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벤처기업 스타코프, 보조금 10억여원 부정 수급 정황환경공단 “사실로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즉시 고발 조치”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는 주차면에 ‘EV 전기자동차’라는 글자 등을 도색해야 하지만, 스타코프는 이를 포토샵으로 위조한 의혹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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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공단(이사장 안병옥)으로부터 수년 동안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설치 사업’과 관련한 보조금을 수령해온 업체가 실제로는 서류를 위조해 환경공단 등에 제출해 왔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월간중앙 취재 결과, 이 업체는 사진을 위조하거나 직인 도용, 신고한 모델과 다른 충전기 설치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거나 계획한 정황이 포착됐다. 심지어 국토교통부 장관 직인도 도용한 흔적이 발견돼 파장이 예상된다.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보조 사업은 환경부가 환경공단에 위탁해 운영된다. 공동주택, 사업장, 대규모 주차장 등의 소유·운영주체 중 공용 전기차 완속충전시설 설치를 신청하는 자에게 보조금(7kW 기준, 1기당 14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환경공단, 지방자치단체, 한국자동차환경협회 등이 돌아가며 맡았지만, 2020년부터는 환경공단이 줄곧 맡아오고 있다. 이렇게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업체에 지급된 보조금 총액은 2711억7700만원이다(2019년 한국자동차환경협회 위탁 제외).
4년 연속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스타코프
▎‘스타코프’ 텔레그램방에서는 직원들이 위조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이 포착된다. / 사진:‘스타코프’ 텔레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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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설립된 기술벤처기업 ‘스타코프’(대표 안태효)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전기차 충전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실적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월간중앙 취재 결과, 이들 중 적지 않은 실적이 서류를 위조해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된다.일례로 환경공단으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는 주차면에 ‘EV 전기자동차’라는 글자 등을 도색해야 한다. 전기차 보유자와 비보유자 사이에 주차 공간을 두고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하지만 월간중앙이 스타코프 사내 텔레그램에서 확인한 결과 스타코프 직원들은 주차면을 실제로 도색하지 않고 포토샵으로 합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2023년 11월 직원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김모 씨: (포토샵 합성 후) 이 정도면.배모 씨: 아까 제가 봤던 글자색이랑 조금 다른 것 같은데.김씨: 모니터에 따라서 달라져요.배씨: 글자색이 달라진다고요?김씨: 네, 전체적인 색감이 다 바뀌요. 제 작업환경이랑 환경공단 담당자 모니터랑.배씨: 그런 게 어어. 파일로 가는 건데.이후 두 사람은 이후의 일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김씨는 “근데 이거 걸리면 여파가 클 텐데. 그래서 신중하게 하고는 있는데”라고 하자, 배씨는 “이미 도색 포토샵으로 90% 이상 제출해서”라고 답한다. 이어 김씨가 “앞으로 안 걸리기를 빌어야죠. 걸리면 이거 공문서 위조라서 보조금 전액 환수에… 어우 생각도 하기 싫다”라고 하자, 배씨가 “일단 하라고 하시니까 해보죠”라고 말했다. 회사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다.이는 내부고발자가 국민권익위에 제출한 신고 내용에도 포함돼 있다.“안태효 스타코프 대표는 주차면 도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주차면 도색을 하지 못하게 하며 포토샵으로 주차면을 도색한 것처럼 사진을 편집·위조하게 강요했다. 주차면 도색에 대한 비용 지출을 허가하지 않고, 대신 직원들에게 도색되지 않은 주차장 사진을 도색한 것처럼 조작하게 했다. 또한 이 조작된 자료를 환경공단과 서울시 측에 보내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
“업무방해·사문서 위조에 해당”
▎월간중앙이 입수한 스타코프의 ‘외장형 SSD’를 열어보면 21개의 직인 이미지 파일을 확인할 수 있다. / 사진:내부고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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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코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수의 거래처 직인을 이미지 파일(jpg, png 등) 형태로 저장해 ‘설치완료확인서’ 등에 사용한 정황이 포착된다. 환경공단 등에 제출되는 설치완료확인서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 등 신청자가 직접 직인을 찍어 사업수행기관인 스타코프로 등기 내지는 팩스 전송해야 한다. 이를 받은 스타코프는 설치완료확인서를 환경공단에 제출한 뒤 심사를 통과하면 보조금을 받는다.월간중앙이 입수한 스타코프의 ‘외장형 SSD’를 열어보면 21개의 직인 이미지 파일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 20개는 스타코프가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 직인이었으며, 나머지 1개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직인이었다. 이러한 직인 이미지 파일은 주로 2021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그렇다면 직인을 도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보자는 월간중앙에 “설치 중 영업적인 트러블이나 스타코프의 업무처리 미흡으로 인해 아파트 입주자대표 측에서 직인을 찍어주려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대표는 직원들에게 직인을 위조해 설치완료확인서를 제출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사실이라면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스타코프에 직인 사용을 위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스타코프가 가진 설치완료확인서에 이름을 올린 복수의 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스타코프에 직인 사용을 위임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간중앙이 만난 변호사들은 “스타코프의 행위는 경우에 따라서 업무방해·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스타코프가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지 않은 충전기를 설치하고 보조금을 수령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를 종합하면, 스타코프가 환경부로부터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인증받은 충전기는 11㎾ 완속충전기 ‘STARCC V2.1’, ‘STARCP V2.1’이다. 하지만 구축 아파트에 11㎾의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려면 배전 설비를 교체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견됐다.7㎾ 제품을 갖고 있지 않은 스타코프는 2채널의 14㎾ 제품 STARCP V2.2를 급히 개량해 디자인은 11㎾와 같지만, 7㎾인 STARCP V2.2를 만들었다. 월간중앙이 국가기술표준원(KATS)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이 제품은 지난해 11월 14일 KC 인증을 받았다.STARCP V2.2를 설치해도 스타코프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환경부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스타코프는 편법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지난해 11월 내부 직원들의 대화 내용이다.
안모 씨: 팀장님, 질문 있습니다. 보조금으로 7㎾ 진행 가능한가요? 아니면 11㎾로 등록하고 그냥 7㎾ 설치하면 되는가요?배씨: 현재 보조금으로는 7㎾ 진행 불가능해 11㎾로 접수 후 7㎾ 설치해드리고 있습니다.이러한 방식으로 스타코프가 2020년부터 받아간 보조금은 10억여원 정도로 추산된다.스타코프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거나 이중으로 수급한 사실이 없다”며 월간중앙에 관련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주차면 도색을 포토샵으로 합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부 보조금은 당사의 실제 충전기(과금형 콘센트) 설치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고 주차면 도색 실적이나 도색 여부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며 “과금형 콘센트는 완속충전기와 달리 전 주차면 도색이 (보조금 지급) 조건이 아니다. 주차면 도색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국민권익위도 본격적인 조사 착수
▎내부고발자는 직인 이미지 파일과 관련해 “이전 근무자가 퇴사하고 나서 PC를 인수·인계받았는데 안에 직인 이미지 파일이 저장돼 있었다”고 밝혔다. / 사진:내부고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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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대표나 국토교통부 장관 직인 도용과 관련해서는 “직인 이미지를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며 “충전기의 경우 제품은 1개의 모델이고, 설치 시 소프트웨어 세팅에 의해 11㎾-7㎾가 조정되는 모델”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스타코프의 해명에는 석연찮은 점이 발견된다. “과금형 콘센트는 주차면 도색으로 보조금 지급이 결정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환경공단은 2022년부터 스타코프 등 전기차 충전소 설치 업체에 주차면 도색을 지침으로 내린 바 있다. 또 직인 이미지 파일과 관련해 월간중앙에 제보한 당사자는 “이전 근무자가 퇴사하고 나서 PC를 인수·인계받았는데 안에 직인 이미지 파일이 저장돼 있었다”며 “내가 직접 해당 PC에서 파일을 가져왔다”고 했다. 또 “소프트웨어 세팅에 의해 11㎾-7㎾가 조정되는 모델”이라는 해명에 대해서도 “배전 상의 문제로 소프트웨어로 전환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11㎾로 인증받은 제품을 7㎾ 배선으로 설치할 경우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안전점검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국민권익위가 스타코프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환경공단은 검증 시스템 강화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환경공단은 “전기안전점검확인서,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신고증명서 등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전수 확인하는 등 위조 서류에 대해 검토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과금형 콘센트의 경우 설치가 단순해 현장조사를 생략했으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산업통상자원부 고시)이 개정되면서 충전시설 기준에 포함돼 지난해 1월 전기안전점검 대상이 됐다. 이에 현장조사 대상에 포함해 준공검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환경공단은 이어 “해당 제보가 명확하게 사실로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즉시 고발 조치할 계획이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3조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된 보조금에 대해서는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3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거나 보조금을 받기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지급한 보조금은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