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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 大해부 

1조 달러 ‘네옴 시티’, 제2의 중동 특수 기회 열리나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한국 기업과 맺은 MOU만 23건… 도시 시스템·IT에너지 등 한국이 국제 우위 가져
사우디, 첨단 방위무기 시급한 상황… UAE가 도입한 ‘한국산 천궁-Ⅱ’ 대안 부상


▎‘미스터 에브리싱’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 일정 20시간 만에 한국 정부와 대기업에 큰 선물을 주고 떠났다. 사우디 투자부가 한국의 주요 기업과 맺은 MOU는 23건으로 총 사업 규모가 30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11월 17일 20시간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8개 대기업 오너들을 만나면서 2023년 새해에 중동 특수가 재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019년 6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방한한 빈 살만의 체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방한 의미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빈 살만은 서구에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린다. 사우디 왕국이 쌓아둔 막대한 오일달러와 전제군주 체제의 권력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가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왕인 살만 국왕이 2019년부터 고령과 건강 문제로 활동을 제한하고 있어 빈 살만은 사실상 사우디 그 자체다. 특히 지난 9월 27일 사우디에서는 국왕이 겸하는 것이 관례였던 총리 자리를 부왕인 살만 국왕으로부터 물려받으면서 명실상부한 사우디의 절대 권력자임을 과시했다. 그런 빈 살만의 방한은 한국 경제계와 대통령실은 물론 전 세계의 이슈가 됐다.

네옴 시티, 오일달러로 세우는 21세기판 피라미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으로 한국 민간기업과 공기업은 사우디 정부·기업·기관과 총 26개 프로젝트 관련 계약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총 사업 규모가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다. 개별 프로젝트 규모는 조 단위가 넘어간다. 지난 11월 1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뤄진 빈 살만과 1시간 30분 동안 이뤄진 차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옛 대림) 그룹 회장 등 국내 20대 그룹의 총수 8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네옴 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한·사우디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옴 시티는 빈 살만이 전력 추진 중인 메가 프로젝트다.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의 사막과 산악 지역에 2만6500㎢ 규모(서울 면적 44배) 저탄소 첨단도시를 건설해 관광·레저·친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는 것이 골자다. ‘더 라인’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최대 9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길이 170㎞, 높이 500m 너비 200m의 단일 건물이자 직방형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도시 계획에는 현대적인 제조업을 유치고자 하는 네옴 산업도시(NIC)인 ‘옥사곤’ 프로젝트, 스키 리조트를 포함한 산악관광단지를 조성하는 ‘트로제나’가 포함된다. 아울러 농지 6500ha 조성과 네옴 공항 건설, 인근 해안의 주거단지인 네옴 베이까지 망라한다. 게다가 탄소를 배출하는 재래식 교통수단을 이용할 필요 없이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모든 편의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 중이다. 한마디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사막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미래 산업도시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21세기판 피라미드를 세우는 모양새다. 예상 소요 자금이 5000억 달러에서 시작해 갈수록 불어나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과거 1970~1980년대 중동 진출 당시에는 단순 인프라 건설이 골자였지만 이번 네옴 시티 건은 도시 시스템과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광범위한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사업 기회가 있다. 한결같이 한국이 그동안 국제적으로 우위에 선 분야다.

첨단기술·친환경 바탕으로 파격적 경제 혁신 도모


사우디 투자부가 한국의 주요 기업과 맺은 MOU 23건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사우디가 첨단기술과 친환경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경제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인다. 삼성물산과는 그린수소와 모듈러 주택, 현대로템과는 네옴 시티 철도, 롯데정밀화학과는 고부가 정밀화학, 코오롱과는 스마트팜 등을, 원자력·수소·신재생 플랜트 전문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와는 주조·단조 공장 관련 MOU를 맺었다. 빈 살만이 추구하는 탈석유·첨단기술·친환경의 새로운 사우디 미래 경제 청사진이다.

그뿐 아니라 ‘비전 2030’에는 네옴 시티 건설 외 다양한 프로젝트가 대기하고 있다. 2016년 4월 제안된 비전 2030은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을 줄이고 경제 구조를 다양화하며, 보건의료·교육·인프라·레크리에이션·관광을 증진하는 전략적 국가 진화 계획이다. 우선 에너지 다변화와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에 8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국토가 넓은 만큼 도시와 도시 간 거리가 멀어 대용량 원전을 설치할 경우 송전 비용이 부담된다. 그래서 작은 도시에서 개별적으로 가동하면서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유망하다. 두산에니빌리티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솔루션에서 기술과 실적을 쌓아온 만큼 SMR 공급업체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수소에너지 개발 계획도 눈에 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중심이 돼 세계 1위의 수소공급 업체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번 방한에서 맺은 MOU 중 유난히 수소에너지개발 관련 건이 많은 이유다.

주목할 점은 네옴 시티가 건설될 타북주가 사우디에서는 서북부 끝 변방이지만, 중동 전체로 보면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중심지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 땅이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홍해와, 이스라엘·이집트·요르단에 둘러싸인 길이 160㎞, 너비 24㎞ 이하의 아카바만(이스라엘에서는 에일라트만이라고 부른다)과 접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곳에 홍해대교를 건설할 계획이다. 만의 남쪽 끝에 있는 길이 약 13㎞ 티란 해협에 더해, 사나피르섬과 티란섬을 지나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로 이어지는 길이며, 그 길이는 약 15㎞에 이른다.

홍해대교가 완공되면 이집트와 북아프리카는 물론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하지(이슬람 성지순례)를 위해 입국하는 모슬렘들이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순례객들은 홍해대교를 건너 사우디에 입국한 뒤 네옴 시티에서 각종 레저와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사우디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도 입국하거나 귀향할 때 육로로 귀국할 수 있다.

홍해대교, 선제조건은 사우디-이스라엘 친선 관계


▎빈 살만 왕세자와의 1시간 30분간 차담회에는 이재용(오른쪽 둘째부터)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네옴 시티와 관련된 한·사우디 협력을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 사진:SPA 캡처
문제는 사우디가 아카바만과 티란 해협 연안 지역을 개발하려면 이스라엘과 어떻게든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1956년 제2차 중동전쟁과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의 발발 원인으로 이집트의 티란 해협 봉쇄가 꼽히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이 수로의 자유 항해를 보장받기 위해 전쟁도 불사했다. 티란 해협은 이스라엘에 있어 홍해로 진출하는 유일한 길목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남단 도시 에일라트는 해안선이 11㎞밖에 되지 않지만, 이 작은 항구에 이스라엘의 군함이 정박하고 이곳을 통해 수많은 화물이 수에즈 운하를 우회해 이스라엘의 지중해 항구 아슈켈론이나 아슈도드로 향한다. 이곳은 자동차 등 고가이면서 고객 인도가 급한 상품의 운송로다. 반대로 지중해에서 에일라트로 이어지는 운송로도 마찬가지다.

이런 전략적·경제적 이익이 걸린 티란 해협 위로 사우디의 다리가 지나간다는 것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어떻게든 우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양국 간 수교가 맺어질 경우 중동 지역의 세력 균형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아랍 세계 질서가 완전히 개편될 수 있다. 그것도 미국의 개입 없이 이뤄지는 것이다. 사우디의 맹방인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은 이미 2020년 8월과 9월에 각각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었다. 이스라엘로서는 1979년 시나이반도를 돌려주는 대가로 수교한 이집트와 이웃 요르단에 이어 중동 이슬람권과 외교적으로 손을 잡는 개가를 이룬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스라엘이 강세를 보이는 보안 분야에서 UAE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사이버 보안업체인 ‘체크포인트’ 등이 이미 UAE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일머니 외 별다른 경제수익모델이 없는 UAE로서는 석유 시설 보안이 국가의 존립을 좌우할 만큼 중대하다. 이는 사우디도 마찬가지다. 원유의 상당 부분이 동북부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연안에서 생산되는데, 이 지역이 사우디의 시아파 이슬람이 몰려 사는 지역이라는 데서 보안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우디 최대 석유 시설이 있고 아람코의 본사가 위치한 ‘다란’도, 숙적 이란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200㎞도 떨어지지 않은 아라비아만 연안에 있다. 미사일이나 드론으로 얼마든지 타격이 가능한 거리다.

2022 FIFA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아직 수교를 맺지 않았지만 대회 기간 중 이스라엘 인의 입국과 직항로 개설을 받아들였다. 사우디도 사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UAE나 카타르로 가는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가 전략적으로 이스라엘 수교라는 카드를 뽑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우디 관광·레저·방산 확대, 한국에겐 기회


▎사우디는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최첨단 무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UAE에서 도입한 한국산 천궁-Ⅱ 미사일 요격미사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우디는 18세기 후반부터 엄격한 이슬람 전통 사회로의 회귀를 꿈꾸는 와하비즘을 신봉해왔다. 빈 살만은 이를 개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를 위해 사우디만의 금기를 꾸준히 깨왔다. 사우디에서는 모든 여성이 외출할 때 얼굴만 남기고 온몸에 두르는 ‘아바야’라는 전통 의상을 반드시 입어야 하는데, 최근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착용 의무를 없앴다. 사우디에서 여성은 운전할 수도 없었고 마흐람(남성 가족, 친족 후견인)을 대동하지 않으면 해외여행도 불가능했지만 빈 살만은 이를 허용했다. 외출 시 여성들은 마흐람을 대동해야 했지만 최근 이마저 풀었다. 빈 살만은 이슬람 현대화라는 미명 아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우디 인구 65%에 해당하는 35세 이하 젊은 층과 여성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빈 살만이 보여온 이런 자신감의 바탕에는 부왕인 살만 국왕이 왕좌에 오른 2015년 1월 국방장관을 물려받은 데 이어 그해 6월에는 상당수 병력을 보유한 보안부서인 내무부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2017년 정변 당시에는 반대파인 왕족들을 제압하고 국가경비대까지 장악했다. 국방부·내무부·국가 경비대 등 사우디의 3대 무력을 한 손에 쥐었으니 적대자가 없다는 자신감이다. 지난 9월 총리가 되면서 나머지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형제 등에게 이를 맡겨 친정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빈 살만은 ‘더 신나는 사우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내국인들이 외국에 나가서 향락을 즐기는 것을 줄여 외화 유출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빈 살만은 네옴 시티는 물론 전국적으로 관광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할 의지를 보여왔다.

개발 프로젝트 면면을 들여다보면 굵직굵직하다. 네옴 시티 인근에 300억 달러를 투입해 복합휴양시설을 짓고, 140억 달러를 들여 수도 리야드 남쪽 키디야 지역을 개발해 종합레저시설을 설치한다는 복안이다. 사우디의 유구한 역사를 보여주는 선사 유적지에 관광단지를 세우는 프로젝트에도 150억 달러를 투입한다. 리야드 인근 다리아 유적 개발에도 50억 달러를 쓸 계획이다. 한마디로 관광과 레크리에이션 단지 설립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기회다. 영화·음악·공연·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한국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사안이 양국 간 방위산업 협력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방위산업·인프라·건설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략 파트너십 위원회를 신설하고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실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원자력 발전에 이어 방위산업에서도 한국을 사업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방위산업이 포함된 것은 사우디의 수요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사우디로서는 예멘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의 천궁-Ⅱ 요격미사일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에서 무기를 수입하려면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미국이 “예멘 내전은 인도주의적 재앙”이라며 손을 뗄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걸고넘어지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지속해서 악화해왔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13개 회원국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10개 산유국의 유가 카르텔 ‘OPEC+’가 원유 감산을 통한 유가 유지를 시도하면서 사우디와 미국 관계는 더욱 소원해지고 있다.

비전 2030, 리스크 있지만 ‘중동 특수’ 분명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는 첨단 무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미 2017년 10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20억 달러에 이르는 러시아 첨단 방공무기 S-400 4대 구매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이 성사되지 못했다. 중국산은 품질에서 안심할 수가 없다. 결국 UAE에서 도입한 한국산 천궁-Ⅱ 미사일 요격미사일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의 공격적인 개발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금 면에서 우려가 가장 크다. 사우디의 개발 자금은 크게 국부펀드(PIF, 6800억 달러 추정)의 일부와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일부 지분 상장분, 그리고 정부 예산 절감의 세 가지 충당 옵션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부펀드는 대부분 수익성 기업에 투자한 만큼 이를 빼내 불확실성이 큰 네옴 시티 등 비전 2030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원래 빈 살만은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아람코의 주식을 일부 공개해 비전 2030의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다. 사우디 당국은 아람코가 2조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해 2019년 지분 5%를 매각해 1000억 달러를 확보하려고 했지만, 유가 하락 등으로 700억~800억 달러 확보에 그쳤다.

그렇다면 주목할 점은 사우디의 정부 예산이다. 사우디는 2022년 예산이 세입 2264억 달러, 세출 2547억 달러로 240억 달러 흑자 편성됐다. 고유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우디가 본격적으로 비전 2030 관련 자금을 재정에서 마련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하면 네옴 시티를 비롯한 비전 2030 전체 사업 자금의 30%를 사우디가 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사우디의 비전 2030 프로젝트가 한국 기업이 참여해서 나중에 공사비나 물품 대금만 받아가는 정부재정사업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자금까지 투자해 수익이 나면 성과를 나눠갖는 민간투자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여전히 전체 재정의 70%를 석유에서 얻는다. 유가가 떨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도 하나의 위험 요인이다. 이런 요인을 고려해도 새해부터 사우디에서 중동 특수가 생기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1970~1980년대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한국 기업의 생존력이 기대된다.

-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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