 확인 없이 진행됐다.”

마르케 함장이 적용한 ‘리더-리더’ 모델의 핵심은 3C다. Control(통제권), Competence(역량), Clarity(명료함)다. 3C의 관계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통제권(Control)을 이양하려면 두 기둥, 즉 구성원의 전문적 역량(Competence)과 조직의 명료성(Clarity)이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저자에게 통제권은 ”일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최종 목표에 관한 의사결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역량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전문적 능력”, 명료성은 “모든 구성원이 조직의 목적을 분명하게,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성과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 마르케가 산타페를 떠난 다음에도 산타페는 각종 상을 휩쓸었고 멤버들을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원제 ‘Turn the Ship Around’는 ‘뱃머리를 돌려라’, ‘항로를 바꿔라’이다. 멀리는 선사시대부터,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에도 ‘리더-팔로워’ 모델의 위상은 확고했다. 하지만 ‘리더-팔로워’ 모델은 ‘노동형 조직’에는 잘 맞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형 조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리더십이라는 뱃머리를 돌릴 때가 됐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문제는, 그 문제가 생겨났을 때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 김환영 중앙콘텐트랩 대기자 whanyung@joongang.co.kr

202008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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