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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취재] 원숭이두창, 제2의 팬데믹 오나 

“대부분 밀접 접촉으로 확진… 해외 여행 시 주의해야”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방역 당국, ‘2급 감염병’으로 지정하며 격리·신고 의무화
국내 확진 아직 없어… 정부 “3세대 두창 백신 도입 추진”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원숭이두창 (monkeypox)’ 확진 사례가 한 달 만에 1400건을 넘어섰다. 지난 5월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입국자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원숭이두창(monkey pox)’ 확진 사례가 한 달 만에 1400건을 넘어섰다. 심상찮은 확산세에 방역 당국이 2급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확진자가 최초로 발생한 영국이 전체 확진 사례의 20%가량을 차지하며 코로나19에 이은 제2의 팬데믹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질병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우리 시간으로 6월 12일 18시 정각 기준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32개 국가에서 1478명이다. 5월 7일 확진 사례를 최초 보고한 영국에서는 확진자가 367명이며, 약 24.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유행 막으려면 조기발견 감시체계 구축해야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원숭이두창이 비풍토병 국가에서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아프리카 지역에서 올해에만 60명 이상 사망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일부 국가에서는 지역 전파 징후가 있다”며 확진자의 자가격리를 권고했다.

코로나19 유행세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해외 입국자의 격리 의무 폐지와 더불어 인천국제공항 편수제한 해제로 원숭이두창이 국내에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여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조기발견 감시체계 구축, 3세대 두창 백신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월간중앙에 “원숭이두창의 대표적 증상인 발진만으로는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수포에서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증폭(PCR)검사를 진행해야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지난 6월 8일 언론에 “원숭이두창을 수두로 오인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 연구위원은 “원숭이두창의 경우 발진이 나타나면 얼굴부터 팔, 다리, 손바닥, 발바닥 등 원심성 형태로 퍼져나간다. 반면 수두는 두피 얼굴, 몸통 등 구심성으로 퍼져나간다”며 그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숭이두창은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가 있으나 특징적이지 않은 반면, 수두는 가려움증이 매우 심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3세대 두창 백신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신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엔 1·2세대 두창 백신이 비축돼 있지만, 원숭이두창에는 정식 승인되지 않았다”며 “환자 발생 시 실제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바바리안노르딕사의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에 대해선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원숭이두창에 사용을 승인했다”며 “국내 도입 시 원숭이두창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최대 1000명분을 확보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유행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 물량 확보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그는 “질병관리청이 조금 더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월간중앙에 “입국 과정에서 발열이 있을 경우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개인정보보호를 전제로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해외 확진 사례로 미루어보았을 때 남성 동성애자 집단에서 감염이 발생한 만큼, 철저히 신원 비밀을 보장하는 검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초 보고 후 한 달 만에 급격하게 확진자가 늘자 감염 경로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어진다. 우선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감염된 동물, 사람 또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 접촉했을 때 확진될 수 있다. 특히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긁히는 경우 감염 위험이 높다.

공기 통한 전파 가능성은 찬반 팽팽

보고된 확진 사례를 토대로 한 주요 감염 경로는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이다. 확진자의 혈액, 체액 등이 피부의 상처나 점막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로자먼드 루이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 천연두 사무국장은 “현재 비풍토병 지역에서 보고된 확진 사례는 주로 동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 사이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가능성이 작다면서도 시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영국의 최초 보고 시점으로 미루어볼 때 4월경부터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카나리아 제도, 이비자섬 등 휴양지와 축제에서 확산된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도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번화가 등지에서 대면 접촉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 교수도 “현시점에서 판단할 때 팬데믹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선 찬반이 부딪히고 있다. WHO는 지난 6월 8일 공식 입장을 통해 원숭이두창의 공기 전파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루이스 사무국장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에어로졸 형태 비말에 의한 감염 여부는 아직 완전히 확인된 바 없다”며 “관련된 정보가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종사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길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202207호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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