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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말표 고무신 260 

 

나호열

▎강원도 홍천 어느 농부의 고무신이 거친 자갈 위에 놓여있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일주일에 한 번 산길 거슬러 오는
만물트럭 아저씨가 너를 데려다주었어
말표 흰 고무신 260
산 첩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이곳에서
몇날며칠을 달려도 닿지 못하는 지평선을 향해
내 꿈은 말이 되어보는 것 이었어
나도 말이 없지만
너도 말이 없지
거추장스러운 장식도 없이
그저 흙에 머리를 조아릴 때
내 못난 발을 감싸주는
물컹하게 질긴
너는 나의 신이야

※ 나호열 -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시와 시학’ 중견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안녕 베이비 박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촉도] 등이 있다. 녹색시인상(2014), 한민족문학상(2017) 등 다수의 수상 이력을 가졌으며 현재 도봉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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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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