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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팩트 아닌 욕망 겨냥하는 ‘아무 말 전성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8월 레바논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자 “일종의 폭탄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사고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고 번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무 말 대잔치’가 미국의 신뢰도를 깎아내린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아무 말’은 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아무 말’의 꼬리를 잡고 각종 기사와 책이 쏟아졌다. 단적으로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는 출간 일주일 만에 110만 부가 팔렸다. 이 밖에 트럼프를 다룬 책들은 줄줄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저자는 이런 아무 말을 ‘개소리’라고 표현한다. 진실도 거짓도 신경 쓰지 않고 마구잡이로 내뱉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의식 속 욕망을 반영한다. ‘믿고 싶은’ 정보만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인 사실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그리고 자신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개소리’는 거짓말과 다르다.

“폭탄 공격”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슬람 혐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지지자들은 그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고, 반대파는 발언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했다. 정작 폭발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는 뒷전이었다.

가장 그럴싸해 보이는 말로 마음을 파고드는 아무 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모두가 조금씩 성가셔져야 한다고 말한다. 귀찮더라도 다른 뉴스 채널을 통해 교차 확인하자는 식이다.

- 김재현 인턴기자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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