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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범의 등산미학(10)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에서 

 

소금산과 송해 선생님이 닮았다!

세상을, 조금만 거꾸로 비틀어 생각하면 또 다른 맛이 난다. 인간의 뇌와 마음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찰나에, 미풍에도 수시로 왔다 갔다 변화무쌍하다.

우리가 오래도록 천수 100년, 36500일을 질리거나 지루하지 않게 그럭저럭 잘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인간은 망각의 동물로서 날마다 새록새록 부평초같이 마음이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양평으로 귀촌한 아내 친구 부부와 하룻밤을 정겹게 보내고, 인근에 정말 볼만하다는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를 찾았다. 오후 4시 30분 입산 마감 직전에 도착했는데, 잊지 못할 행운을 잡았다.


높다란 바위절벽들이 울긋불긋 몸매 자랑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절벽을 둘러싼 하얀 운무는 마치 아름다운 무희가 나빌레라 춤을 추는 듯 승무 삼매경…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든다.

백척간두 발아래에선, 앙큼한 계곡물이 살짝살짝 비치는 일곱 색깔 무지개 아름다운 속치마에, 그만 가슴 떨리는 순결함을 부여안고, 파랗게 질려 굽이굽이 기암괴석에 숨는다.

그렇게 그렇게 사랑이 무르익어가는 청춘 극장인데, 낭만을 잃은 고속열차는 씽씽 냅다 앞만 보고 달리고....

저 멀리 보이는 목가적인 산골 마을은 한가로움에 지쳐 눈꺼풀에 잠기고, 뙤약볕에 여러 곡식들이 늙어 간다. 소금산 출렁다리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는 참으로 경이로운 멋진 풍경이다.


그런데, 그지없는 강과 산 구름 하늘 위에 인공 제작물로 떠 있는 출렁다리의 비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최근에 타계한 ‘국민 MC’ 송해 선생님과 1년 전에 귀농한 어느 촌로를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렇게 아름답게 꾸미고 유지하기 위해 바람과 비와 세월은, 수백만 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소금산을 깎고 다듬고 쓸고 미장질 했을 것이다. 그 위에 인간들의 욕심이 더해져 육중한 철근을 바위에 받고, 테크를 설치하고, 출렁다리를 상량할 때… 얼마나 찢어지는 아픔, 피눈물을 흘렸을까?


국민 MC 송해 선생님도, 한참 가족의 정을 알아갈 스무 살 나이쯤에 6·25동란으로 사랑하는 어머님.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수십 년의 무명을 걸쳐, 피나는 노력으로 희극인이 되어 행복을 노래할 때, 자기의 분신과 같은 외아들을 장가도 못 보내보고 교통사고로 저승에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방황하고 힘들 때, 육신도 황혼을 바라볼 61세,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운명적으로 KBS 전국노래자랑 MC 마이크를 잡았다. 어쩌면, 송해 선생님은 그런 고통과 이별을 경험하고, 삶을 반추 회고해 보고, 남녀노소 부귀영화 귀천 없이 “인생은 다 똑같이 딴따라”라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세계 최장수 최고령 MC로 94세까지 일하면서 그것을 설파하고 실천하다, 소천마저도 극적으로 딴따라처럼 영원히 어느 날 희극놀이하듯 갑자기 잠든 것이 아닐까?

참, 인생 별것 없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며, 인생은 다 그런 것임을 마음에 새기고, 날마다 딴따라처럼 지금을 최고로 재밌게 즐겁고 웃으며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의 진리가 아닐까. 송해 선생님은, 그렇게 살아야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천한, 동시대를 살아간 진정한 철학자, 부처, 예수, 공자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원주 소금산과 송해 선생님은 다른 듯 하지만 너무나 닮았다. 아프지만, 모든 것을 다 내 내려놓고 하회탈처럼 웃을 수 있는 용기와 배짱…. 소인들은 감히 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군자의 모습이 아닐까?

산전수전 다 겪고 살다가, 이젠 양평으로 귀촌한 형님! 송해 선생님을 인생의 스승으로 맞이하여, 자연과 벗 삼아 제2의 인생을 농부로서 모든 것을 포용하며 군자답게 멋지게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필자 소개: 김희범(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이사장)- 40대 후반 대기업에서 명예퇴직. 전혀 다른 분야인 유지보수협동조합을 창업해 운영 중인 10년 차 기업인. 잃어버린 낭만과 꿈을 찾고 워라밸 균형 잡힌 삶을 위해 등산·독서·글쓰기 등의 취미와 도전을 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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