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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박승원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회장 

“평생학습도시, 한 단계 도약 시기가 왔다”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현직 광명시장으로 전국 최초 ‘평생학습지원금 지급 조례’ 제정
협의회 회장도 연임 성공, ‘지자체 현장 중심’ 정책 실현에 역점


▎박승원 광명시장은 ‘평생학습도시 개척자’로 통한다. 1999년 ‘평생학습도시 선언문’ 작성한 후 평생학습도시 조성에 공을 들여왔다. / 사진:김상선 기자
"위대한 도시는 위대한 시민이 만들고, 위대한 시민은 학습도시가 만들어간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이같이 외치며 평생학습도시 조성에 공을 들여온 박승원 광명시장이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1월 말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박승원 광명시장을 11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2022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임자의 잔여 임기 동안 회장직을 수행해 온 박 시장은 앞으로 2025년 1월까지 협의회를 대표하게 됐다.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협의회)는 평생교육법에 따른 법정 협의체다. 지역 평생교육 진흥을 위해 2004년 9월 설립됐는데, 기초자치단체들이 평생학습도시 조성에 적극 참여한 결과 2월 말 기준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87%인 196개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됐다. 또 74명의 교육지원청 교육장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외 평생학습도시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지역의 평생학습 발전을 위한 콘퍼런스, 관계자 연수, 컨설팅 등을 진행한다.

평생학습도시 관련 활동가나 공무원 중에는 아직도 박 시장을 ‘승원이형’이나 ‘박국장’으로 부르는 이가 꽤 된다. 199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백재현 광명시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선거공약에 ‘평생학습센터 설립 및 평생학습도시 선언’을 담은 이가 바로 박 시장이다. 백 시장 당선 후 6개월 동안 조례를 준비하고, 실무를 이끌었던 그는 이후 평생학습센터 사무국장을 맡아 평생도시 5개년 계획을 용역 없이 시청 공무원들과 전문가, 시민과 함께 만들었다. 그 결과, 광명시는 2001년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하게 됐다.

3월 15일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박 시장을 만났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1999년에 평생학습도시 선언문을 직접 작성했던 것이 생각난다”며 “전국의 평생학습도시를 대표하는 회장까지 맡게 됐으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국이 학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평생학습도시 간의 상호 공유와 협력을 도모하고 상생 발전을 이룰 것이며, 더 나아가 전 세계 평생학습도시와의 지속적 연대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올라선 한국 평생학습도시

박승원 시장은 지난해 7월 제10대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제7차 유네스코 세계성인교육회의 팔로업 국제 콘퍼런스’ 개최, 유네스코 평생교육 국제기구(UIL) MOU 체결 등 국제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또 현장의 정책을 발굴해 전국의 평생교육 사례를 교류하는 ‘제1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도시 좋은 정책 어워드’를 개최했다. 전국 조직이라 지자체장들 간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 같은 점이 평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을 축하한다. 어떤 점을 평가받았나?

“국가의 평생학습도시 정책이 ‘지자체 현장 중심’의 정책으로 구현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전국평생학습도시 단체장과 교육장뿐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관계 공무원, 평생교육사와 시민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16개 시·도의 대표 도시를 선정하고 권역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결과 촘촘한 평생학습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좋은 정책 어워드를 개최해 현장의 정책을 발굴했는데, 기존 줄 세우기 평가를 과감하게 탈피하고 평생학습도시 현장의 관계자들을 위로하는 의미 있는 시상식으로 진행했다.”

재임 기간 협의회의 목표와 방향은 무엇인가?

“협의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평생학습도시의 현안과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개선 방안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면서, 지역 평생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동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누구나 소외되지 않도록 평생학습 체제를 견고히 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협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최근 ‘라틴아메리카 학습도시 국제 포럼’에 다녀왔다.

“지난 2월 말 ‘글로벌 시민성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멕시코에서 라틴아메리카 8개국 44개 도시 지자체장과 전 세계 평생학습 전문가 등이 함께 했다. 특히 우리는 ‘코리아 평생학습도시’ 특별 세션이 마련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광명시의 평생학습도시 사례 발표 이후 정책 사례를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멕시코 케레타로시, 케레타로공과대학과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우리 지자체의 평생학습 인프라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교육 빈부 격차, 정보 격차, 문맹 등을 해결하기 위해 유네스코 평생교육 국제기구(UIL)는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GNL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전 세계 76개국 294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으며, 한국은 전 세계 최다 가입국으로 53개의 도시가 참여했다. 그동안 평생학습의 국제표준은 선진국에서 만든 플랫폼이었지만 이제 한국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올라가 있다고 확신한다. 2021년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인천 연수구)에 이어 2022년엔 국제교육도시연합 세계총회(안동시), 유네스코 팔로십 국제 콘퍼런스(광명시) 등을 개최할 만큼 한국의 평생학습도시는 성장했다.”

평생학습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중요할 텐데?

“평생학습진흥기본계획을 실행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동안 지자체장의 역량과 도시의 재정 여건에 따라 계획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평생교육은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제도화를 통해 질적인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평생학습 참여자들은 개인적으로 자아실현과 역량 개발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에 더해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평생교육 관련 재정 증액 및 안정적 확보를 위한 모색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평생교육 추진체제를 확대해야 한다.”

시간·거리 극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추진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난 2월 멕시코 케레타로시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 학습도시 국제 포럼에서 상호협력 MOU를 체결하는 모습. / 사진:한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박 시장이 ‘평생학습도시 개척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역설적이게도 ‘교육열이 높은 광명시에 대학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광명을 교육의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해 정말 신명나게 일했다”며 “지금 제가하고 있는 모든 정책의 기반은 평생학습도시를 시작한 그 시기 만났던 사람들, 그들과의 대화와 실천의 과정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광명시 ‘평생학습’의 방향은 무엇인가?

“80년대 억압된 시대에 대학을 다녀서 그런지 자유롭고 창의적인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가능한 프로그램은 다 진행하려고 노력했다. 정치, 젠더, 문화, 환경 패러다임 강좌를 담은 ‘21세기 밀레니엄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중년·여성·노인 강좌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교양강좌를 진행했고, 교육 말미에는 지역사회에서의 이들의 역할을 조명함으로써 동아리를 만들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평생학습사업이 ‘학습’ 차원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학습형 일자리가 연계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자랑할 만한 광명시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은?

“광명자치대학은 광명시가 안고 있는 지역 의제를 학과로 선정하고, 관련부서와 협력하여 평생학습 리더를 양성하고, 이들이 학습으로 끝나지 않고 선배 시민으로서 지역의 문제를 찾아 함께 해결하는 지역실천가로 뿌리내리도록 추진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학과와 사회적경제학과가 대표적이다. 민주시민교육도 특별하다. 이 모임은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로 조직되는데, 광명시 풀뿌리 민주시민교육 추진에 대해 매월 정기적으로 정책을 논의하며 실천한다. 또한 광명시는 2020년 4월 전국 최초로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하고, 누구든지 차별과 소외 없이 언제 어디서나 배우고 나누는 장애인 평생학습을 실현하고 있다.”

최근 전국 최초로 ‘평생학습지원금 지급 조례’를 제정했다.

“대상은 만 50세가 되는 광명시민이다. 그동안 정부의 각종 복지혜택은 영유아, 청년, 노인 등에 집중되고 중년층을 위한 지원 정책은 부족했다. 우리는 자녀와 부모 부양, 은퇴, 불안한 노후 등으로 경제적·심적 부담이 가장 큰 시기인 중년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만 50세에게 인생 후반을 새롭게 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광명시민 평생학습지원금 지급 조례’를 제정했다. 소득이나 성별 등에 관계없이 공공이나 민간시설 어디서든 시민 스스로 원하는 학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발을 내디딤으로써 타 지자체에서도 보편적 교육복지를 위한 지자체의 역할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

평생학습도시의 업그레이드 포인트는 무엇인가?

“평생학습 참여에 가장 큰 장애요인인 시간과 거리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1년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실태 조사에 따르면 평생학습 불참 요인으로 ‘직장업무로 시간 부족’(40.3%), ‘거리가 멀어서’(18.6%)가 꼽혔다. 우리는 저녁 시간과 토요일까지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카페, 동호회실, 공인중개사무실 등 개인 공간을 평생학습 공간으로 공유하는 ‘느슨한 학교’, ‘권역별 배움터’, ‘우리동네 학습공간’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시민이 집과 직장에서 10분 거리에서 평생학습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명시에는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문제, 신·구도심 균형발전, 고질적인 광명-서울 간 교통체증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 특히 최근엔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문제로 시끄럽다. 2005년 설계된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의 하나로 구로구에 있는 차량기지의 광명시 이전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기획재정부의 최종 결과 발표가 다가오면서 광명시와 시민들은 반대 기자회견, 대규모 범시민 궐기대회 등으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백지화해야”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문제로 지역이 뜨겁다.

“광명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광명시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행정으로, 중앙정부가 그 어떤 명분도 타당성도 없이 강행하고 있어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차량기지 이전 시 산림 축이 훼손되고 노온정수장 오염이 예상된다. 특히 향후 입주하게 될 광명시흥3기신도시와 하안2지구 주민 수만 명이 소음·진동·먼지로 직접적인 피해를 겪게 된다. 광명시의 백년대계와 발전을 위해 광명시민, 공동대책위원회, 경기도와 함께 반드시 막아내겠다.”

광명-서울 간 도로·교량 부족도 해묵은 과제다.

“가장 큰 문제는 광명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교량과 도로가 원활하게 설치되어야 하는데 서울시의 협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광명시와 시민들 입장에선 최소한 교량 2개는 더 신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광역교통계획에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명시흥3기신도시 건설에 맞춰 안양천에 2개 이상의 교량을 설치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지자체마다 지역경제 침체로 고심이 크다.

“올해는 민생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시민의 일상 회복에 전념할 것이다. 폐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진행하고, 인생다모작 지원센터를 올해 안으로 건립해 신중년 일자리 정책과 연계할 계획이다. ESG 친화형 소셜벤처 기업 등을 육성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서 1인 가구 구호 지원센터를 비롯해 소외계층을 위한 포용적인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여러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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