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 청계천에서 쉬고 있는 시민들 앞에 한 마리의 백로가 날아오르고 있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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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햇빛이다가 소나기이다가 천둥 번개가 되는 그대, 박토 같은 몸에 장미가 피고 천리향이 자라고 말라 죽어가던 제라늄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그대 때문이어요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는 것도 되살아난 이 불면의 밤도 그대 때문이듯이, 그날 이후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것도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것도 내게는 그대 때문이어요내가 사랑하는 청계천을 따라 잉어가 올라오고 백로가 찾아들고 짝새가 모이는 것도 내게는 다 그대 때문, 이 인공낙원에서 아쿠아마린빛 향기가 나는 것도 다 푸른 물빛 같은 그대 때문, 나만이 맡을 수 있는 그대의 향기 때문이어요
※ 최서림 -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시인의 재산], [가벼워진다는 것]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