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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랩스커버리’ 기술로 FDA 벽 넘은 한미약품 

바이오 신약 ‘롤론티스’ 한국 이어 미국서 연내 출시 앞둬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경쟁력 있는 임상 결과 기반으로 빠른 시장점유율 확대 기대”
약효 지속 시간 늘리는 기술 앞세워 추가 신약 개발에도 속도


▎한미약품 연구원들이 경기 화성 한미약품연구센터에서 실험하고 있다. /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이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바이오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의 바이오 신약 ‘롤론티스’는 지난 9월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는 항암 치료 등으로 백혈구 내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한 암 환자에 처방하는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국산 ‘33호 신약’으로 허가받아 시판하고 있다. 임윤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안에 롤론티스의 미국 출시가 예상된다”며 “기존 약물 대비 경쟁력 있는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빠른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롤론티스의 FDA 허가는 한미약품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 중 첫 FDA 허가 사례다. 항암 분야 신약으로는 한국 최초이자 한국 제약사에서 개발한 신약 중 여섯째로 미국에서 허가받은 신약이다. 롤론티스는 FDA 실사를 통과한 한국 공장(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국내 최초의 바이오 신약이기도 하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자체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랩스커버리는 의약품의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 약물 투여량과 투여 횟수를 줄이는 기술이다. 롤론티스의 FDA 시판 허가에 따라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바이오 신약의 가치도 동반 상승할 전망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개발 중인 30여 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중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바이오 신약만 10여 개에 달한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롤론티스의 상업적 성공이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 신약들의 미래 가치 동반 상승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특히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 신약의 적응증을 희귀 질환 분야로 빠르게 확대해 주목받고 있다. 희귀 질환은 원인과 증상이 복잡한 반면 발병 환자 수는 매우 적어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 따라서 명확한 치료 방법이 없거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희귀 질환 분야로 파이프라인 적응증 확대


▎경기 평택의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FDA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바이오 신약 ‘롤론티스’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은 항암제 투여 후 24시간이 경과해야 투여받을 수 있는 기존 의약품과 달리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항암제와 동시 투약이 가능한 롤론티스의 장점을 연구로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추가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롤론티스는 주요 타깃 장기인 골수에 특이적으로 분포하고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등 기존 제품 대비 우수한 조혈모세포 분화·증식 효능을 지녔다.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다른 바이오 파이프라인의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9월 3~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임상영양대사학회(ESPEN)에서 월 1회 투여제형으로 개발 중인 단장증후군(짧은단장증후군) 치료용 파이프라인 ‘LAPSGLP-2 analog(코드명 HM15912)’의 글로벌 임상 2상을 비롯해 ‘HM15912’와 ‘에페글레나타이드’ 병용의 염증성장질환(IBD)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전임상 결과 2건을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국내외 단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HM15912 단독 투여 임상 2상을 시작했다. HM15912는 GLP-2(glucagon-like peptide 2) 유사체(analog)에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파이프라인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2의 개선된 체내 지속성과 우수한 융모 세포 성장 촉진 효과를 토대로 HM15912를 세계 최초 월 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M15912는 2019년 FDA와 유럽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처에서 각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FDA와 EMA의 ‘희귀의약품 지정’은 희귀·난치성 질병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제 개발과 허가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유럽에서는 허가신청 비용 감면, 동일 계열 제품 중 최초 시판 허가 승인 시 10년간 독점권 제공 등 혜택을 부여한다. FDA는 2020년 HM15912를 소아희귀의약품으로, 2021년에는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 각각 지정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은 파이프라인은 개발 단계마다 FDA의 지원과 협의를 거쳐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다.

한미약품은 ESPEN에서 HM15912·에페글레나타이드 병용의 IBD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동물모델에서 확인한 구연·포스터 발표도 진행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 당뇨 치료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주 1회, 최대 월 1회 투여할 수 있는 바이오 신약으로, 제2형 당뇨병을 가진 환자에서 혈당·체중 감소 효능을 비롯해 주요 심혈관계질환과 신장질환 발생률 감소 효능까지 입증된 의약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HM15912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전임상에서 각각 염증성 장질환 지표를 억제하고 소장 무게를 증가시키는 효능을 보인 한편, 병용 시 추가적 개선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설치류 모델 대상 병용 연구에서 장 염증을 추가적으로 완화하고 장 손상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사실도 확인했다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9월 19~2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당뇨학회(EASD)에 참가해 ‘LAPSTriple agonist(코드명 HM15211)’ 연구 결과 2건과 ‘LAPSGlucagon analog(코드명 HM15136)’ 연구 결과 1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용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는 ‘HM15211’은 GLP-1 수용체, 글루카곤 수용체, GIP 수용체를 모두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 바이오 파이프라인이다. 다중 약리학적 효과를 바탕으로 NASH 환자의 지방간과 간 염증, 간 섬유화 등의 복합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간 섬유화를 유도한 모델에서 HM15211의 항염증·항섬유화 효능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이번 학회에서 발표했다. 또 현존하는 대부분의 간 염증과 간 섬유화 모델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능을 확인해 향후 NASH 혁신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HM15211이 특발성 폐섬유증 모델의 폐 기능과 생존률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HM15211의 치료 영역을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폐섬유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희귀의약품 지정 기록 20건 국내 최다 보유

FDA는 2020년 HM15211을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HM15211은 또한 FDA와 EMA에서 원발 담즙성 담관염, 원발 경화성 담관염, 특발성 폐 섬유증 등의 적응증으로 총 6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HM15211은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파이프라인 중 가장 많은 희귀의약품 지정 기록을 갖게 됐다. 한미약품은 NASH와 간 섬유화 환자를 대상으로 HM15211 후기 임상 2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EASD에서 세계 최초 주 1회 투여제형인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용 바이오 신약으로 개발 중인 ‘HM15136’에 관한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HM15136이 비만 유도 모델에서 체중과 지방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모두 효과적으로 개선했고, 만성신장질환 동물에서는 요중 알부민 배설과 알부민 크레아티닌 비율(ACR)을 개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구를 통해 글루카곤 수용체의 활성이 대사성 신장질환에 대한 잠재적 치료제 개발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HM15136은 단일 요법에서 지속적 공복 혈당 상승 작용 등의 기능을 인정받아 SCI 국제학술지 [당뇨, 비만 그리고 대사(DOM,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2022년 3월호 표지 논문에 등재됐다. FDA와 EMA는 2018년 HM15136을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EMA는 또한 2020년 HM15136을 인슐린 자가면역증후군 희귀의약품으로, FDA는 소아 희귀의약품으로 각각 추가 지정했다. 한미약품은 이에 따라 6개 파이프라인에서 10가지 적응증으로, 총 20건(FDA 9건, EMA 8건, 한국 식약처 3건)의 희귀의약품 지정 기록을 보유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최다인 희귀의약품 지정 기록 20건 등을 바탕으로 환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다수의 혁신 치료제를 개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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