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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국인이 덤벙대는 민족성을 가졌다고? 

 


‘한국인은 덤벙대고, 일본인은 작은 데 집착하며, 중국인은 뭐든 자기 것인 양 군다.’

한·중·일 3국은 흔히 서로를 스테레오 타입화해서 생각한다. 허무맹랑한 말은 아니다. 안전사고가 잇따랐던 한국, 매뉴얼만 고집하다가 대형 참사를 맞은 일본, 그리고 소수민족 역사·문화를 모두 한족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을 보면 고정관념을 갖기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들은 손톱 거스러미처럼 불편하다.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애써 모른 체하는 정반대 케이스들이 많아서다. 예를 들어 현재 남아 있는 고려 불화 160여 점에서 한국인이 ‘덤벙댄다’는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불교 미술의 원류인 간다라 양식을 철저히 따른다. 미술품에서 공동체 심리를 발굴해 온 저자는 “지극한 정성과 정교함 속에서 강박적 불심이 읽힌다”고 말한다.

한국뿐 아니다. 집집에 작은 불단(佛壇)을 두었던 일본인들은 고대에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을 만들기도 했다. 751년 오늘날 일본 나라현에 세워진 도다이지(東大寺)다.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폐쇄성이 드러난다. 중국 서남부 지역에서 주로 보이는 집단주택 단지가 증거다. 다른 씨족 공동체의 공격을 막으려 2m 높이 방벽을 쌓고는 수백 명이 몰려 살았다.

저자는 이렇게 한·중·일 3국의 집단 심리를 ‘밀고 당김의 메커니즘’으로 다시 해석한다. 새로운 해석에 필요한 각종 미술·공예품 사진 자료들은 이 책의 미덕이다. 실용서만 범람하는 시대, 10년 연구의 묵직함도 돋보인다.

- 문상덕 기자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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