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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은하 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표심은 바뀐다. 해볼 만한 상승세까지 왔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시민 대표로서 부산시의 득표 활동 측면에서 지원
6월과 9월 엑스포 총회 맞춰 최적 프로그램 준비 중


▎박은하 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시민의 힘을 결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은하(61) ㈔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이하 유치위) 집행위원장은 독보적인 기록 보유자다. 그는 외무고시 여성 첫 수석 합격자다. 한국 최초의 여성 영국대사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은 공직에 몸담았을 때 공적개발원조(ODA) 분야에서 주로 커리어를 쌓았다. 2021년 6월 영국 대사직을 끝으로 퇴임한 박 위원장에게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시 국제관계대사를 맡아달라고 했던 배경이다. 이후 박 위원장은 2023년 1월 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외교 무대 최전선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11일 부산에서 만난 박 위원장에게서는 자신의 소명을 알고, 역량과 의욕을 가진 자에게서만 감지될 수 있는 에너지가 흘렀다.

“시민들의 자발적 단합에 500% 만족”

BIE 실사단이 만족감을 표시하고 돌아갔다. 이제 부산은 우선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실사단의 평가를 기초로 나오는 레퍼런스는 (투표에) 매우 중요하다. 이제 각 나라가 처한 문제점 해결에 맞춤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령 어떤 나라는 단기적 이득을, 어떤 나라는 중장기적 파트너십을 고려해 표심을 정할 것이다. 부산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추상적 개념인 부산 이니셔티브를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기후변화는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올라가는 나라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부산은 북항에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모듈을 짓고 있다. 일종의 ‘플로팅(floating) 시티’다. 물과 에너지와 폐기물 처리를 육지에 의존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운영되는 모듈 하나에서 4000명을 수용하는 작은 빌리지(village)다. 모듈 3개를 붙여서 일, 거주, 여가를 묶는 ‘15분 도시’를 구성할 수 있다. 엑스포에서 시범적으로 (인공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기후 문제에 처한 나라들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11월 개최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선거전이 가열될 것이다. 위원회 차원에선 어떻게 조력할 방침인가?

“시민 대표로서 부산의 득표 활동을 본격적으로 측면 지원할 것이다. 4월 말 영국 런던에서 ‘코리안 컬처 나이트’ 행사가 열린다. BIE 대표 등 표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초청된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간접 홍보 행사가 될 것이다. 민간이라는 이점을 살려 한국 시민사회의 열기와 염원을 전달하겠다.”

엑스포를 향한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위원회는 어떤 활동을 해왔나?

“전문 강사나 대학생 서포터스가 부산의 학교, 단체 등을 찾아가 강연, 질의응답, 퀴즈대회 등을 여는 엑스포 아카데미’를 확대해왔다.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여성단체를 찾아가 ‘여성 아카데미’도 열었다. 아이들과 여성은 가족 전파력이 강하다. 특히 엑스포 중점 협력 학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신청이 많이 들어왔다. 아이디어를 통해 자발적인 엑스포 홍보를 끌어내자는 취지였는데, 아이들은 자기계발 기회라며 호응했다.”

일반 시민들의 호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언젠가부터 부산시민들은 엑스포를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것 같다. 가령 어느 동호회가 해외에 나가면서 ‘엑스포 스티커’를 달라고 한다. 스스로 홍보대사가 되려는 것이다. 위원회와 종교·환경·여성 단체 등이 엑스포 붐업 행사를 협업하기도 한다.”

“엑스포 유치에는 좌우 진영 없다”

일부 진보성향 단체에서 엑스포 유치에 비판적이지 않나?

“엑스포 유치 관련 간담회를 할 때, 노조나 환경단체에서도 온다. 대부분 엑스포 유치에 대한 열망을 표한다. 시민사회의 지지에는 큰 난관이 없다. 우리의 과제는 이런 범국민적 지지를 어떻게 해외로 확산시켜 득표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다. 6월과 11월 두 차례 BIE 총회가 있다. 그때에 맞춰 시민사회의 열기와 염원이 전달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부산은 엑스포를 모멘텀 삼아 도시 재생을 꿈꾸는 것 같다.

“낙후된 원도심 재개발은 전 세계 주요 도시가 갖고 있는 문제다. 원도심을 폐허가 되도록 내버려 둘 순 없다. 인구가 집중되고, 환경이 파괴되는 식의 과부하가 걸리는 개발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시민이 즐길 수 있도록 재생해야 한다. 엑스포 부지로 지정된 원 도심은 시민이 즐길 수 있고 신재생 에너지와 IT가 기반이 되는, 현재의 문제를 풀고 미래를 선도하는 벤치마크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엑스포를 통해 도심을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잃은 원도심을 친환경적으로 재생하려는 의미가 크다.”

위원회 차원에서 부산 바깥 다른 지역에도 엑스포 유치 당위성을 설득할 개연성이 있을 듯하다.

“대한민국이 경제 성장의 두 번째 축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부산 중심의 동남 지역 축이 성공하면 제3, 제4의 축이 생기며 지방분권이 진행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이미 (사우디 리야드를) 지지한 국가도 바꿀 수 있다. (비밀 투표이니까) 표심은 바뀐다. 해볼 만한 상승세까지 왔다고 본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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